여행

파리의 정원사

2023.02.20

by VOGUE

    파리의 정원사

    파리가 로맨스와 예술의 도시로 명성이 난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생명이 움트는 봄을 맞이해 한 요소를 더 추가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바로 ‘정원’이다. 정원은 파리 시민의 심폐 정화와 정신의 풍요를 담당하는 중요한 삶의 요소이다. 깨끗이 관리된 파리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대리석 조각상과 기둥 사이를 걷노라면 금세 여유로워지기 때문.

    이렇게 정원 문화가 발달하기까지 파리에는 유명 건축가나 예술가 못지 않은 정원사들이 있었다. 그 때문에 공원에는 종종 정원사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데,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을 디자인한 André Le Nôtre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예다.

    아버지(Alain Richert)를 이어 정원사의 길을 걷는 마튜 리처(Matthieu Richert)를 만난 곳은 파리 상 술피스(Saint Sulpice). 이 저택은 유명한 랭보의 시가 새겨진 대리석 벽 앞에 위치해 있는 건물이다.

    등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입구부터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건물로 에워싸인 중앙 가든에 발 길을 들어서자 매튜가 꽃 가위를 들고 가지를 자르는 모습이 보였다. 정원에 흐른는 공기가 사뭇 바깥 세상과 다르다. 시인이 시를 짓는 섬세한 마음으로 가지를 치고 나무를 고르는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버지가 유명한 정원사라 들었어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요?
    “아버지에게 ‘정원을 만든다는 것’은 창조라는 궁극적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인의 관심과 열정을 재편성하고 좌표를 정하는 방식이라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식물, 동물, 생물학뿐만 아니라 예술, 건축, 문명 그리고 그들간의 교류들을 통해서 그리고 왜 어떻게 인간이 한 공간에 정착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거주하기만 하는지까지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창조이래 인간은 늘 정원에 둘러싸여 있었고, 종교에서 말하는 지상낙원은 결국엔 인간들이 다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인에게 가드닝이란 뭘까요?
    “일종의 취미이자 삶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죠. 정원은 프랑스인들에겐 쉼터이자 놀이터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연극, 전시의 공간으로 사용되기도하고요. 그리고 식용할 수 있는 야채를 재배하는 공간으로 생각되거나 약이 되는 식물을 채취할 수 도 있고, 이런 공간을 정원이라는 단어로 포괄할 수 있겠죠.”

    가드닝에도 스타일이 있나요? 그럼 당신이 추구하는 가드닝은?
    “조경을 할때 특별한 방식이나 정해진 스타일은 없어요. 제가 단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건 먼저 고객과의 대화에요. 대화를 통해 왜 정원을 만들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정원이 어떤 용도로 사용이 될지를 파악하고, 그 다음은 정원이 될 공간의 구조를 통해서 공간의 역할에 맞는 식물들을 고르고 배치하죠.”

    기르기 쉽고 예쁜 실내외 식물 이름을 몇 가지만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식물은 배치할 곳의 조건에 따라 그 종류도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예를 들어 말하긴 힘들지만 가장 좋은 건 공간에 따른 조건에 맞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죠.”

    어느 향기를 좋아하세요?
    “이끼와 이파리 냄새, 나무의 향… 이런 것에 친근함을 느낍니다. 꽃의 향으로 굳이 말하면 제라늄의 상쾌한 듯하면서도 은은하고 거북하지 않은 자연스런 향을 좋아한답니다.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향들은 모두 좋아한다고 밀할수 있을거 같아요.”

    여자를 꽃에 비유한다면요?
    “세네갈 장미는 어머니의 향과 같아요. 섬세하면서도 은은한 프루스트의 마들렌 처럼. 제겐 그런 향이죠.”

    마지막으로 꽃이나 식물 중 건강이나 피부에 특효 있는 것이 있을까요? 장미 오일처럼요.
    Fenouil (회향풀)
    잎을 끓여 차로마시면 소화 불량에 도움이 되며, 향균 작용이 있어 입 냄새 제거에도 용이하죠.

    Rose Geranium (로사 제라니움)
    농축오일을 피부에 바르면 노화방지에 큰 효과가 있어요. 주름 제거와 피부 트러블 완화에도 효과가 있어요.

    Sauge (세이지)
    세이지는 만병통치약으로 불리기도 하는 허브의 일종이죠. 차로 끊여마시면 항균 소독 작용과 함께 소화 흡수를 도우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효과가 있답니다.

    Lavender Oil (라벤더 오일)
    상처가 난 곳이나 화상을 입은 곳에 발라주면 잘 아물어요. 라벤더 농축 오일을 포푸리에 몇 방울 떨어뜨려 옷장 안에 넣어두면 방향제 효과로도 좋죠.

    Celery Oil (샐러리 오일)
    농축오일을 한 두 방울 물에 타서 마시면 간 해독에 좋으며, 강한 햇빛으로 생긴 기미 제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마튜가 좋아하는 정원
    파리 식물원 (Jardin des Plantes) 안에 있는 Jardin Alpin
    57 Rue Cuvier, 75005 Paris

    좋아하는 레스토랑
    Semilla
    54 Rue de Seine, 75006 Paris

    좋아하는 바
    Bar Rosebud
    1 Rue Delambre, 75014 Paris

    voguelife2017

      글/사진
      박지원(디자이너)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