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sible Architecture

내 몸에 꼭 맞게 재단된 오뜨 꾸뛰르 드레스처럼 만족감 넘치는 향수를 찾고 있나? 멋을 아는 두 남자 프레데릭 말과 알버 엘바즈의 합작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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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거부하는 향수계의 이단아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이 드리스 반 노튼과 협업 이후 두 번째 협업 뉴스를 발표했다. 프랑스 최고의 명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바로 그 남자, 알버 엘바즈. 그들의 경력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엘바즈는 기 라로쉬와 이브 생 로랑에서 특유의 엉뚱한 매력을 더한 여성 친화적 디자인으로 주목받았고, 랑방에서 일하는 동안 패션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인물이다.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의 창시자 프레데릭 말은 숭배의 대상이 될 향수를 기획하기 위해 전 세계 유명 조향사들과 긴밀히 작업해온 향의 연금술사.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두 남자의 첫 만남은 특별했다. “우린 멀리서 서로를 지켜봤어요. 감탄과 존경의 눈빛으로 말이죠.” 프레데릭이 엘바즈에게 협업 가능성을 묻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드레스 향이 나는 향수를 만들 수 있나요?” 예상대로 창의적인 예술가 특유의 비전통적 접근 방식이다. 엘바즈는 쉬운 사람이 아니다. 협업은 실제 그 브랜드를 좋아하고 창립자와 대화가 통할 때 이뤄진다. “그건 운동화일 수도 티셔츠일 수도 혹은 향수일 수도 있어요. 오늘날 아이템은 딱히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내게 중요한 건 사람이에요.” 프레데릭과 파트너십은 그렇게 성사됐다. “대화는 내게 영감을 주고 이야기는 저를 아주 멀리 데려갑니다. 프레데릭은 나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고, 그것을 한층 더 발전시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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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파리에서 앞서 공개된 두 남자의 합작은 ‘슈퍼스티셔스(Superstitious)’. ‘미신적인’이란 의미로 올 블랙에 골드 캡, 향수병에 그려진 눈동자는 엘바즈의 솜씨다. “액운으로부터 우릴 보호하는 수호신 같은 존재죠.” 이 향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엘바즈의 요청에 따라 초기 블렌딩 과정은 한 달로 압축됐다. 그리고 두 남자의 만남은 지극히 옛날 방식으로 이뤄졌다. 카페 드 플로르에서 점심을 먹으며 진행 상황을 나눴고, 대화는 가끔 급변하는 패션계의 돌연변이 상태에 관한 얘기로 옮겨갔다. 프레데릭은 자신의 든든한 오른팔인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옹(Dominique Ropion)과 협의해 엘바즈의 문장을 토대로 50종의 성분을 추렸고 천연 추출물과 합성 물질이 뒤섞여 ‘슈퍼스티셔스’가 탄생했다. 이질적 성분의 만남은 상상 이상의 결과를 선물했다. 미국 <보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믿을 수 없겠지만 ‘슈퍼스티셔스’에선 벨벳 가운, 파우더, 그리고 추억의 향이 난다.” 무화과와 복숭아 껍질의 ‘달큰’한 첫 향을 지나 엘바즈가 여름을 보내는 탕헤르의 명소 메디나의 자극적 향수 매장을 지나칠 때 느껴지는 강렬한 파우더 잔향, 리아드(모로코의 전통 가옥) 정원을 연상시키는 장미 향까지 느껴진다. “향수를 분사해 피부에 닿는 즉시 무의식 속에 숨은 것들이 차례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당신이 기억하는 멋진 순간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의 카무플라주’를 창조해낼 겁니다.” 국내 출시는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