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der

바야흐로 봄이다. 커피 한 잔에 야외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의 계절. 이를 위해 <보그>가 고른 책 네 권.

HEIMAT / ELLEN VON UNWERTH

에로틱한 여성성을 잘 포착하기로 유명한 독일 포토그래퍼 엘렌 폰 운베르트가 새 책 <하이마트(Heimat)>를 냈다. ‘하이마트’는 독일어로 고향이라는 뜻. “10대 때 바바리아에서 살았어요. 아직도 이곳에는 독일 전통 의상 던들과 레이더호젠을 입은 사람들이 많죠. 이걸 제 방식대로 책에 표현한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타일링은 독일 <보그> 출신 수잔 쾰멜이 맡았는데, 모델들이 입은 옷은 대부분 빈티지거나 뮌헨 디자이너 롤라 팔팅거(Lola Paltinger)가 새로 제작했다. 엘렌에게 영감을 준건 바로 이 목가적 의상이 갖는 클리셰. 모델들은 책에서 섹시한 옷을 입고 집안일을 하고, 포대 자루에 하반신만 넣은 채 풀밭을 뛰어다닌다. “독일인들은 누드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죠.” 바바리아의 에로티시즘을 담은 사진은 LA 타셴 갤러리에서도 전시한다.

 

SIGHTS IN THE CITY: NEW YORK STREET PHOTOGRAPHS / JAMEL SHABAZZ

올드 스쿨 힙합에 관심이 많다면 자멜 샤바즈가 찍은 사진을 한 번쯤 봤을지 모르겠다. 아디다스 슈퍼스타를 신고 붐박스를 들고 다니는 DJ, 색색의 캉골 베레모를 쓰고 팔짱을 낀 70~80년대 소년들의 모습. 자멜은 아버지가 카메라를 쥐여주던 15세부터 고향 뉴욕 거리의 모습을 40년간 포착했다. 할렘부터 타임스 스퀘어까지. 그래서 스트리트 패션 포토그래퍼에 다큐멘터리 포토그래퍼라는 직함이 붙기도 한다. 그가 2017년 새 책으로 돌아왔다. 1985년부터 2000년대까지, 120장에 달하는 컬러와 흑백 사진은 거의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당시 거리의 풍경과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CLICK TO BUY / ARIES ARISE

런던 브랜드 에리즈 어라이즈(Aries Arise)가 지난 2월 런던 패션 위크 때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Click to Buy>의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이 책에는 데이비드 심스의 사진과 퍼거스 퍼셀(Fergus Purcell)이 찍은 그래픽 작업이 함께 들어가 있다. “데이비드와 저는 늘 서브컬처와 스트리트웨어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데이비드는 서핑 숍도 운영했죠.” 퍼거스는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팰리스(Palace)의 삼각형 로고를 만든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겸 에리즈 어라이즈의 공동 창업자. 장장 96페이지에 펼쳐진 사진은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제된’ 화보와 거리가 멀다. 데이비드는 콜택시 사무실에서 벌이는 ‘바카날리아(바쿠스 축제)’를 상상했다. 모델들의 맨살에 옷을 걸치기보다 브랜드 로고 스티커를 붙인 건 이유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옷보다는 브랜딩을 보여줄 수 있길 원했어요.”

 

THE SCANDAL COLLECTION, 1971 / YVES SAINT LAURENT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가치를 인정받는 것들이 있다. 그 예로 이브 생 로랑의 1971년 ‘스캔들 컬렉션’을 들 수 있다. 전쟁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봄 꾸뛰르 쇼는 과장된 메이크업, 네모난 어깨, 플랫폼 슈즈, 짧은 드레스로 “파리에서 가장 추한 쇼”라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생로랑이 패션계에 불을 지핀 레트로 트렌드는 거리를 점령했다. 이 컬렉션을 집중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지금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쇼 사진, 프린트 샘플, 일러스트레이션, 당시 보도된 기사까지. 2015년 이브 생 로랑 재단에서 열린 동명 전시를 놓쳤다면 이 책을 주목하길. 당시 큐레이터였던 파리 갈리에라 패션 박물관 디렉터인 올리비에 사이야르, 역사가 도미니크 베용이 함께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