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Kitty

90년대에 사랑받던 슈즈 실루엣의 귀환을 환영한다. 그러나 이번엔 좀더 앙큼하고 반항적인 모습이다.

일래스틱 밴드에 ‘J’adior’ 레터링이 들어간 것이 인상적인 키튼 힐. 페이턴트 소재의 베이지색 구두, 패브릭 소재의 검은색 구두는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일래스틱 밴드에 ‘J’adior’ 레터링이 들어간 것이 인상적인 키튼 힐. 페이턴트 소재의 베이지색 구두, 패브릭 소재의 검은색 구두는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지금 내 발은 약간 의기양양하다. 디올의 새로운 키튼 힐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어서다. 맞다. 그거다. ‘J’adior’라는 로고가 프린트된 재봉사의 크림색 리본으로 묶은 슬링백. 이 슈즈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디자인한 디올 첫 컬렉션 때 내 눈을 사로잡았고 그 후 내 쇼핑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미니멀 슈즈다. 힐은 밑창 테두리부터 부드럽게 경사진 건축적 형태인 반면, 리본은 활기 넘치는 디테일을 더한다. 엉덩이에 딱 좋은 양의 활력도 주고 민첩함을 더한다. 또 높은 스틸레토(나는 신어본 적 없다), 플랫폼(위험하고 흔하다), 패셔너블한 슬라이드(버켄스탁 스타일 슈즈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퍼글리(Fuglies, 이름-굉장히 못생겼다는 뜻-에 단서가 있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우리가 다시 키튼 힐과 사랑에 빠진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신발은 활동적이다(테레사 메이가 키튼 힐을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실용적인 동시에 예쁘다. 게다가 시골길을 달리든 패션쇼장으로 달려가든 지금 해야할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

J.W. Anderson

J.W. Anderson

디올 슈즈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성공적인 반응을 얻은 나의 첫 키튼 힐은 아니다. 작년 9월 런던 패션 위크 동안 보석이 장식된 나의 J.W. 앤더슨 키튼 힐은 유명해졌고 셀 수 없이 많은 패션 사이트와 스트리트 스타일 피드(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등장했다. 유명인 친구와 여행하는 것처럼 그 슈즈는 인기를 끌었고 나는 입에 발린 얘기만 들었다.

키튼 힐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조용히 캣워크로 돌아오고 있었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트렌드에 동의하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뒤를 따른다. 그 예로 베트멍의 수석 디자이너인 뎀나 바잘리아는 누구보다 키튼 힐에 푹 빠진 것 같다. 발렌시아가 2016 F/W 슈즈 컬렉션 중 많은 슈즈에 키튼 힐이 부착됐다. 핫 핑크 앵클 부츠에서 반짝이는 흰 펌프스까지. 그리고 지난여름 베트멍 2017 S/S 쇼의 오프닝 룩에는 마놀로 블라닉(20년 전 처음으로 납작하게 눌린 스틸레토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키워준 남자)과 함께 디자인한 차콜 컬러 새틴 키튼 힐 슬링백을 매치했다.

Céline

Céline

한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구찌 리조트 컬렉션을 디자인하며 이 레이블의 자료실을 뒤졌고 뱀부 키튼 힐(본래 톰 포드 시절에 디자인한)을 응용한 슈즈를 선보였다. 2017년을 위해선 메탈릭한 녹색 슬링백에 키튼 힐을 부착하고 금색 스파이크로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섬세한 디올뿐 아니라 셀린의 피비 파일로 역시 여름용으로 노란색 키튼 힐 뮬(역시 내 쇼핑 리스트에 올렸다)을 디자인했다. 그리고 프라다에서는 키튼 힐에 시퀸, 비즈, 정교한 깃털을 장식했다. 계속 열거할 수 있지만(로에베, 3.1 필립 림, 그리고 생로랑 등등) 당신은 메시지를 이해했을 것이다. 키튼 힐이 확실히 돌아왔다는 걸 말이다. 그러나 이번엔 약간 과시적이고 스타일링은 훨씬 덜 고지식하다. 그렇다. 그것은 우아한 슈즈지만 우리는 그것을 트레이닝 팬츠나 헐렁한 스웨트셔츠에 매치한다.

Vetements

Vetements

90년대 말과 2000년대 거리와 캣워크에서는 키튼 힐의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멜 컬러 크롬비 코트와 반짝이는 검정 팬츠 혹은 깔끔한 바이어스컷 슬립 드레스를 완성하는 액세서리였다. 2000년대 초에 내가 처음 기자로 일했을 때 내겐 키튼 힐이 지루하고 속물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키튼 힐의 영향력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그것을 눈여겨봤다. 당시엔 그것이 쿨함을 드러내기보다 파시미나(직사각형의 큼직한 숄)와 오피스 웨어와 매치됐다. 슈즈 디자이너인 타비타 시몬스(그녀는 2017 S/S 시즌에 네 켤레의 새로운 키튼 힐 디자인을 선보였다)는 이 신발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케이트 모스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녀는 90년대에 아주 미니멀한 캘빈 클라인 룩에 키튼 힐을 신곤 했어요.” 그녀는 뉴욕에서 이메일로 투톤 키튼 힐을 신고 있는 모스와 조니 뎁의 사진을 보내줬다.

Prada

Prada

“커피로 치자면 키튼 힐은 플랫 화이트(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섞은 커피)라고 할 수 있어요. 미니 부스터인 셈이죠”라고 해리엇 퀵은 말한다. 그녀는 최근 출판된 <Vogue: The Shoe>를 쓰고 엮었다. 그녀는 <보그> 자료실에서 영감을 주는 수많은 사진을 발견했다. “60년대에 키튼 힐은 젊은이 특유의 섹시함을 구현했어요”라고 그녀는 회상한다. 그것은 카프리 팬츠나 미니스커트와 짝을 이뤘다. 그러나 키튼 힐 열기가 절정에 달한 건 90년대였다. 헬무트 랭은 컬러 토 캡(Toe Cap)으로 그것을 실용적으로 디자인했다. 또 다른 얼리어답터인 미우치아 프라다는 열광적 반응을 얻은 키튼 힐 뮬을 개발했고 카우보이 부츠에도 키튼 힐을 부착했다. 구찌에는 골드 키튼 슬링백이 있었고 로저 비비에에는 버클이 달린 검정 버전이 있었다.

Acne Studios

Acne Studios

반면 에르메스는 아름답게 디자인한 가죽 데인저 부츠(버클과 끈이 달린 롱부츠)에 키튼 힐을 부착했다. 셀러브리티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키튼 힐을 신지 않고는 레드 카펫을 밟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들은 마놀로 블라닉에서 키튼 힐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제가 90년대 중반 막 패션계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마놀로 키튼 힐은 최고의 상이었어요”라고 미국 <보그>의 칼럼니스트 플럼 사이크스는 말한다. “그의 키튼 힐은 너무도 시크하고 신은 사람을 멋져 보이게 만듭니다. 힐 높이가 더 낮은데도 말이에요. 저는 그것을 신고 또 신었어요.” 2000년에는 L.K. 베넷(L.K. Bennett)과 버티(Bertie), 패트릭 콕스(Patrick Cox)와 진스(Gins)에서도 모두 키튼 힐을 선보였다. 새로운 주자가 등장해 키튼 힐을 뭉개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4.5인치 높이의 스테이트먼트 힐은 곧 5인치 이상으로 높아졌다. 패션 운동화와 매니시한 단화의 인기로 고맙게도 굽의 높이는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풀 슬라이드(Pool Slides, 슬리퍼)와 버켄스탁은 변신을 즐겼고 우리는 로퍼, 특히 털 달린 구찌의 로퍼와 지난 몇 시즌 사랑에 빠졌다.

Loewe

Loewe

그러던 중 패션이 스포츠웨어와 남성스러움을 성급하게 수용하면서 여성스러운 우아함은 길을 잃었다. 우리가 지금 극단적 슈즈에서 벗어나 보다 심플한 힐로 돌아가고 있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패션이라도 익숙한 것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이번엔 키튼 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