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보다 재미있는 힙합 다큐 & 영화

<도프(Dope)>

2002년에 개봉했던 <브라운 슈가(Brown Sugar)>는 여전히 많은 힙합 팬의 가슴에 남아 있는 작품이다. 힙합을 매개로 남녀 간의 우정과 사랑, 나아가 삶을 유쾌하고 따스하게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5년 여름에 개봉한 <도프>는 <브라운 슈가>의 감독 릭 파무이와(Rick Famuyiwa)의 새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다. 결론적으로 <도프>는 최근 몇 년 간 쏟아진 힙합/흑인음악 관련 모든 작품을 통틀어 ‘청춘’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젊은 힙합 세대를 위한 성장/코미디 영화인 <도프>는 마약상과 갱스터가 우글대는 잉글우드의 게토에서 험난한 유년기를 보내는 중이지만 하버드 대학 입학의 꿈을 지닌 괴짜 말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체적으로 젊고 재치 있으며, 올드스쿨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는다. 퍼렐(Pharrell) 등이 제작에 참여했고 에이셉 록키(A$AP Rocky)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이기도 하다.

 

<하우 하이(How High)>

<하우 하이>는 2001년에 개봉한 힙합 코미디 영화다. 미리 노파심에 일러두지만 이 영화에 탄탄한 서사나 설득력 있는 개연성, 깨달음을 주는 교훈 같은 건 기대하지 말길 바란다. 대신에 이 영화에는 어이없는 설정과 뜬금없는 전개, 지저분한 유머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시종일관 유쾌하고 똘기충만하니, 이런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사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메쏘드 맨(Method Man)과 레드맨(Redman)이라는 두 래퍼의 매력과 캐릭터에 기대는 작품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돈독한 우정을 이어오며 듀오 앨범도 내는 등 미국힙합 씬 최고의 ‘다이나믹 듀오’인 이들은 스크린 안에서도 거칠 것 없는 악동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제목의 ‘high’는 무얼 뜻하냐고?대마초를 피워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래서 난 모른다.

 

<프레쉬 드레스드(Fresh Dressed)>

<프레쉬 드레스드>는 2015년에 개봉한 힙합 패션 다큐멘터리다. 래퍼 나스(Nas)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길거리를 활보한 힙합 패션을 되돌아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한 1990년대 힙합 브랜드, 예를 들어 푸부(FUBU), 팻 팜(Phat Farm), 션 존(Sean John) 등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다루는 한편 그 후 포화된 힙합 패션 시장의 문제점도 짚는다. 또 나스 외에도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 퍼렐(Pharrell), 스위즈 비츠(Swizz Beatz) 등이 출연해 생생한 경험담을 보탠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힙합 패션이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또 힙합이 왜 음악을 넘어 문화이고 라이프 스타일인지를 드러낸다.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하거나 최근 다시 돌아온 올드스쿨 힙합 룩을 추구하는 젊은이라면 자신의 옷차림에 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한번 쯤 볼만 하다.

 

<거기엔 래퍼가 없다>

<거기엔 래퍼가 없다>는 2009년에 개봉한 일본의 독립 영화다. 원제는 ‘사이타마(Saitama)의 래퍼’. 개봉 후 좋은 반응을 얻어 그 해 ‘일본 자주영화의 놀라운 성과’로 평가받았다. 이 작품은 힙합과 랩을 소재로 삼아 청춘과 성장에 대해 말한다. 일본 사이타마 촌구석의 ‘잉여’ 젊은이인 주인공들은 ‘힙합은 곧 나의 삶’ 모드로 살아가지만 그들에게는 돈도 없고 실력도 딱히 없다. 현실의 벽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꿈과 좌절은 지금의 한국을 사는 보통 청년들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스포일러를 할 생각은 없지만 영화의 마지막 5분을 절대 놓치지 말기 바란다. 이보다 진심진심한 진심은 쉽게 보지 못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