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히어로, 사찰 음식

〈셰프의 테이블〉 새 시즌에서 사찰 음식을 선보인 정관 스님은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미국의 시골 주부도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한식 프로모터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지 못할 테지만 사찰 음식은 우리를 구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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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다큐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을 아는가? 에피소드마다 세계적인 셰프들의 요리 철학을 다룬다. 누가 세계 최고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음식, 문화, 세계를 다양한 각도와 깊이에서 바라본다. 전체를 통틀어 이번 시즌 3의 첫 화, 정관 스님 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요리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서빙되는 음식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이미 한국에서 자신의 요리 프로그램을 촬영한 셰프 에릭 리퍼트를 비롯, 유명 셰프들과 식도락가들은 그녀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리퍼트는 정관 스님이 셀럽 셰프가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인생이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5년 전 싸이가 케이팝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듯이 그녀의 이름은 전 세계 식도락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그녀는 코리안 퀴진의 새로운 심벌이 되었지만, 코리안 퀴진만 대표하지 않는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전 세계 식도락계에 벌어지는 현상 자체를 대표한다. 미국(에서도 시골) 앨라배마에 사는 우리 엄마조차도 그녀가 누군지 알고 사랑에 빠졌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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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급하고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학대당하는 세상에서, 사찰 음식은 희망의 메시지를 불러온다. 특히 한국의 사찰 음식은 수백 년 전부터 시작됐음에도, 요즘 세계적으로 핫하다는 음식 트렌드와 노선을 같이한다. 유기농이며, 그 지역의 제철 음식이며, 환경 파괴가 없다. ‘비건’보다 더 비건이지 않은가.

거의 10년 전쯤, 한국 문화를 글로벌하게 만들겠다는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한식 프로모터들은 사찰 음식을 내세웠다. 나도 2010년 뉴욕에서 벌어진 이벤트에서 사찰 음식에 대해 스피치를 한 적이 있다. 물론 한국 음식 자체를 아직 신선하게(낯설게) 받아들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니, 그때도 많은 사람들이 사찰 음식에 꽂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유명하다가 잊히는 섹시 아이돌이 아니었다. 사찰 음식은 사람들의 깊은 곳을 건드렸고, 인생 전반에 걸쳐서 가지고 갈 무엇인가를 남겼다. 은근했지만 분명히 심화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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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음식은 유기농 식품 운동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정관 스님의 텃밭은 깔끔하게 손질된 정원과는 거리가 멀다. 가끔 돌아다니던 돼지가 채소를 건드리기도 하고, (돼지가 건드려서) 푹 파인 자리에 벌레들이 파고들어서 채소를 포식한다. 정관 스님에게는 이도 자연의 일부다. 그녀의 텃밭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채소들이 더 크고, 빠르고, 예쁜 모양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욕심이다. 완벽한 모양의 토마토를 찾으려고 슈퍼마켓 청과 코너를 뒤지는가. 못생겼지만 맛있고 영양 가득한 토마토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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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음식은 지구의 리듬을 따르는, 환경 파괴 없이 지속 가능한 음식이다. 아직 딸기 철이 아니라면 강제로 열매를 맺게 하면 안 될지도 모른다. 정관 스님은 되도록 식물 자체를 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꿀벌이 꿀을 얻기 위해 꽃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음식은 자연에서 와야 한다. 우리가 환경의 산물이듯이, 음식도 그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찰 음식의 이런 점은 식재료를 로컬 지역에서 기르기를 강조하는 로카보어(Locavore) 운동과도 잘 맞는다.

사찰의 부엌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다. 채소를 익히기 위해 사용한 물은 수프(국)의 육수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될 거다. 사찰의 요리 방식처럼 창의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모든 재료는 다 보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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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음식은 채식주의의 진화된 예다. 동물성 음식뿐 아니라 하얀 설탕처럼 가공되거나 정제된 음식을 전부 배제한다. 식물 중에서도 특별히 금지하는 것이 다섯 가지(마늘과 양파류)나 있다. 숙련된 셰프에게도 이건 도전이다. 따라서 사찰의 부엌에서는 창의력이 샘솟는다. 인간은 장애물이 주어졌을 때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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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음식을 전 세계에 소개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늘 벽에 부딪혔다. 사찰 음식에 깃든 철학이 한식 프로모터들의 목표에 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프로모터들은 마치 ‘정복자’처럼 말한다. 그들은 문화 투쟁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고 정복하고 싶어 한다. 당연히 사찰 음식의 교리에서 제한하는 방식이다.

나는 사찰 음식이 단순한 메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다. 사찰 음식의 로카보어적인 면을 강조하며 전 세계가 사찰 음식을 만들려고 한국의 식재료를 수입하지는 않을 거다. 자기가 사는 환경에서 나고 자란 재료로 사찰 음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슐랭 스타를 단 자기중심적인 셀럽 셰프들과는 반대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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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성공 여부를 묻는다면 나는 사찰 음식은 분명 성공할 것이라 답하겠다. 한식과 전 세계 퀴진의 미래가 될 것이다. 음식이 아니라 일종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폭식처럼 너무 많이 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굶주릴 만큼 적게 먹을 수도 없다. 음식, 자연, 우리는 오케스트라의 요소이다. 멈추고 소리에 귀 기울여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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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테이블>의 정관 스님 편은 실로 놀라웠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 정도였다. 내 친구들 역시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냥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 정관 스님의 메시지는 평화의 메시지다. 내가 슬픔, 불만, 좌절, 불안 등 부정적인 에너지를 너무 품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사실 우리 모두 그렇다. 내려놓아야 한다.

한식 프로모터들은 아마도 세계를 정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사찰 음식은 세계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계를 행복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통합하는 것. 그것이 한국이 세계의 후손들에게 이바지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