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urn My Camera On

패션 사진은 모델과 카메라, 사진가 사이의 공기가 만드는 미묘한 작업이다. 김보성은 그 감성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패션 사진가다. 4월 6일부터 5월 14일까지 압구정 캐논 갤러리에서 열릴 전시 <Red>를 준비 중인 그를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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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은 처음인데, 꼭 ‘지금’이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몇 년전부터 개인전을 열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올해를 넘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일일이 다 생각나지 않을 만큼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하지만 주로 상업사진이었기에 제 색깔과 상관없이 일이 밀려들었죠. 아침엔 숍 카탈로그를 찍고, 저녁엔 하이엔드 브랜드의 애드버토리얼 화보를 찍는 식이죠. 그러다 제 색깔이 정리가 된 지, 다시 말해 사진에서 제게 맞는 옷을 입은 지 6~7년쯤 된 거 같아요. 이번 전시의 모태가 된 건 <보그> 12월호 ‘Red’ 화보예요. 촬영이 끝난 밤에도 몰입하는 바람에 심장이 뛰더라고요. 그래서 이와 비슷한 코드로 작업한다면 전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드 화보의 연장선이 될 새 사진과 비디오 작업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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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존 패션 전시와 접근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순수 사진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비디오 아트를 전공했어요. 동양인 처음으로 미국 레지던시 스코이겐에 선발돼 비디오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었죠. 패션 사진가가 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고, 패션 사진을 하면서도 미디어 파사드 작품이며 파인 아트 작업을 병행했어요. 그런데 “나는 두 가지를 다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다가 어느 순간 그저 ‘패션 사진가’라고 생각이 바뀌었죠. 이번 전시는 패션 사진가의 에디토리얼 작업 방식과 과정 그대로를 가져가되, 최종 결과물을 잡지가 아닌 전시로 보여주는 겁니다. 패션 사진가란 누군가 저에게 인풋을 주면 전 그걸 제 나름대로의 도구로 씹어서 아웃풋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여기서 에디터, 헤어 아티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과의 협업이 이뤄지는거죠. 제가 모든 요소에 관여하면 패션 사진이 아니라 파인 아트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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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폰으로도 화보를 찍어요. 비디오에서 사진을 추출해 쓰기도 하고요. 몇 년 뒤 사진과 영상의 경계가 없어질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패션 사진에 있어 도구의 변화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패션 사진가는 사진이라는 매개를 이용해 작업하고, 그걸 나름대로 해석해 작업하는데 사진이 더는 옛날처럼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옮겨가야죠. 내가 활용하는 미디어에 대한 담론이 아티스트 수준만 가능한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걸로 변한다면, 그걸 고집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고전적 미디어와 정반대의 새것들, 예를 들면 홀로그램이니 VR이니 하는 것들. 이런 걸 소화해야 하는 숙명을 패션 사진가는 감당해야 하죠.

스튜디오가 아닌 이곳, 방배동 작업실을 레지던시로 이용할 계획이라고 했어요. 그만큼 요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 세대도 누군가의 어시스턴트였고, 선배 세대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진 작업을 했어요. 우리가 가뭄에서 작업하는 거라고 묘사할 수 있었다면, 지금 후배들은 사막에서 작업하는 거예요. 그래도 그 안에서 뿌리내리며 왕성히 활동하는 젊은 사진가들과 일할 수 있어 좋아요. 어쨌든 저와 동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관객들이 뭘 느꼈으면 하나요?
우연히 갤러리에 들어온 분이라도 ‘지나쳤으면 아쉬웠을 뻔했네’라는 생각만 들어도 감사해요. 더 욕심이 있다면, 잡지 지면 혹은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경험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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