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 하디드, 욱일기 티셔츠 논란

불과 두 달 전 ‘동양인 비하’로 구설수에 올랐던 모델 지지 하디드와 앤워 하디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지지의 동생이자 앤워의 누나인 모델 벨라 하디드가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스냅챗을 올렸습니다. 하디드 남매가 또 구설수에 오르게 됐군요.

지금은 삭제된 영상입니다. 지난 3월 중순, 벨라 하디드가 일상복을 입고 올린 스냅챗 영상. 자세히 보지 않아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티셔츠의 프린트, 욱일기죠? 전부 보이지는 않지만, ‘대 일본’이라고 적혀 있군요.

지난 2월, 지지 하디드는 ‘째진 눈’ 포즈를, 동생 앤워 하디드는 한국 스타벅스를 찾아 ‘양파 냄새가 난다’고 조롱해 ‘동양인을 비하한다’고 공분을 샀습니다(▶하디드 남매의 인종 차별 발언 기사 보러가기). 몰랐다고 받아들이기엔 공인으로서 꽤 경솔한 행동이었죠. 벨라 하디드도 마찬가집니다. 물론 이 티셔츠를 수놓은 글자와 프린트의 의미를 모르고 입었을 겁니다. 알았다면 절대 이 옷을 입고 스냅챗을 올리지 않았겠죠.

YOKOSUKA, JAPAN - MAY 27:  The Rising Sun Flag is flown aboard the 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 ship, LST Kunisaki, on May 27, 2014 in Yokosuka, Japan. This is the first time a 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 ship has served as the primary platform instead of a U.S. vessel for the Pacific Partnership mission. The mission is a joint humanitarian effort along with Australia, Japan, and the United States to provide assistance to Cambodia, Indonesia, the Philippines, Timor-Leste and Vietnam.  (Photo by Ken Ishii/Getty Images)

욱일기는 빨간 원 주위로 16개의 욱광을 그린 일본의 깃발입니다. 햇살의 수가 4개나 8개, 12개, 24개 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본의 육군과 해군에서 군기로 사용되었으며 문양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합니다. 독일이 나치스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금기시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1954년 이후 다시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의 군기인 자위대기와 자위함기를 욱일기의 문양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죠. 자위대에서 욱일기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일본에서는 욱일기와 그 문양이 과거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 없이 폭넓게 쓰이고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는 물론, 패션 아이템 등에 욱일기 문양이 사용되고 있죠. 때문에 과거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들조차 욱일기의 사상이나 분쟁의 이유를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양권내 인식 역시 미비한 수준. 위키피디아 영문판을 뒤져봐도, ‘일본의 군대에서 사용하는 국기’라고만 설명할 뿐, 우리가 인지하는 역사적인 배경은 언급되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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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요? 헐리우드의 유명 스타들도 욱일기를 입고 버젓이 등장합니다. 2008년, 비욘세는 BET 어워드 올해의 비디오상을 거머쥐었던 ‘Video Phone’ 뮤직 비디오에서 이런 바디 수트를 입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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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에릭 클랩튼이 도쿄 공연을 앞두고 공개한 기념 포스터도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포스터를 올렸던 페이스북 포스트엔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해외 록 밴드 쟈니스의 베이시스트인 닐스 저메인이 ‘이 깃발은 아시아에서 나치 깃발이나 마찬가지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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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12번째 에어 조던 시리즈도 문제됐었죠. 2013년 나이키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언급됐던 에어 조던 12의 모티프는 여성의 드레스 부츠와 욱일기입니다. 1996년 첫 발매 이후 큰 문제가 일지 않다가, 2009년 인솔에 욱일기가 그려진 ‘라이징 선(Rising sun)’ 모델을 발매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국내 발매일엔 욱일기 프린트 인솔을 제거한 채 발매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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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어 조던 12는 매년 새로운 모델로 꾸준히 발매 중입니다. 2016년엔 ‘3.1절’ 전후인 2월 27일과 3월 5일에 발매되어 공분을 샀습니다. 판매를 미리 알리는 런치 캘린더에 나타나지 않다가 발매 직전에 공개되어 나이키 매니아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삼일절에 국내 매장에 욱일기를 모티프로 한 모델이 출시되어 버젓이 진열되어 있었으니까요. 이에 나이키 코리아는 향후 에어 조던 12 국내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누구나 무의식중에 욱일기를 모티프로 한 패션 아이템을 자신도 모르게 착용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랩퍼 몇몇도 에어 조던 12를 신은 채 방송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결코 쉬이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두가 인지하고 기억해야 할 문제죠. 반면 비슷한 의미로 자주 오르내리는 독일 나치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는 어떤가요? 독일의 반 나치 법안을 통해 엄격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나치 문양이 새겨진 휘장이나 배지, 깃발 등을 공공장소에 전시할 경우 반 헌법조직 상징물 금지법에 따라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벌금형에 처하는 법’입니다. 결국 사람들에게 금기시되고 배척되고 있고요. ‘무지’에서 비롯된 두 심볼의 인식 차이,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은 꺼리면서, 욱일기는 그저 패션 아이템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이 무척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