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NEW GENERATION

올 봄이 가기 전, 다른 건 몰라도 이 새내기 뮤지션들의 음악은 한번쯤 찾아봐야 한다. 음악평론가 김윤하가 독자적인 감성으로 무장한 다섯의 신예를 추천한다.

옆집 식탁 위에 오르는 수저 숫자 아는 것쯤 일도 아닌 작디 작은 한국 음악시장의 놀라운 점은 그래도 어떻게든 매해 주목할만한 새로운 음악가들을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사상 최악의 불황이다, 거부할 수 없는 하향세다, 앓는 소리들 사이 갓 올라온 새순 같은 손을 흔드는 낯선 얼굴들. 2017년 주목할만한 새내기들의 특징이라면 독자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관과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들어가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이들이라는 점이다.

신해경

2017년 상반기를 이야기하며 신해경의 이름을 빼놓을 수 있을까. 첫 앨범 [나의 가역반응] 초판을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매진시키고, 알쏭달쏭한 힌트로 띄운 무료 게릴라 공연은 공연 시간도 되기 전 이미 입장관객수 초과를 기록하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리움과 애틋함에 흠뻑 젖은 듯 딜레이가 가득 걸린 기타 연주와 보컬은 우리가 그간 ‘쿨’하지 않다며 마음 한 켠 미뤄놓은 갖은 감정들을 소환시킨다. 무척 익숙하지만, 그만큼 드문 재능이다.

 

씨피카(CIFIKA)

이토록 깊이 있는 성찰과 유려한 멜로디워크, 세련된 비트를 만들어낼 줄 아는 음악가가 실은 음악을 업으로 삼을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면 그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미국에서 광고미술과 아트디렉팅을 전공하던 중 갑작스레 음악으로 진로를 튼 지 1년 반 만에 첫 미니 앨범 [INTELLIGENTSIA]를 발표한 그의 입에서 두려움과 기대, 소통과 헌신, 비전과 혼란, 사랑, 편협과 계몽 같은 단어가 선언처럼 흘러 나올 때마다 두 팔을 벌리고 환호성을 지르고 싶어진다.

 

오존(O3ohn)

생각해보면 시작은 혁오의 등장이었다. 귀 밝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보컬리스트들이 하나 같이 이국적이고 헛헛하며 몽환적인 발성으로 노래하기 시작한 바로 그 출발점 말이다. 오존 역시 굳이 분류하자면 그 기나긴 대열 속 얼추 섞여 있는 음악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돋보이기 온통 분주한 이들 가운데 오존의 모습을 찾아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는 늘 차곡차곡 접힌 추억과 생의 가장 소중한 것들 사이를 천천히 유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소년

황소윤, 강토, 문재완 세 사람으로 구성된 밴드 새소년은 아직 앨범은 커녕 정식 싱글 하나 내놓은 적 없는 신인 중의 신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2017년의 주목할만한 음악가로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건 밴드 새소년만이 가지고 있는 거침 없는 에너지, 오직 그것 하나 때문이다. 로우파이한 빈티지 사운드를 기본으로 각종 인디록 스타일을 섭렵하는 이들의 음악은 보컬과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프론트우먼 황소윤의 매력 넘치는 개성을 만나며 빅뱅한다.

 

프리스틴

이 땅에서 제대로 돈을 버는 건 아이돌팝 뿐이라는 질투 어린 시선도 있지만, 사실 아이돌팝만큼 잔혹한 시장논리가 적용되는 시장도 없다. 한 해에도 수 십 팀이 등장했다, 이내 사라진다. 판단 근거는 오직 하나, 성공과 실패다. ‘소녀’를 수 십 가지 레이어로 시험하며 지칠 대로 지친 걸팝신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그룹 프리스틴의 캐치프레이즈는 ‘귀여움(Pretty)’과 ‘파워(Power)’다. 아직도 뭐가 남아있나 싶다가도 <프로듀스 101>을 통해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 나영을 중심으로 힘차게 머리를 돌리는 열 명의 소녀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껏 없었던 또 다른 ‘힘’이 뭉클 전해져 어쩐지 곤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