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Contemporary Pace

2017.04.17

by VOGUE

    Contemporary Pace

    18가업을 물려받은 글로벌 대표 마크 글림처(Marc Glimcher)와의 대화는 단순히 ‘서울에 진출한 해외 유명 갤러리의 포부’에 그치지 않고, 동시대 갤러리의 역할과 임무 그리고 진화로 흘러갔다. 미래를 보는 열린 시각이야말로 페이스 갤러리의 정확한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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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 갤러리가 한남동에서 새 행보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55년 전 이 갤러리의 시작이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보그>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가?
    나의 아버지는 화가였는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돈을 벌어야 했다. 열정적인 아버지는 동료 아티스트들과 좋은 관계로 지내며, 이들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 했다. 그렇게 1960년 보스턴에 첫 번째 페이스 갤러리의 문을 열게 되었다. 마크 로스코, 알렉산더 칼더, 윌렘 드 쿠닝, 로버트 라우센버그 같은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예술가부터 솔 르윗, 로버트 맨골드, 척 클로스처럼 60~70년대 활발하게 활동한 미니멀리스트, 그리고 아드리안 게니, 애덤 펜들턴 같은 젊은 아티스트까지, 시대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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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는 페이스 갤러리의 운영 철학과 어떻게 만나나?
    런던, 홍콩, 베이징, 파리, 뉴욕 그리고 팔로알토에도 지점이 있으니, 우리는 완전히 대가족이 된 셈이다. 이 각각의 지점은 구성원들로 인해 확장되었다. 이를테면 팔로알토 지점은 나와 가깝게 지내던 동료가 그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생겼고, 서울의 경우도 이영주 디렉터가 우리 가족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갤러리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역량만큼 좋아진다.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건 어떤 전략 때문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 재능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관계를 페이스 갤러리로 확장시킨다.

    서울에서 특히 어떤 가능성을 보았나?
    아시아 아트 붐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한국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그네스 마틴, 윌렘 드 쿠닝, 도널드 저드 같은 우리와 함께한 미니멀리스트들의 작품을 무려 30년 이상 수집해온 한국 컬렉터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국에 직접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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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다른 아시아 지역의 페이스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 있나?
    전략보다는 에너지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각각의 커뮤니티는 고유하다. 그걸 특별하게 만들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거다. 우리는 그저 창의적인 커뮤니티를 한곳으로 모아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과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기만 하면 된다. 말하자면 지금 서울에 이렇게 있는 것이 우리가 시작하는 방식이다. 어떤 계획을 가져오지도 않았고, 서울을 여기에 맞출 생각도 없다. 홍콩과 베이징에서 그랬던 것처럼, 서울에서도 소박하게 시작한 후, 이곳 커뮤니티를 배우고, 관계를 만든 다음 우리만의 전략을 세울 것이다. 전략을 먼저 내세우는 건 절대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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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앤 테크놀로지’ ‘퓨처 페이스’ 같은 활동도 하고 있다. 그것이 갤러리의 의미와 역할을 바꾸는 행동이자 페이스 갤러리를 다른 유명 갤러리와 차별화하는 방식이라 보는데, 어떤가?
    그래서 매우 바쁘다.(웃음) 우리는 오랫동안 공공미술에 전념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아트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예술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건 예술은 곧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작품 대신 티켓을 판매하는 전시인 ‘페이스 아트 앤 테크놀로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고, 20만 명에 이르는 관람객들이 찾아왔다. 퓨처 페이스는 주요 공공 프로젝트를 맡은 도시나 개발자들 그리고 아트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하는 새로운 종류의 아티스트를 조망하는 조인트 벤처다. 런던에서 있었던 ‘일루미네이티드 리버(Illuminated River)’는 퓨처 페이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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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도 흥미로운 공공 프로젝트를 선보일 날을 기다린다. 그것이야말로 페이스 갤러리가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서울의 아트 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명확한 방법일 테니 말이다.
    예술은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새로운 의식을 갖는 계기를 주는 장치다. 그것이 예술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이유다. 하지만 그 사실 자체는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 예술은 사람들의 인식보다 광범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예술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에 큰 관심을 두게 되었다. (동영상을 보여주며) 뉴욕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다. 거대한 콘크리트 블록이 실제로 공중에 떠 있다. 이 조각을 완성하기까지 2년 동안 아티스트의 스케치와 ‘이렇게 될 거예요!’라는 확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이루는 것, 그리고 전 세계의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갤러리가 할 일이다.

      에디터
      윤혜정
      포토그래퍼
      KIM YOUNG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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