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신드롬

Danish Crown Princess Mary Presents H. C. Andersen Literature Award In Odense

하루키의 소설이 출간되기 한참 전부터 화제가 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한일 양국에 한정해서 얘기하면 그 양상은 사뭇 다른 듯하다. 일본의 경우 ‘과연 어떤 내용일까’에 초점이 모아진다. 흔한 사전 연재도 없고 표지 시안도 공개하지 않으며 스토리는 극비에 붙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대관절 어느 출판사가 얼마나 높은 선인세로 판권을 획득할까’에 관심이 집중된다. 내용이 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하루키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전에도 시끄러웠지만 하루키를 둘러싼 소동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건 <1Q84>가 나올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발행 12일 만에 100만 부 돌파, 일본 내 서점에서의 품귀 현상, 소설에 인용된 야나체크의 음반까지 호황을 누렸다는 뉴스에 고무된 한국의 메이저 출판사들은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10억을 제시한 출판사가 경쟁에서 밀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마침내 출판계가 앞장서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책 누끼

하지만 출판계의 자성도, 독자의 비난도 이렇다 할 소용은 없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 다자키 쓰크루)의 출간 전후에도 상황은 대동소이하게 전개됐으니까. 오히려 선인세는 더 치솟았다. 그런데 지난 2월에 선을 보인 <기사단장 죽이기>를 두고 베팅 경쟁에 참가하려는 한국 출판사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1Q84>를 뛰어넘는 선인세로 화제가 된 <다자키 쓰쿠루>의 한국 내 판매가 무척이나 신통치 않았다는 점과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판타지적 이야기 가운데 난징 대학살에 대한 일본의 제대로 된 반성을 촉구하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레이스에 뛰어들려는 한국의 출판사들은 ‘<다자키 쓰쿠루>의 사례를 감안할 때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일본에서는 자학사관이라는 독자의 비난이 폭주하며 판매가 주춤하지만 한국에서도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양새였다. 결과는 어떨까. 전과 달리 추문에 휩싸이지 않고 판권을 획득한 문학동네에 따르면 올여름쯤 알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