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나의 ‘진짜’ 아버지는 누구인가?

2023.02.20

by VOGUE

    나의 ‘진짜’ 아버지는 누구인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를 보면서 든 생각, 왜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변주하여 반복하는가?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1)

    “내가 너의 아버지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그 유명한 대사 “I’m your father”를 즉각적으로 떠올리실 테지만, 이 지면에서 다룰 내용은 이 장르와는 좀 다르다. 베일에 싸인 아버지의 정체 때문에 고뇌하거나 고민하는 슈퍼히어로에 관해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스타워즈> 시리즈도 슈퍼히어로물이기는 하다.)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2)

    이 주제를 떠올린 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이하 ‘<가오갤 2>’)를 보면서다. 확실히 마블과 DC로 대표되는 슈퍼히어로물은 다양한 슈퍼히어로들로 개별성을 뽐내지만, 결과적으로 ‘아빠 찾아 삼만리’ 테마의 변주다.

    <가오갤 2>는 좀 다를지 싶었다. 주로 지구를 활동 무대로 활약하는 슈퍼히어로들과 달리 ‘가오갤’ 멤버들은 우주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일 뿐 아니라 판타지 세계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멤버 중 리더인 피터 제이슨 퀼스/스타로드(크리스 프랫)는 ‘워크맨’으로 주목 같은 1980년대 팝 넘버를 애청하며 미래 배경 속에 자연스럽게 과거를 끌어안는다.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6)

    물론, 피터가 애지중지하는 카세트테이프가 어머니의 유산이라는 사실이 복선이기는 했다. 그렇다면 피터 아버지의 생사는? 이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내용이 <가오갤 2>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나 달라, 피터는 절체절명의 순간, 아버지와 상봉하게 된다. “I’m your dad, Peter.” 근데 이 아버지의 정체가 좀 황당하다. ‘에고’(Ego)라는 이름의 ‘행성’(Planet)이다.

    아시다시피, 피터는 외계 출신의 아버지와 지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외계에서 온 슈퍼맨이나 지구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슈퍼히어로와는 좀 다른 출생의 비밀 아닌 비밀이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그냥 외계의 존재도 아니고 행성이라니!Guardians of the Galaxy Vol. 2(7)

    파격은 여기까지. 피터의 아버지는 알고 보니 사람 모양의 에고를 앞세워 은하계의 곳곳에 자손을 퍼뜨린 전력이 있다. 그리고 자신, 즉 행성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하나하나 찾아 나서 적임자를 찾은 게 바로 피터다. 그러는 동안 고아 신세가 된 피터를 데려다 키운 건 다름 아닌 욘두(마이클 루커)이었다. 그러니까, 피터에게는 아버지가 두 명이다. 생물학적 아버지 에고와 실질적인 아버지 욘두다.

    두 명의 아버지를 가진 슈퍼히어로는 피터 말고도 또 있다. 외계에서 온 슈퍼맨/클라크에게는 크립톤 행성에서 그를 낳아준 아버지 조엘과 지구에서 그를 기른 아버지 조너선 켄트가 있다. 배트맨은 또 어떤가. 조실부모한 브루스 웨인은 웨인 가문의 집사이자 대리 아버지인 알프레드의 보호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 굳이 두 명의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은 실종된 부모 대신 삼촌 집에서 사는 처지고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은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가 버키에 의해 살해된 사실을 나중에야 알고서야 경악한다.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8)

    많은 슈퍼히어로가 출생 배경과 관련해 혼란을 느끼는 설정은 미국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슈퍼히어로물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최전선에 선 오락물이면서 미국 역사의 트라우마를 읽을 수 있는 좋은 텍스트다. 세계 평화를 운운하며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은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물을 빌려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다.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9)

    그래서 이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위험한 총을 손에 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를 연상시킨다. 그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정체성은 자신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한 주인공의 출생 배경과 연결된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 미국은 개척정신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포장했다. 하지만 말이 신대륙이지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을 몰살하고 그 위에 제국(?)을 건설한 미국의 역사는 피와 폭력으로 출발한 셈이다.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10)

    미국을 대표하는 슈퍼히어로는 개척의 아버지와 폭력의 아버지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낮에는 평범한 인간으로, 밤에는 범상치 않은 가면을 쓰고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슈퍼히어로의 운명. 좀 다를까 싶었던 <가오갤 2> 또한, 질기디 질긴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의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몸은 미래 배경에 존재하지만, 정신은 1980년대에 묶여 있는 피터 제이슨 퀼스/스타로드는 그렇게 미국 역사가 품은 기원의 양면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허남웅(영화평론가)
      에디터
      윤혜정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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