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비의 사생활

21세기적인 ‘방법의 예술가’ 셀비는 전시의 형태를 빌려 서울에서 자신의 집을 공개한다. ‘셀비답다’ ‘셀비하다’ ‘셀비스트(Selby- ist)’의 의미를 알려줄 셀비의 집들이가 곧 시작된다.

셀비 손글씨 답변1

인스타에서 전시 준비를 한답시고 프린트한 작품 앞에서 열심히 헬스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봤다. 자전거가 프린트와 컴퓨터를 작동시킨다고 써 있던데, 진짜는 아니겠지?
그럴 리가! 아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많은 것이 그렇듯이 말이다.(웃음) 작업하면서 짬짬이 운동하겠다고 스튜디오에 헬스 자전거를 놓았는데, 그걸로 그냥 장난 좀 쳐본 거다. 우리는 인스타에 그런 유의 포스팅하는 걸 즐긴다. 그런데 그걸 진짜인 줄 아는 사람이 종종 있더라. 우리의 반응? 그러면 정말 쿨하겠네, 했다.(웃음)

작업실을 묘사해주자면?
인스타에서 보여준 그 공간은 다른 아티스트들과 공유하는 스튜디오다. 난 늘 이동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개념의 작업실은 따로 없다. 사진을 찍을 땐 현장에 있고, 그 외 작은 수채화 작업을 할 땐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집에서 일을 하는 편이다. 큰 작품을 만들 땐 차고나 집 밖에서 작업하면 되고. 그런 면에서 LA의 날씨가 사시사철 좋다는 건 행운이다.

토드 셀비 포트레이트1

지난 2012년, 우리는 뉴욕에서 만났다. 그 도시와 왠지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라 생각했는데, LA로 옮긴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난 원래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자랐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건 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워낙 내 일이 여행을 자주 하는 작업이라 사는 곳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이사 온 지는 1년가량 되었는데, 매 순간의 캘리포니아를 사랑한다. 날씨, 드넓은 언덕, 하늘 그리고 흥미로운 사람들을 말이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내가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문득문득 날 놀라게 했지만, 어느면에서는 LA를 절대 이길 수 없다.

5년 전인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동안 당신에게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그때 당신은 여자 친구 어머니의 65번째 생신을 맞아 가족사진을 찍었다고 했고, 지금은 결혼해서 아버지가 되었다. 일의 측면에서도 결정적인 변화가 있었나?
물론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다룬 첫 책 <The Selby is in Your Place> 이래 음식을 다룬 <Edible Selby>, 그리고 2년 전에는 패션 스토리인 <Fashionable Selby>를 발간했다. 게다가 이제는 아트에 더 집중해 대림미술관에서 쇼를 선보이게 되었으니, 몇 년 주기로 새로운 일이 나를 기다리는 셈이다. 혹은 내가 찾아가는 것일 수도 있고.

세상은 그런 걸 두고 바로 ‘성공’이라고 부른다. 셀비에게 성공이란 어떤 건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 그 외에 다른 것에 대한 게 아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고 건강해질 테니,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공 아니겠나!

Tea Time with Ricki and Vix in London, 2015

Tea Time with Ricki and Vix in London, 2015

사실 전시라는 형태의 이벤트는 그간 당신의 작업 방식과는 반대 지점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캐주얼하고 라이트하고 유머러스하고 기민하게 작품을 선보인 당신이 정색하고 말을 거는 듯한 분위기랄까. 일반적인 사진작가와는 다른 시선으로 전시를 대할 것 같은데, 전시라는 개념 혹은 시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
당신 말이 딱 맞다. 내 접근 방식은 매우 다르다.(웃음)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매우 가볍고 친근하다. 물론 관객을 만나는 건 작품이겠지만, 나는 내 삶 전체를 쇼케이스 하는 방식으로 기획하고자 했다. 관람객이 몇 살이든,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그들이 저마다 하고 있는 작업과 일상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나를 오픈하기로 한 거다. 동시에 최근에 본 다이안 아버스의 <Revelations> 전시가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작품을 볼 수 있는 동시에 그녀의 카메라, 콘택트 시트 등 전 과정을 함께 엿볼 수 있는 전시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당신은 나의 사진, 나의 카메라를 비롯해 심지어 나의 침실과 옷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인 거구나!
매우 마음에 드는 타이틀이다. 내 작업이 사람들의 공간을 다루는 것이니만큼 이 전시는 나의 집과도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작업실, 침실, 거실이 거의 공개된다. 그래서 오늘 사진 촬영에서는 많은 걸 공개할 수 없다. 이해해달라.

Ambika Conroy at Her Farm, Woodridge, NY, 2013

Ambika Conroy at Her Farm, Woodridge, NY, 2013

서울에 마련된 셀비네 집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지, 직접 미리 힌트를 준다면?
우선 뮤지엄의 파사드 전체가 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커버될 거다. 메인 2층에선 각 방에 나의 책에서 비롯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첫 번째 책인 집, 두 번째 책인 음식, 세 번째 책인 패션을 주제로 나뉜다. 그 위층에는 아까 언급한 나의 집 설치와 함께 일러스트레이션이 전시된다. 3D처럼 벽에서 그림이 ‘팝아웃’ 되는 형식이다. 그리고 마지막 꼭대기 층엔 ‘정글룸’이 있다. 언젠가 파푸아뉴기니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공간인데, 그때 우리 아버지는 느닷없이 식인종을 만나고 싶어 했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웃음) 그 언젠가 상상했던 걸 전시 공간에서 풀어본 거다. 아, 야외의 조각 가든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젠 조각품까지 다루는 건가?(웃음)
총 200개가 넘는 조각을 선보인다. 맞다, 조각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매체다. 나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만든, 수채화 느낌의 플레이풀한 3D 조각이다.

Virginia Bates at Home and Store, London, 2013

Virginia Bates at Home and Store, London, 2013

그간 당신이 개인전이라는 형태로 다른 도시에서 선보인 전시와 이번 서울 전시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파리의 콜레트에서도, 미국의 사진 전문 갤러리에서도 전시를 열었다. 하지만 미술관에서의 전시는 처음이다. 예전에 다뤄온 공간보다 훨씬 스케일이 커서 그걸 채우느라 꽤 고심했다. 조각 같은 새로운 작업을 소개하는 것도 처음이고.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야심 차게 출발했는데, 미술관 측이 열린 마음으로 모든 시도를 진지하게 생각해주었기에 가능했다.

셀비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사실 이번 전시를 빌미로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을 찍을 기회를 함께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면 찍고 싶은 피사체가 누구일까?
사실 꽤 오랫동안 수많은 잡지와 일해왔는데, 지금은 예전처럼 활발하진 않다. 난 질문이 지나치게 많고, 피사체에 대해 아주 까다로운 편이라 함께 일하기 수월하진 않을 거다.(웃음) 하지만 서울은 정말 크리에이티브하고 해프닝이 많은, 매우 궁금한 도시다. 왠지 나 같은 인간들로 가득 찬 곳 같다고나 할까?

최근에 촬영한 건 무엇이고, 누구인가?
한 선인장 숍을 찍었고,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를 그의 집에서 촬영했다. 아,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유랑 극단의 서커스도 찍을 기회가 있었다.

Yoshikazu Yamagata at His Studio, Tokyo, 2012

Yoshikazu Yamagata at His Studio, Tokyo, 2012

맨 처음, 누군가의 공간을 들여다보겠다는 생각은 어쩌다 하게 되었나?
모르겠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난 특이한 아이들에게 끌렸다. 인기 있는 친구들보다는 괴짜나 따돌림 받는 아이들, 다른 배경과 지역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관심이 더 갔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가는 게 좋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부터 늘 사람들의 공간에 관심이 갔다.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 그들과의 교류를 통한 배움, 그들을 알아가는 과정 모두가 흥미롭다. 이 모두가 내 작업의 기본이 되는 궁극적인 부분이다. 나는 크리에이터의 첫 번째 덕목이 자신의 흥미를 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특히 어떤 사람들에게 끌리나?
수집가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수집이라는 걸 안 하게 되었다. 그간 너무 많은 아이템을 보고 찍어왔기 때문에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개념에 대한 나의 생각이 좀 바뀐 것 같기도 하다. 몇 년 전 우리가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책을 꽤 열심히 모았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 그래서 당신이 인스타에서 본 그 스튜디오가 생각보다 깔끔했을 수도 있다.(웃음)

당신의 사진은 평범한 일상에 대한 예찬과 더불어 어떤 일이든 가치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그간 사람들의 ‘일’이란 그들의 삶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는 것 같던가?
물론 일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또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직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건 그들의 직업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그런 직업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가의 문제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만을 찍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도 같다. 일은 삶을 우선할 수 없다.

Retts Wood on Her Houseboat, London, 2009

Retts Wood on Her Houseboat, London, 2009

당신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상 <라커웨이 타코>의 타코집 주인이 생각난다. 그에게 직업은 그저 삶의 작은 한 부분으로 느껴졌으니까. 영상 작업도 물론 꾸준히 하고 있겠지?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을 셀비의 거실에 있는 TV를 통해 보여준다. 사실 나는 최근 다큐멘터리에 그치지 않고 시나리오가 잘 짜인 영화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공개하진 않았지만 최근 단편영화 한 편을 완성했고, 올 여름이나 가을쯤 소개할 예정이다. <더 와이어>의 펠리시아 피어슨(Felicia Pearson)과 함께 작업했다.

어떤 ‘셀비다운’ 생동감과 현장감이 보는 이를 신나게 할지 궁금하다. 사실 요즘 영상은 너무 흔한 매체가 되어버리지 않았나. 시대를 앞서갔던 당신이라, 더욱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는 ‘셀비다움’이란 컬러풀한 사람들의 삶이다. 이들의 다양한 색은 일상에서 춤을 춘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이 컬러풀한 삶에 애니메이션을 곁들였다. 일러스트레이션이 움직이는 형식의 작품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힙합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힙합일 뿐만 아니라 아예 래퍼가 영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Eric Werner & Mya Henry at Their Restaurant Hartwood, Tulum, Mexico, 2011

Eric Werner & Mya Henry at Their Restaurant Hartwood, Tulum, Mexico, 2011

그렇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작업 세계는 과연 어떻게 진화하는 것 같은가?
내 인생은 ‘도전’으로 점철되어 있다. 새로운 매체를 찾고, 소재 또한 집에서 음식, 패션으로 옮겨갔으며, 나의 위치도 순수 미술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안주하는 건 재미없다. 맨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내 스타일은 오히려 포멀한 편이었다. 상상이 가나?(웃음) 라이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그래픽적이었고, 어떤 뚜렷한 스타일로 굳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점점 무엇보다 그 순간을 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사진도 점점 캐주얼해졌다. 나 역시 피사체에게도,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도, 나 자신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채 대하게 되었다. 내게는 그게 바로 중요한 ‘진화’다.

Annie Novak at Her Rooftop Farm, Brooklyn, 2010

Annie Novak at Her Rooftop Farm, Brooklyn, 2010

그동안 만난 수많은 이들 중 이런 철학에 영향을 끼친 결정적인 인물이 있나? 당신을 ‘셀비답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준 사람 말이다.
나를 열리도록 해준 인물이라고 표현해도 좋다.(웃음) 바로 나의 첫 번째 책에 실렸던 더 호러스 밴드의 리드 싱어 패리스 배드완(Faris Badwan)이다. 그는 지금껏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수줍음이 많은 남자였다. 내가 카메라를 꺼내 들었을 때 그는 말 그대로, 옷장 속으로 숨었다. 정말이다!(웃음) 그의 머리 부분이 조금 보였고, 나는 그를 옷장에서 끌어내는 대신 숨어 있는 모습을 포착했는데,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는다. 특히 그는 ‘순리대로 한다(Go with the flow)’라는 것의 근사함을 내게 가르쳐줬다.

자면서도 꿈꾸는 궁극의 작업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번에 선보이는 정글룸! 미술관에서의 전시는 오랜 꿈 중 하나이기도 했고, 식인종을 찾고자 했는데 그곳에서 이뤘으니 여한이 없다.(웃음)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서울 일정 중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
전시 오프닝이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제주도 음식도 꼭 먹고 싶다. 제주도에는 가본 적도 없고 갈 시간도 없지만 난 서울에 갈 때마다 제주 음식을 즐긴다. 신기하게도 귤이 맛있다고 하면 제주도 귤이라고 하고, 해산물이 맛있다고 하면 제주도에서 온 거라는 거다.(웃음) 정말 대단한 곳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