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묘한 날씨에 대한 아주 기막힌 고찰

로렌 레드니스가 쓰고 그린 <아주, 기묘한 날씨>는 일상과 역사를 지배해온 날씨에 대한,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청난 서사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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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하루의 일과를 9시 뉴스의 기상예보로 마무리했다. ‘내일의 날씨’만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없었기 때문에, 내겐 당시 전설이었던 김동완 기상캐스터가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인식됐다. 사춘기 시절에 쓴 연애편지에는 ‘비님이 내린다’는 따위의 문장이 늘 등장했다. 그 날의 날씨가 하루의 감성 상태를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되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날씨를 체크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나를 위협하는 숱한 변수들 가운데, 날씨를 미리 알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왠지 안도감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날씨나 기온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까지 매일 체크하게 되었다. 내일 아이가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 가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연, 환경, 미래 등 날씨를 둘러싼 보다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로런 레드니스가 쓰고 그린 <아주, 기묘한 날씨>(출판사 푸른지식)는 이처럼 인간의 일상과 그 이상을 지배하는 날씨에 대한 매우 독특한 일러스트 에세이다. 사실 에세이라는 분류도 적당하지 않은 까닭은, 그가 날씨에 대한 모든 것을 과학, 신화, 문학, 사회 등의 분야를 망라하며 펼쳐 놓기 때문이다. 기후 현상의 원리부터 자연재해, 날씨를 이용한 정치적 선전과 영리 활동까지, 그리고 기후 현상을 설명하는 옛 신화부터 자연을 예찬한 문학작품까지 두루 아우르는 <아주, 기묘한 날씨>는 차라리 ‘날씨 오디세이’에 가깝다. 날씨를 주제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서사들은 인간의 역사와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영원히 손대지 못할 유일한 영역으로서의 날씨에 대한 이야기들이 우리 스스로의 한계와 가능성 모두를 고찰하게 만드니 ‘날씨 철학서’라 불러도 좋을 듯. 형식과 내용 모두 놀라운 이 불세출의 ‘작품’을 두고 <뉴욕타임즈>는 “무시무시할 만큼 아름답다!”고 감탄했고, 미국판 <보그>는 ‘자연의 가장 기이한 역설에 바치는 한 편의 매혹적인 그래픽 북’이라는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