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r Elixir

사랑의 신 에로스의 연인 프시케는 매일 머리에 향수를 발라 단장했다. 손목과 귀 뒤가 아닌 머리칼에 안착한 향의 신세계.

꽃보다 향기로운 그녀의 머리칼! 꽃잎 모양 수영모는 미우미우(Miu Miu), 슬리브리스 드레스는 끌로에(Chloé).

꽃보다 향기로운 그녀의 머리칼! 꽃잎 모양 수영모는 미우미우(Miu Miu), 슬리브리스 드레스는 끌로에(Chloé).

그 옛날 로마 멋쟁이들은 머리에 향수를 뿌려 곱게 빗질하는 것으로 자신을 치장했다. 그들의 미용 철학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도 유효하다. “남자라면 누구나 여인의 긴 머리카락에 낭만적인, 아니 조금은 에로틱한 환상을 지니고 있을 겁니다. 여기에 향이 더해지면 막연하던 환상이 조금씩 구체적 형상을 갖추죠. 재스민 향기 가득한 보라보라 섬으로의 여행, 깨끗하고 보송보송한 하얀색 침대 커버 냄새, 짙은 살색의 머스크 냄새. 그게 뭐든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하는 것만큼은 분명해요.” 한불화장품 향 연구원 임원철의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머리칼에 심취한 이 시대 최고의 향 남자들이 경쟁적으로 헤어 퍼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 주자는 바이레도 창립자 벤 고햄. “일상의 작은 몸짓에 아스라이 흔들리는 모발을 위한 제품을 원했어요.” 바이레도 베스트셀러 6종의 향을 머금은 ‘헤어 퍼퓸’은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할리우드의 상징적인 헤어 스타일리스트 오리베는 동명의 헤어 브랜드 ‘오리베’ 전 제품에 프랑스 남동부 아름다운 해변가 코트다쥐르의 향을 첨가했다. “여심을 자극하는 데 있어 제품의 효능과 텍스처만큼 중요한 것이 향이니까요.”

지난 4월 프랑스 국민 브랜드 끌로디 피에로와 협업으로 화제를 모은 아닉구딸. 이들의 5월 신상은 헤어 퍼퓸이다. “옷이나 피부에 닿는 향수와는 또 다른 섬세함을 표출하는 뷰티 월드의 히든카드입니다. 우리 몸을 통틀어 가장 은밀하고도 신비한 분위기를 전하는 모발에 향기를 덧입히는 순간 매력 지수는 상승하죠.” 아모레퍼시픽 프레그런스팀 주수현 매니저의 말에 바이레도 MD 김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향기로운 머리칼은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합니다. 머리를 쓸어 올리는 몸짓에서 은근하게 풍겨 나오는 향기를 떠올려보세요. 나 자신에겐 만족감을, 이성에겐 관능적 매력을 어필하죠.” 최근 내 살냄새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러운 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향수 대신 헤어 퍼퓸에 눈을 돌리는 고객이 늘고 있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맞춰 조 말론 런던은 브랜드 최초의 헤어 프레그런스를 내놨다. 4월 말 출시된 ‘스타 매그놀리아 헤어 미스트’는 헤어 에센스를 바른 듯 반짝이는 윤기와 향수 못지않은 지속력으로 발매와 동시에 전 매장 품절 사태에 촬영 제품 수급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간편한 휴대와 손쉬운 사용은 헤어 퍼퓸의 또 다른 즐길 거리다. 모발에 윤기를 더하는 헤어 에센스는 대부분 오일 제형으로 이뤄져 사용 직후 손을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헤어 퍼퓸은 모발에 가볍게 분사하면 끝. 또 향수보다 사이즈가 작고 가벼워 어디서나 덧입기 수월함은 물론이다. 헤어 퍼퓸 대신 안 쓰는 향수를 활용하면 안 되느냐고? 큰일 날 소리다. 실크테라피 ABM 장인화는 “향수의 주원료인 알코올 성분이 모발의 수분을 빼앗아 머릿결을 상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고 경고한다. 향의 균일한 분포를 위해 모발 가까이 뿌리기보다 20~30cm 정도 간격을 두고 사용하는 것이 좋고 열이 쉽게 몰리는 정수리 부위는 피하길 권한다. 여름철 악취 유발의 주범이 될 수 있으니까. 헤어 퍼퓸의 기본 상식은 여기까지다. 손목과 귀 뒤가 아닌 머리칼에 안착한 향의 신세계를 온몸으로 즐겨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