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Kyoto Protocol

2017.06.02

by VOGUE

    Kyoto Protocol

    1200년 넘는 일본 공예의 정밀한 솜씨가 100여 년 역사의 유럽 보석과 만났다. 사랑과 존경, 꿈과 빛으로 충만했던 교토의 봄.

    칠흑같이 검은 시노그래피가 교토 국립근대미술관 안에 창조됐다. 100년 역사의 반클리프 아펠 보석들과 1000년이 넘는 교토 공예품들의 랑데부를 위해!

    칠흑같이 검은 시노그래피가 교토 국립근대미술관 안에 창조됐다. 100년 역사의 반클리프 아펠 보석들과 1000년이 넘는 교토 공예품들의 랑데부를 위해!

    요즘처럼 ‘사랑’과 ‘존경’이란 낱말이 자주 쓰인 적이 또 있을까? 꼭 연애 감정을 간직하지 않아도 “밥 먹자”처럼 “사랑해”를 상대에게 틈나는 대로 전한다. 또 ‘리스펙트’(좀더 간략하게 ‘리스펙’)한다는 말은 디지털 세상에서 더 자주 보인다. 여기, 1906년부터 사랑에서 비롯돼 지금까지 존경으로 이어지는 하이패션이 있다. 1906년에 남녀의 러브 스토리에서 시작해 100년 넘도록 우리 여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보석상 반클리프 아펠이다(여기서 잠깐, 바로 그 러브 스토리를 소개한다. 1895년, 다이아몬드상의 아들 알프레드 반 클리프와 보석상의 딸 에스텔 아펠의 결혼 후 탄생한 것이 반클리프 아펠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보석상이 지구 반대쪽에 있는, 약 1200년 전 섬나라의 수도를 찾았다. 전 세계 여러 박물관에서 공개한 이 보석상의 헤리티지 컬렉션 전시를 일본 교토에 선보이기 위해서다. <Mastery of an Art>라고 명명된 전시를 위해 반클리프 아펠 관계자는 전 세계 기자단 앞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하이 주얼리와 일본 공예품을 주제로 합니다. 일본과 프랑스의 경이로운 주얼리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 주얼리와 일본의 전통 공예 작품을 함께 전하게 되어 기쁩니다.”

    아시다시피 교토는 메이지 유신의 시작인 1868년까지 일본의 수도였다. 옷, 음식, 건축 등에서 미적으로 단연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고, 그 피조물을 아직까지 고이 간직하며 길이 보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장인 정신이야말로 반클리프 아펠과 흡사한 유산입니다.” 말하자면, <Mastery of an Art>전을 통해 프랑스 예술의 상징인 하이 주얼리의 100년 역사와 1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교토의 장인 정신 간의 특별한 유대가 구축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진귀한 보석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일본의 국보급 작품이 동원됐다. 요젠(Yogen) 염색 분야의 국보 모리구치 구니히코(Moriguchi Kunihiko), 라(Ra) 그리고 다테니시키(Tatenishiki) 위빙 기법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기무라 다케시(Kimura Takeshi), 전통 목공예 중요무형문화재 나카가와 기요쓰구(Nakagawa Kiyotsugu), 옻칠 장인 핫토리 슌쇼(Hattori Shunsho), 도예가 미와 규세쓰 12세(미와 류사쿠)와 같은 현대 일본 공예 장인의 작품이 그것이다.

    반클리프 아펠_마스터리 오브 아트 (7)

    100년에서 1000년을 아우르고 관통하는 동서양의 이른바 ‘타임슬립’ 전시를 위해 천연 편백으로 제작한 칠흑같이 검은 시노그래피가 교토 국립근대미술관 안에 창조됐다. 이 어두침침한 공간에 유리 케이스가 초현실적으로 배치됐고, 그 안에서 보석과 공예품은 공중 부양한 듯, 혹은 정갈하게 진열됐다. 그러자 몽환적인 시공 초월의 순간이 완성됐다. 2012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일본 파빌리온 전시에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건축가의 솜씨다.

    이렇듯 100년 역사를 지닌 유럽 보석상의 피조물 80점이 1000년 역사의 동양 장인 정신과 만났다. 사랑으로 시작된 보석이 더 큰 존경심을 얻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 교토의 봄에 이뤄졌다.

      에디터
      신광호
      포토그래퍼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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