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전설적인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이 빨간 드레스 아래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엑스레이로 촬영한 이 드레스들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작품들을 가장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전시한 것이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크리스찬 디올에게 ‘우리 모두의 마스터’라 불릴 정도로 전설적인 디자이너였다.
엑스레이로 촬영한 또 하나의 드레스는 동전 크기의 추로 완벽한 모양이 잡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V&A)박물관은 내년 2월 18일까지 열리는 <Balenciaga: Shaping Fashion>에 엑스레이 아티스트 닉 베세이(Nick Veasey)를 초대해 발렌시아가의 조각같은 디자인 아래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관객들에게 공개한다.
하지만 큐레이터 캐시 데이비스-스트로더(Cassie Davies-Strodder)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작품을 연구하면서 배운 것은, 엑스레이로 촬영한 사진만으로 이 전시를 살아 숨쉬게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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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의상장식박물관(Palais Galliera)에서 큐레이팅해 7월 16일까지 브루델 미술관에서 열리는 발렌시아가 전시<Balenciaga, l’oeuvre au noir>와 비교했을 때, 발렌시아가 전시의 영국 버전은 잘못 통역된 듯하다. 하지만 이건 런던 전시의 큐레이터만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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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로 V&A 박물관에서 주어진 공간에 있다. 전시 공간은 천장이 낮고 비좁아 발렌시아가의 작업들을 전시하기에 굉장히 제한적이다.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 안에 전시 공간을 늘리길 바랄 뿐이다. 이곳에 열렸던 알렉산더 맥퀸 전시 <Savage Beauty>가 호평과 찬사로 가득했던 이유도 널찍한 전시 공간 덕분이었다.
발렌시아가 전시 입구에서 세 개의 둥근 공 형태로 만들어진 잔디색 드레스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이 희귀한 드레스는 V&A 박물관의 아카이브가 아닌, 시카고 역사 박물관에서 대여해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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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에 제작한 드레스인데, 이 드레스 하나만으로 발렌시아가가 얼마나 모던하고 특이했는지 볼 수 있죠. 그 당시에 인체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는 건 획기적이었죠.” 전시 큐레이터인 데이비스-스트로더는 이 드레스를 보고 90년대 초를 연상시켜 ‘꼼 데 가르송스럽다’는 평을 남기는 관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발렌시아가가 고객들을 위해 제작했던 우아한 옷과 모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초반부에는 그가 다른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미친 영향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발렌시아가의 고객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바로 영화 배우 에바 가드너(Ava Gardner). 전시장에서는 옛날의 발렌시아가 패션 프레젠테이션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의 2층에서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대신 발렌시아가에게 영향을 받고 영감을 얻은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자리해있다.
발렌시아가에서 일했던 엠마누엘 웅가로(Emanuel Ungaro)와 패턴사로 경력을 쌓은 앙드레 꾸레쥬(André Courrèges)는 물론, 발렌시아가른 21세기식으로 재해석한 니콜라 게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와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의 작업들도 전시되어 있다.
발렌시아가의 제자들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와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의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1968년에 하우스 문을 닫은 꾸뛰리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작품들, 그리고 몰리 고다드와 같이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어떻게 매칭시켰을까? 전시와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책, 레슬리 엘리스 밀러(Lesley Ellis Miller)의 <Balenciaga: Shaping Fashion>에서 지방시와 게스키에르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의 작업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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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의 기술은 여러 면에서 선구자인 동시에 전통주의자에요. 레디투웨어로 전환하지 않았지만, 그가 창조해내는 실루엣과 소재로 벌써 시대를 앞서 나가고 있었죠. 모순적인 면도 있었어요.” 데이비스-스트로더가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한 가지를 빼놓을 순 없다. 발렌시아가의 스타일과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이 정도로 전시장의 큰 공간을 차지해야만 했을까? 발렌시아가는 영국에서 전시를 한 적도 없었고, 대중적으로도 샤넬이나 디올만큼 잘 알려지지도 않은 브랜드다.
정보 전달 면에서는 이번 전시는 훌륭하다. 발렌시아가 옷들을 알맞은 카테고리를 나눠서 각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기 쉽게 전시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어린 나이부터 바느질을 배웠고, 스페인 북부 바스크주(Basque)의 작은 어촌 헤따리아(Getaria)에서 재봉사로 일하던 어머니 일을 돕곤 했다. 12살에 한 재단사 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1937년도 파리에 아뜰리에를 오픈했을 때엔 벌써 30년 경력이 쌓여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발렌시아가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몇 개 열리고 있다. 파리에 열리는 전시에서는 배경에 세워진 조각품들이 옷의 구조와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특히 검정색 옷에 중점을 둬 다양한 텍스처와 톤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파리 의상 박물관의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야르(Olivier Saillard)의 상상력은 그의 패션에 대한 지식처럼 광활하다. 조각품으로 가득한 이 박물관은 발렌시아가의 작품에 잘 어울리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레이스, 실크, 반짝이는 소재와 다양한 텍스처는 실루엣, 부피, 드레이프와 어우러져 검정색 옷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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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레이스 드레스에 포인트로 핑크색 리본을 넣은 발렌시아가의 색 사용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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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책 <Balenciaga, l’oeuvre au noir>(파리 의상 박물관과 브루델 미술관이 함께 출판한 책이다)은 심플하면서도 고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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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전시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전시를 보고 시각적으로 단순히 만족감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시대 관객들의 시점에서 몇 십년 전에 만들어진 발렌시아가의 옷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옷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설명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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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파리에서 열린 발렌시아가 전시를 보고 눈물이 났다. 물론 런던에서 열린 전시에 선보인 엑스레이 사진들도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지만, 나는 크리스찬 디올의 말을 듣기로 했다: “오뜨꾸뛰르는 발렌시아가의 지휘 하에 연주되는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다. 다른 꾸뛰리에들은 그의 지휘에 따라 연주하는 뮤지션들이다.”
최신기사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그래퍼
- NICK VEASEY, CATWALKING, COURTESY OF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RICHARD AVEDON, IRVING PENN, HENRI CARTIER-BRESSON, CECIL BEATON, RICHARD AVEDON, THOMAS KUBLIN, MARK SHAW/MPTV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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