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블루, 산 안드레스 섬

산 안드레스에서 찍은 사진은 대부분 ‘블루’다. 세상의 모든 블루가 모여 있다. 카리브해에 자리한 이 섬은 7가지 바다색으로 유명하다. 백사장에 서면 7가지 명도의 바다색이 자로 그은듯 질서 있게 펼쳐진다. 해와의 합작품이라 날씨에 따라 파란색의 명도는 날마다 다르다. 모두, 어떤 날이건 청명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동서남북마다 달라지는 바다색을 보거나(면적이 26km²라 오토바이로 2~3시간이면 일주한다) 스노쿨링을 했다. 해가 물 속까지 들어와 내 몸에 햇빛의 무늬를 그렸다. 귀에서 찰랑 거리는 물 소리, 스노쿨링으로 늘 젖어있는 몸의 촉각, 해가 데운 뜨끈한 공기, 그 감각이 떠올라 눈물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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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산안드레스가 어디냐 하면, 남미 대륙의 지도를 펼치면 콜롬비아 위 쪽의 카리브해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섬이다. 보고타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도착하며 항공권도 10만원 내외로 저렴하다. 콜롬비아의 제주도랄까. 시내에 호텔과 면세점이 즐비하며 길은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다. 해변의 가게에는 푸른 바다에 어울리는 흰색 원피스를 많이 판다. 스포츠 웨어를 입는 배낭여행자지만, 이곳에선 원피스를 사 입고 휴양지 코스프레를 해보았다. 산 안드레스는 원피스 한 벌과 수영복, 스노쿨링 장비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

시내의 메인 비치라 할 수 있는 바히아 사르디나스 해변은 펜시한 카페도 많다.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커피 체인점인 후안발데즈에서 ‘냉 믹스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하루는 오토바이틀 타고 섬을 돌다, 비포장의 흙 길에 허름한 집들이 모인 구역에 들어섰다. 다른 오토바이가 다가오더니 ”위험해 얼른 나가”라며 출구를 안내했다. 나는 보고 싶은 풍경이 있는 쪽으로 급히 나갔다. 휴양지든 어디든 다양한 풍경이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볼 뿐.

숙소에서 오토바이로 10분 정도만 가면 ‘웨스트 뷰(West View)’라는 워터파크가 나왔다. 4천원 가량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미끄럼틀과 다이빙대, 조금씩 부서진 비치 의자가 놓여있었다. 한쪽에선 보기에도 후끈 달아오르는 독주를 팔고, 입장객에게 식빵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물고기 밥이다. 사람들이 식빵을 하도 나눠줘 바다가 아니라 어항에 있는 듯 커다란 물고기가 많이 몰려들었다. 물고기 공포증이 있지만 스노쿨링에 재미를 붙여 바다에서 나올 줄 몰랐다. 세상의 즐거움 하나를 이제야 알게 돼 아쉬울 정도였다. 이 워터파크는 산 안드레스의 주요 관광코스인지 대형버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도 하였다.

또 다른 코스는 섬에서 15분정도 보트를 타고 조니 케이섬에 가서 멍을 때리거나 또 스노쿨링을 하는 것이다. 산루이스 해변에서 바다로 걸어가(수면이 낮다) 난파선을 보고 또 스노쿨링을 하는 코스도 좋다. 두말할 것 없이  ‘팬톤 컬러칩 블루편’을 보는 듯한 바다가 아름답다. 신 안드레스를 알려준 여행자에게 감사의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을 정도다. 세상의 대륙이 갈라지면서 조각 하나가 카리브해에 떨어졌고, 그 덕에 카리브해의 해적이 자주 오간 역사가 있으며, 자메이카에서 아프리카 노예들이 끌려오면서 어딜 가나 자메이카 국기와 음악, 레게머리를 볼 수 있는 산안드레스 섬.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세상의 모든 블루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