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r Meets Yoga

맥주와 요가에는 공통점이 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 맥주와 요가가 만나 탄생한 비어 요가는 새로운 경지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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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그레이션 위크 행사에서는 비어 요가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뭐라고요? 그런 게 있어요?” 구스 아일랜드 홍보 담당자의 표정은 진지했다. “네, 요즘 베를린에서 한창 인기예요.” 비어 요가라는 단어를 들은 자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맥주와 요가라니. 이것은 흡사 ‘공부 인스타그램’이나 ‘맥 앤 치즈 다이어트’ 같은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조합 아닌가. 구글에서 ‘Beer Yoga’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맥주병을 손에 들고 요가 매트 위에서 단련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우수수 떠올랐다. 세상에는 진짜 비어 요가가 있었다.

비어 요가는 말 그대로 맥주를 마시며 하는 요가다. 맥주병은 요가 도중 타는 목을 축일 때도, 균형을 잡는 데도 사용된다. 비어 요가의 창립자는 베를린의 요가 강사 줄라와 에밀리. 이들은 미국 네바다 주에서 열리는 축제 ‘버닝 맨’에서 맥주를 마시며 요가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맥주를 포즈에 응용해 비어 요가를 개발했다. “비어 요가는 재미와 새로운 시도에 관한 거예요. 우리는 요가 매트에서 포즈를 취했고 페스티벌과 바에서 굉장히 인기를 얻었죠.” 개발 과정에 관해 던진 질문에 줄라로부터 도착한 대답이다. 이들은 홈페이지(bieryoga.de)도 운영하고 있는데 비어 요가를 접한 사람들의 최초의 반응을 예상한 듯 “비어 요가는 농담이 아니다”라고 적어놓았다. 요가의 철학을 맥주가 주는 즐거움과 결합해 가장 높은 수준의 의식에 닿을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줄라는 홈페이지에 덧붙여두었다. “비어 요가는 맥주와 요가라는 위대한 사랑의 결혼입니다. 맥주와 요가 모두 수 세기 동안 몸과 정신을 달래는 치유법으로 사용되어왔습니다.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과 요가의 마음 단련은 서로를 지지하고 활기찬 경험을 선사합니다.”

‘과음’이 유발하는 처참한 결과에 잊고 지내게 되지만 맥주는 수도사들의 술이기도 했다. 중세시대 대부분의 수도원에는 (자급자족을 이유로) 양조장이 딸려 있었고, 기도를 마친 수도사들은 맥주를 마시며 갈증을 풀었으며 금식 기간 중에도 공공연하게 맥주를 마셨다. 마르틴 루터는 “누구든지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다면 맥주를 만드는 것도 하느님의 일이다”라는 말도 남기지 않았던가. 맥주와 요가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 둘의 결합은 정신적 육체적 편안함의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냈다.

베를린을 넘어 호주, 태국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비어 요가는 고요한 수련실보다는 바, 페스티벌, 생일 파티 등 활기찬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비어 요가를 즐기는 사람들 머리 위로 미러볼이 반짝반짝 돌아가기도 한다. 맥주 회사도 이 즐거운 움직임을 즐기는 덕분에 비어 요가 클래스는 거대한 맥주 양조통 앞에서도 열린다. 옷차림도 유연하다. 진정한 요기라면 한 벌씩 구비하고 있는 룰루레몬 요가복과 19세기 태피스트리에서 영감을 얻은 듯 로즈 프린트가 가득한 ‘몸뻬’ 바지가 공존한다. 구름을 깔고 앉은 듯 편안한 표정과 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늘 밤, 나 미쳤어요!’ 표정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SNS에 올라오는 비어 요가 후기는 이런 식이다. “살짝 알딸딸해지면서 릴랙스가 돼요. 우린 모두 이런 느낌을 좋아하죠.” “술 마시면서 춤추는 느낌과 비슷해요.” “맥주를 마시니 과감해지면서 적극적으로 동작을 하게 되는 장점이 있어요!” 요약하자면 ‘건강한 쾌락’이랄까.

구스 아일랜드에서 주최한 한국 최초의 비어 요가 클래스에 참석해본 나의 소감도 마찬가지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시작할까요?”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주는 자유로움, 전날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즐겼을 공간(클래스는 강남역 한복판 루프톱 테라스에서 열렸다)에 깔려 있는 하늘색 요가 매트가 주는 비현실적인 느낌으로부터 해방감을 느꼈다. 동작이 새로울 건 없었다. 일반적인 요가 동작에 맥주병이 운동 기구처럼 사용되었다. 맥주병 무게 때문에 어깨와 복부에 힘이 들어갔고, 깨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물건’ 때문에 정직하게 집중을 하게 됐다. 마치 덤벨 요가를 할 때처럼 근육이 풍부하게 사용되었다. 고단한 일상으로 뻣뻣해진 몸과 딱딱해진 마음의 긴장이 풀렸고, 따뜻한 땀이 몸 밖으로 배출되었다. 체온으로 인해 맥주의 찬 기운이 서서히 사라졌지만 그 사이를 홉의 향이 채웠다(4~7℃로 차게 마시는 라거보다 10~14℃로 마시는 에일이 더 적당할 듯하다). 중간중간 들이켠 맥주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1시간 동안 흘렀던 음악은 명상 음악이 아닌 콜드플레이 앨범. 두 손을 모으고 나지막이 ‘나마스테’라고 말하며 마무리 동작을 했을 때 신나게 뛰어놀고 난 것 같은 개운함이 찾아왔다. 땀의 질을 비교하자면 좋아하는 밴드의 콘서트에서 헤드뱅잉을 하고 난 뒤의 것과 비슷하달까. 클래스에 함께 참석했던 K기자는 요가보다는 레저를 즐긴 듯하다며 다소 발그레해진 얼굴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개운한 기분만큼 비어 요가가 건강에도 좋다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클래스를 진행했던 김보현 강사는 “건강상 이점이 있다고 말하긴 힘들죠. 하지만 분명히 몸이 따뜻해지면서 근육이 이완되어 긴장이 풀리는 효과가 있어요. 핫요가가 외부 자극으로 땀을 나게 한다면 비어 요가는 몸 안에서 열이 나게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맥주가 심장마비와 당뇨병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결과를 발표한 연구 집단(아마도 애주가일 것이다)이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비어 요가의 효과가 전문적으로 증명되진 않겠지만 맥주와 요가를 사랑하는 인류는 이미 결론을 내린 듯하다. 비어 요가를 개발한 줄라와 에밀리는 천재이며, 비어 요가는 맥주와 요가가 시작된 기원전 4000년 이래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말이다. 나 또한 이 둘의 만남을 적극 지지하며 경배하는 바이다. ‘나마스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