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Horse & I

2017.06.02

by VOGUE

    Horse & I

    승마가 로열패밀리의 취미 생활? 안 해본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멀티 스포츠, 승마 이야기.

    탄탄한 말 근육이 빛나는 켄달의 핫 보디? 승마와 함께라면 일도 아니다. 망사 드레스는 베르사체(Versace), 드롭 이어링은 아이린 뉴워스(Irene Neuwirth).

    탄탄한 말 근육이 빛나는 켄달의 핫 보디? 승마와 함께라면 일도 아니다. 망사 드레스는 베르사체(Versace), 드롭 이어링은 아이린 뉴워스(Irene Neuwirth).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최고의 아웃도어 스포츠라 자부합니다. 전신 근육을 사용하기에 흐트러진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다 조깅이나 수영처럼 무리하게 힘들다는 기분은 안 들죠. 획일화된 동작이 반복되지 않아 지루할 틈도 없고요.” 우아함의 대명사 샬롯 카시라기는 일주일에 네 번 말을 타는 승마 애호가다. 군살 없이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구하라와 정려원의 취미도 승마다. 소녀시대 유리와 효연도 소문난 승마 마니아. 심지어 올해 초 설리의 인스타그램(그 유명한 SNS!) 피드에도 승마장 셀피가 올라왔다. 대체 승마가 왜?

    BEFORE RIDING

    지난 주말, 오랜 숙원인 승마에 도전했다. 준비물은 생각보다 단출하다. 통이 넓지 않은 바지(가급적 스키니 진을 권한다)에 운동화가 전부. 마음의 짐이던 헬멧과 조끼, 장갑은 현장에서 대여해주니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지정된 교관을 따라 마구간에 들어선 순간 사극에서나 보던 탄탄한 몸집의 말들이 눈을 끔뻑이며 외부인을 반긴다. 내 파트너는 경주마 출신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온순한 진갈색 말.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가벼운 눈 맞춤을 건넨 뒤 승마장에 입성했다. 에르메스 향수 ‘갈로 데르메스’와 꼭 닮은 은색 발판을 딛고 안장에 오른 뒤 고삐 쥐는 법을 인지하는 것으로 달릴 준비는 끝. “몸집이 생각보다 훨씬 크죠? 안 그래 보여도 지금 타고 계신 말의 몸무게는 550kg에 육박합니다.” 문득 말이 수용할 수 있는 무게가 어느 정돈지 궁금해졌다. “말은 자기 몸무게의 15% 이상이 탈 때 허리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말에 올라탈 수 있는 체중의 마지노선은 80kg대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은 승마를 즐길 수 없어요.” 분당승마클럽 조재윤 교관의 설명이다. 말에 올라타는 것까진 좋았는데 체감 높이가 상당하다. 고소공포증 환자의 마음이 이런 걸까? 고삐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저도 수천 번 떨어져보고 밟혀도 봤죠. 그래도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하하. 중심을 잃는 순간 몸을 던져 뛰어내리거나 고삐를 놓아버리면 상체 먼저 떨어질 가능성이 커요. 갈비뼈가 부러지는 불상사를 피하려면 고삐를 꼭 사수하세요.”

    BODY MAKER

    직접 타보니 말로만 듣던 자세 교정 효과가 상당하다. 승마의 기본 자세는 체중이 좌우 엉덩뼈에 고르게 실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귀, 어깨, 엉덩이, 발꿈치가 일직선 상에 있어야 한다. 엉덩뼈에 불편한 자극이 느껴진다면 자세가 흐트러졌다는 적신호. 말이 천천히 걷는 평보 코스에선 참고 버틸 만하지만 서서히 속도가 붙는 경속보 코스로 들어서면 그 아픔이 배가된다. “초보자라면 누구나 겪는 증상입니다. 통증을 최소화하는 엉덩이 보호대가 있긴 하지만 권하진 않아요. 처음만 힘들지 자세가 잡히면 문제 될 게 없거든요.” 말에 올라타 평보와 경속보를 반복한 지 20분이 지났을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면서 몸이 슬슬 달아오른다. “시간 대비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해요.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겉옷을 입고 말 타는 사람은 없죠.” 1분간의 휴식 시간. 주위를 둘러보니 기승자 열에 일곱은 여자다. “여자에게 참 좋은 운동입니다. 전신 운동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심폐 기능 향상은 물론 혈액순환 개선, 군살 관리까지 그야말로 ‘일석삼조’죠. 가장 큰 변화는 허리와 다리에서 포착됩니다. 아랫배 군살이 정리되면서 허리가 잘록해지고 허벅지 물렁살이 사라지는 기적을 맛볼 수 있죠.” SS승마클럽 안가람 교관의 증언이다. 조 교관은 ‘리듬감’을 꼽는다. “말이 걷고 뛸 때 느껴지는 반동에 몸을 맡기다 보면 허리와 골반에 자연스러운 리듬이 더해져요. 꾸준히 타면 뻣뻣했던 몸이 한결 유연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승마는 살아 숨 쉬는 생물과 함께하는 유일한 스포츠다.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기에 말과의 교감은 선택이 아닌 필수. “말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말은 생각보다 훨씬 영리한 동물이에요. 기승자가 나를 잘 다루는지, 나를 믿고 타는지 다 알고 있죠.” 미사리 승마공원 박원규 대표의 말이다. 반려동물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승마에서도 주효하다. 말과 나누는 자연스러운 감정 교류가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증 완화에 한몫해 재활 치료로도 효과 만점!

    CHECK POINT

    승마의 장점을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시작이 망설여지는 이유? 비싼 레슨비와 낮은 접근성이다. ‘귀족 스포츠’라는 선입견에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쉽게 포기하기 일쑤인데 그럴 필요 없다. 1회 레슨 비용은 6만~10만원대로 필라테스와 비슷한 수준. 최근 도심 근교에 승마 시설이 다량 확충되어 접근성도 좋아졌다. 이번 체험을 위해 방문한 분당승마클럽의 경우 강남역에서 버스로 40분 거리. 나이가 어리다면 모를까 생리 중이나 임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엔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노 프로블럼’이다. 박 대표는 “반동에 의해 오히려 하체 순환이 좋아진다”고 전한다. 안 교관 역시 동의한다. “국가 대표 선수들도 다타는걸요. 하루 종일 타는 게 아니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순간 낙마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으니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허리 디스크 환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승마 운동기구로 대체할 수 없느냐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말과 한 몸이 되어 달리는 짜릿함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MERT ALAS & MARCUS PIGGOTT
      모델
      켄달 제너(Kendall Jenner@The Society Management for Estée Lau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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