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잔혹사

‘가족의 달’이 막 지난 6월 1일, 삼청동의 갤러리에서 가족에 대한 특별한 전시가 시작되었습니다. 행복이 가득한 동화 속의 집과는 다소 거리가 먼 지극히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 조문기와 알렉스 베르하스트의 2인전 <기묘가족奇妙家族: 가장의 부재>입니다.

기묘가족 포스터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요즘 TV는 온종일 가족에 대해 말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선 매일 밤 새로운 가족 신화가 탄생하죠. 슈퍼맨 아빠와 어린 자녀의 단란한 하루, 쉰 살이 넘은 철부지 아들과 그런 자식이 마냥 사랑스러운 고슴도치 노모. 가정 불화와 극적인 화해는 아침 방송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입니다. 최순실과 정유라, 그리고 유병언 일가는 아마도 2017년 한국에서 제일 악명 높은 가족일 테죠. 때로 가족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기도 합니다. 이건 정치인이나 재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가족의 달’이 막 지난 6월 1일, 삼청동 바라캇 서울에서는 조문기와 알렉스 베르하스트의 2인전 <기묘가족奇妙家族: 가장의 부재>전 오프닝이 열렸습니다. 각각 한국과 벨기에라는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두 작가는 오래된 가족 신화에 공통된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들의 그림 속 어디에도 화목한 가정의 모습은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하고 대화가 단절된 식탁에선 웃음 대신 무언의 폭력이 오갑니다. 누구도 이 부조리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죠. 출생과 동시에 하나의 혈연 공동체로 묶여버린 이들에겐 애초에 선택의 기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한 가족이라는 이유로 강요된 믿음, 소망, 사랑 속에서 개인은 더욱 외로워질 뿐입니다.

베르하스트의 작품 ‘정지된 시간(Temps Mort/ Idle Times)’은 가장의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사건 직후를 대본과 사진, 인터렉티브 영상으로 담아낸 건조한 가족의 초상입니다. 이 시리즈 중 한 작품인 ‘저녁식사(The Dinner)’는 무의미한 대화로 가득한 짧은 영화죠. 언뜻 그림처럼 보이는데 신기하게도 화면 속 인물들이 말을 하고 반응을 합니다. 관객이 작품 앞에 적힌 전화번호로 스틸만씨에게 전화를 걸면, 화면 속에서 해당 인물이 전화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끔 스틸만씨는 전화를 안 받기도 하니, 너무 상처받지는 마세요.

베르하스트의 작품 맞은편에는 조문기의 ‘상주와 함께(The House of Mourning)’가 걸려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흔히 보이는 가족 간의 재산 다툼을 연상시키죠. 너무 가까운 나머지 한 몸처럼 엉켜 서로의 눈을 찌르기도 합니다. 인디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 클럽의 리더 조까를로스로스로도 유명한 작가는 음악 활동과 회화 작업을 병행해오며 가부장적 한국 사회의 모순을 블랙코미디 같은 가사와 만화적인 그림으로 표현해오고 있습니다.

사진과 영상, 회화 등 매체는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은 묘하게 닮았습니다. 알렉스 베르하스트의 무빙 이미지가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시대의 팜플렛과 바니타스 정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조문기는 박제화된 성화의 이미지 속에서 가족주의의 허상을 발견합니다. 가족이라는 가깝고도 먼 애증의 이름. 어떤가요,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신가요?

2017년 6월 1일~8월 6일(월요일, 공휴일 휴관), 바라캇 서울(종로구 삼청로 58-4, 02-730-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