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과 여행자

오대양 육대주를 밟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지만, 그중에 제일이 있더라. 세계 일주자들이 선정한 최고 여행지.

오대양 육대주를 밟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지만, 그중에 제일이 있더라. 세계 일주자들이 선정한 최고 여행지.

돌고래와 스노클링, 잔지바르

세계 일주를 떠난 이유 국가, 사회, 교육, 가정, 모두 태어나보니 정해져 있었다. 뭐든 당연히 여기며 살던 내가 틀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헤매고 싶었다. 정해진 대로가 아닌 스스로 정하는 삶! 여행을 통해 진정한 히피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이런 대사가 있다.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데, 대부분 태어난 곳에서 살다 죽고 세상 구경도 못해보지 않습니까? 그 대부분이 되기 싫습니다.”

세계 일주의 유산 “어디가 제일 좋았어?” 혹은 “뭘 느끼고 뭘 배웠어?”란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때마다 적당히 둘러댄다.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여행은 그냥 여행이야. 즐겨. 아무 목적 없이 온전히.”

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곳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 탄자니아의 동쪽 바다에 있는 섬으로 다르에스살람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항구도시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곳 중 하나다. 스쿠터 여행을 좋아하는데, 잔지바르는 스쿠터를 타고 돌아보기 좋다. 스톤타운 야시장의 들뜬 분위기, 신선한 주스 가게, 경이로운 바다색, 별과 파도가 동석하는 해변에서의 식사, 코앞에서 마주친 돌고래들, 모두 잔지바르 섬에 있다.

잔지바르에서 할 일 나라마다 상상 이상의 가격과 품질의 무언가를 발견하곤 한다. 잔지바르에서는 문어와 파인애플이 그렇다. 현지인에게 부탁하면 한화 5,000원에 문어 2kg이 거뜬하다. 동네 한 바퀴 돌면 게스트하우스만큼 저렴한 별장 같은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섬 남쪽의 키짐카지 딤바니에서 돌고래와 스노클링을 할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돌고래를 20여 마리까지 만난다. 해변에서의 저녁 식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화 1만원 정도면 해변에 로맨틱한 촛불이 놓인 테이블이 마련되고 신선한 해산물 코스가 서브된다. 섬 동쪽에는 잠비아니와 파제 해변이 아름답게 자리한다. 좀더 걸어 올라가면 핑궤라는 지역이 나오는데, 썰물 때는 걸어서, 밀물 때는 배를 타고 들어가는 레스토랑 ‘The Rock’이 있다. 분위기가 상당하다. 근처 ‘Kae Funk’이라는 숙소는 합리적인 가격에 엄청난 뷰를 자랑한다. 섬 북쪽의 능위 해변도 물색이 유명하다. 해변에서 맥주 한잔하면서 바라보는 바다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잔지바르의 맞춤형 인간 한 달 이상의 휴가를 낼 수 있고, 스쿠터를 몰 수 있는 사람.

박은수(2014년 6월~2016년 11월까지 세계를 돈 미술 교사)

 

바오바브나무 행성, 무룬도바

세계 일주를 떠난 이유 15세에 다카하시 아유무의 <Love & Free>를 읽고 내가 평생 방랑할 운명임을 직감했다. 역시나 8년 후 세계를 방랑하게 되었다.

세계 일주의 유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한다. 니체의 말처럼 여행 중 모든 지질함을 마주했고 내면의 악을 보았지만 그걸 예술로 승화하게 됐다. 세상을 어린아이처럼 보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순간을 기억했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곳 마다가스카르의 무룬도바. 버스라고 하기 멋쩍은 작은 봉고차에 사람들이 구겨져 10시간 동안 이동한다. 창문을 살짝 여니 먼지가 들이닥쳤다. 눈을 감고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버스 안내원이 나를 깨웠다. 시내 한복판에 내려 무작정 아무에게나 물었다. 바오바브나무가 보고 싶다고. 지나가던 택시 기사가 짧은 영어로 설명했다(마다가스카르에선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택시를 타야 한다고. 그렇게 비포장도로를 몇십 분 달리니 내 키의 100배쯤 되는 나무가 줄지어 나타났다. 카메라를 잊을 만큼 웅장한 나무들. 나무를 만져보았다. 까슬까슬한 감촉. 나도 모르게 입을 맞추고 인사를 했다. 바오바브 나무에 기대앉아 <어린 왕자>를 읽었다. 신선한 오후의 바람이 불어도 땀은 연신 흘렀다. 그리고 저무는 아름다움을 보았다.

무룬도바에서 할 일 무룬도바에 가는 목적은 ‘바오바브나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뜨거운 하늘 아래, 혹은 아프리카 특유의 진한 노을과 어우러진 바오바브나무는 최고의 시간을 선사할 거다. 시내 근처에 자리한 해변을 산책하고 해산물을 즐겨도 좋다.

무룬도바의 맞춤형 인간 <어린 왕자>의 이 구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해 지는 걸 구경하러 가. 난 쓸쓸할 때 해 지는 걸 보고 싶어.” 아빠의 커다란 구두처럼 쓸쓸한 저물녘의 바오바브나무가 당신을 위로할 것이다.

이수현(2014년 7월 14일~2017년 2월 20일까지 세계를 돈 학생)

 

아마존에 한 발, 루레나바케

세계일주를 떠난 이유 어릴 적부터 <로빈슨 크루소>,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의 책을 보며 세계 일주를 꿈꿨다. 성인이 되고 안나 푸르나 트레킹을 가서 엄홍길 대장을 만난 적 있다. 악수와 함께 “끊임없이 도전하라”란 말씀을 해주셨는데,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왔다.

세계 일주의 유산 별일이 다 있다. 로마에서 배를, 파리에서 비행기를 놓친 것, 브뤼셀 푸줏간 거리에서 당한 사기, 인종차별, 168시간의 기차, 72시간의 버스, 인도에서의 물갈이, 준비 부족으로 추위에 떨었던 토레스델파이네 등.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타인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상황 대처 능력이 좋아졌다.

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곳 볼리비아의 루레나바케. 유럽에 있을 때 브라질 친구에게 아마존에 가봤냐고 물었다. 당시 나에게 ‘아마존=브라질’이었기 때문이다. 남미를 여행하던 중 아마존은 거대한 강이며, 남미의 많은 나라를 지남을 알게 되었다. 물가가 저렴한 볼리비아의 루레나바케에서도 아마존 투어를 할 수 있었다. 다녀본 여행지 중 가장 작은 공항이고(육로로 이동하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이기에 항공편을 이용한다), 여러모로 불편했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아마존을 여행할 수 있어 행복했다.

루레나바케에서 할 일 루레나바케는 아마존 체험을 위한 도시이다. 그중에도 가장 기본적인 ‘팜파스 투어’를 진행했다. 주요 일과가 야생동물을 찾아다니는 거다. 아나콘다, 카피바라, 피라냐, 핑크 돌고래 등 아마존에서만 서식하는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아마존의 일몰은 최고의 맥주 안주, 커다란 달은 잠자리의 친구다.

루레나바케의 맞춤형 인간 도전과 아마존을 좋아하는 자. 팜파스 투어로 아마존을 안다고 할 순 없지만 맛보기라도 원한다면 추천한다. 동물이나 벌레를 싫어하지 않고 열악한 환경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모기에 안 물리는 체질이라면 최고!

김성진(2013년 9월~2015년 3월까지 세계를 돈 청년)

 

문명을 벗어나는 렌터카, 세몬콩

세계 일주를 떠난 이유 월, 화, 수, 목, 금, 죽은 듯이 일하고 주말에 미친 듯이 노는 일상을 반복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럴 것이다. 10년, 20년이 그냥 흐를 것 같아 무서웠다. 그래서 세계 일주를 터닝 포인트로 선택했다.

세계 일주의 유산 한국에선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았다. 덕분에 사소한 것들도 고맙다. 더운 날, 냉장고 없는 곳에서 얼음을 발견해서 고맙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숙소도 고맙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포장도로가 나와서 고맙다.

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곳 레소토의 세몬콩. 레소토는 남아공 내에 있는 왕국이다. 현재 렌터카 여행 중인데, 레소토는 나라 자체가 높은 고도의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차가 롤러코스터처럼 달린다. 목적지 없이 드라이브만으로도 탄성이 나온다. 아직까지도 레소토 현지인의 주요 이동 수단은 말이다. 노을이 지는 산에서 담요를 휘휘 두르고 천천히 말 타는 사람을 보면 고요함이 뭔지 알 것 같다. 평화로운 풍경이 이렇게 강렬한지도.

세몬콩에서 할 일 첫째, 하이킹. 세몬콩의 말레추냐네 폭포는 192m 높이라 그 자체로 장관이지만 가는 길이 더 예술이다. 문명과 단절된 레소토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소가 광활한 옥수수밭을 갈고, 양치기 할아버지는 그늘에서 꾸벅꾸벅 존다. 무뚝뚝한 얼굴이지만 ‘Hello’ 한마디에 이를 활짝 드러내며 웃는다. 스머프 집 같은 전통 가옥도 풍경에 일조한다. 왕복 3시간이라 할 만하다. 둘째, 튼튼한 사륜구동 차를 끌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질주하는 것. 빨간 지프를 모는 거친 ‘상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사실 현실은 달달거리는 포드 미니밴이었다. 셋째, 캠핑과 브라이(아프리칸스어로 바비큐를 뜻함).

세몬콩의 맞춤형 인간 문명의 이기와 이별하고 싶은 사람. 폭포 앞에서 정신을 놓거나, 텐트 앞으로 지나가는 거위와 대화하길 좋아하는 사람.

최진봉(2016년 5월부터 남편과 세계 일주 중인 아내)

 

유목민과의 트레킹, 카라콜

세계 일주를 떠난 이유 세계 일주라는 단어가 높은 벽 같았다. 하지만 군 전역 후 일본 유학을 하면서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고, 새로운 경험을 쌓을수록 에너지가 생기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학교를 휴학하고 여행을 시작했다.

세계 일주의 유산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실감한다. 세계 일주가 끝난 후 오히려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곳 키르기스스탄의 카라콜.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 이후의 루트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 불리는 알틴아라샨이 카라콜에 있음을 알았다. 살면서 한 번도 트레킹을 해본 적 없지만, 이 아름다운 산을 보는 순간 달려가 안기고 싶었다. 천천히 걸으며 유목민과 양치기, 절경과 어우러지는 트레킹을 했다. 긴 여행으로 무뎌진 감성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 텐트를 치고 쉴 때면 위스키 한 모금을 마셨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고산병이 심해졌는데, 유목민이 준 차와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회복했다. 그는 밤엔 춥다며 나를 자기 집에 묵게 했고, 손수 도시락도 싸주었다.

카라콜에서 할 일 무조건 트레킹. 고산병 약을 미리 챙겨야 하고, 텐트와 취사도구는 빌릴 수 있으며, 지프나 말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주말 오전 6시부터는 가축 시장이 열린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양과 염소들이 가슴 아프지만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 중앙아시아의 식탁에는 양고기가 자주 올라온다. 샤슬릭이라고 불리는 양꼬치는 한국의 양꼬치와 차원이 다르다. 카라콜에서 차로 1시간 달리면 이식쿨 호수가 나온다. 제주도 면적의 네 배나 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다. 날씨가 좋으면 한화 1만원 정도에 행글라이더를 탈 수 있다.

카라콜의 맞춤형 인간 경이로운 자연을 트레킹 하고 싶고, 적은 돈으로 배불리 먹고 취하며 여유롭게 지내고 싶은 여행자.

박시철(2015년 3월~2016년 9월까지 세계를 돈 패션 & 사진 전공 유학생)

 

내전의 눈물을 닦은 올드 타운, 모스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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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를 떠난 이유 육군 장교가 꿈이자 직업이었다. 우연히 김수영 작가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읽고 세상의 크기에 대해 가늠만 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누나의 사망 소식에 삶을 돌아보고, 육군본부로 전화해 장기 복무 신청을 취소하고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세계 일주의 유산 나를 발견하고 가치관을 정립했다.

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곳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 종교 문제로 내전을 겪은 모스타르는 푸른빛 네레트바 강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가톨릭 마을이, 오른쪽은 이슬람 마을이 자리한다. 상반된 마을의 모습이 아름답다가도 내전의 상흔이 서려 있어 서글퍼진다. 하지만 오래된 다리인 스타리모스트를 중심으로 펼쳐진 동화 같은 올드 타운과 평화로운 사람들, 역사의 아픔이 묻어 있는 식당, 카페, 상점, 은행, 병원을 보는 경험은 특별하다.

모스타르에서 할 일 올드 타운은 머무는 자체로 힐링이다. 스타리모스트와 네레트바 강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만 있어도 좋다. 모스타르에서 약 3시간 떨어진 보스니아헤르체 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로 가는 길은 2013년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타봐야 할 버스 노선 1위’로 등극한 바 있다.

모스타르의 맞춤형 인간 관광지가 아닌 도시 그대로를 받아들일 줄 아는 자.

백석현(2015년 10월~2016년 11월까지 세계를 돈 방랑자)

 

베르베르인이 내온 차 한 잔, 에사우이라

세계 일주를 떠난 이유 신체와 시간을 오직 나를 위해 사용하고 싶었다. 2~5년이면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다는 소식에 그 정도면 나도 가능하지 싶었다.

세계 일주의 유산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곳 모로코의 에사우이라. 모로코에서 석 달을 보냈는데 그중 42일을 에사우이라에 할애했다. 항구도시이자 바람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은 전 세계 윈드서핑 마니아와 여행자로 북적거린다. 구시가는 성벽이 높게 에둘러 있는데, 의식주 대부분을 성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스페인과 접근이 용이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 아랍과 유럽의 정복자들, 사하라 사막을 건넜을 상인과 낙타들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가장 좋은 순간은 역시나 골목을 따라 걸으며 햇빛 아래 나른하게 누운 고양이를 쓰다듬을 때. 매일 저녁, 으슥한 골목에 위치한 허름한 식당을 찾았다. 베르베르인은 닭고기를 숯불에 구워주고, 모로코식 차를 건네주었다. 설탕 두 스푼을 넣고 민트로 토핑한 차 때문에 계속 그곳을 찾았다.

에사우이라에서 할 일 골목 산책만으로도 충분하다. 현지인의 주식인 정어리튀김과 모로코 빵인 홉스를 먹고 카페에서 차 문화를 경험한다. 곳곳에 흘러넘치는 아라비안의 분위기와 베르베르인들의 음악에 몸을 맡기고, 사하라 사막의 색이 담긴 석양을 바라보자.

에사우이라의 맞춤형 인간 윈드서핑을 좋아하는 사람, 이국적인 색채의 도시를 거닐고 싶은 사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박제민(201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자전거로 세계를 돌고 있는 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