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 볼까? -②

금쪽 같은 휴일 두 시간을 헌납할 가치가 있는 따끈따끈한 신상 컬처 아이템.

<엘르> 6월 15일 개봉 | 감독 폴 버호벤 | 주연 이자벨 위페르, 로랑 라피트, 앤 콘시니

게임회사 사장 미셸은 어느 날 집에서 괴한에게 강간을 당한다. 놀라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간 아버지 때문에 수시로 위협에 시달리는 미셸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조용히 이 일을 처리하려 한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미셸과 주변인들의 혼란스러운 도덕관, 뒤틀린 욕망을 전시한다. 아동극처럼 명쾌한 충무로식 스릴러에 익숙한 관객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엘르>를 설명하는 가장 친절한 방식은 폴 버호벤이 <원초적 본능>(1992)의 감독임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속이 안 보이는 상자에 손을 넣었다가 축축하고 물컹한 무언가를 집게 되었을 때처럼 오싹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엘르>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더 바> 6월 15일 개봉 | 감독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 주연 출연 블랑카 수아레즈, 마리오 카사스, 세컨 드 라 로사, 테렐레 파베즈

이 영화를 감상하는 건 102분 동안 시끄럽고 이기적이고 포악하고 멍청한 한 무리의 사람들과 지저분한 창고에 갇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마드리드 광장의 어느 바에서 갑자기 총격사건이 벌어지고 통신이 두절되면서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그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모으는 대신 서로 악다구니를 쓰고 지독하게 폐를 끼친다. 지켜보기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불쾌하고 부조리한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매순간 다음 장면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등장인물이 하나씩 제거되는 후반부로 가면서 얘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한정된 공간, 단순한 설정으로 끊임없이 긴장을 유발하는 솜씨가 놀랍다.

 

<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작가 제스 베이커 | 번역 박다솜 | 웨일북

‘우리는 모두 자기 몸을 혐오해야 한다고 배웠으며 다른 대안이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그러나 사실, 대안이 있다.’ 출판사는 제스 베이커를 ‘자기애와 정신건강 운동가’라고 소개한다. 과연 그녀는 113kg에 육박하는 자기 몸매를 긍정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그런 몸을 사랑할 수 없도록 가로막는 온갖 사회적, 문화적 장치들을 조목조목 까발림으로써 타인의 정신건강까지 챙겨준다. 베이커는 ‘아베크롬비 앤 피치’의 브랜드 마케팅을 패러디한 ‘어트랙티브 앤 팻(Attractive & Fat)’ 캠페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속옷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의류 브랜드와의 협업, 저술 및 강연 등을 통해 신체 긍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작가 김탁환 | 북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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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거짓말이다>는 세월호 희생자 수색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들을 모델로 한 픽션이다. 민간잠수사들은 생업을 팽개치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업을 주도했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 무모한 희생에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품다 못해 갖가지 억측을 퍼뜨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거짓말이다>는 그에 관한 생생하고 감동적인 기록이다. 현재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픽션의 한계로 인해 보고 나면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는 <거짓말이다> 제작과정을 담은 논픽션이다. 4개월 동안 이뤄진 인터뷰, 자료조사, 현지답사 과정이 일기 형식으로 기록되었다. 책이 출간되는 6월 17일은 세월호 구조 과정을 세상에 알리고, 김탁환과의 인연을 통해 소설의 모태가 되었으며, 지난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김관홍 잠수사의 1주기가 되는 날이다. 뜻 깊은 발간이다.

 

<X-RAY MAN 닉 베세이> 전시 | 6월 22일~8월 27일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7전시실

닉 베세이는 20여년에 걸쳐 작은 곤충부터 식물 그리고 거대한 보잉 777에 이르는 다양한 오브제를 엑스레이로 촬영해온 아티스트다. 이것은 그가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여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닉 베세이와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The V&A Museum)가 협업한 발렌시아가 프로젝트의 2017년 신작이 대거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