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짧거나 길거나, 구불거리거나 납작하거나. 다가오는 시즌엔 하나의 헤어 요소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익숙한 두 가지 스타일이 만나 완전히 새로운 룩을 연출하는 새 시대가 펼쳐질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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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멍, 발렌시아가 등 힙하다는 레이블의 컬렉션 말이야, 사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좀 ‘너드’스러운 구석이 있지 않아? 아주 미묘한 차이로 경계 저쪽, 세련의 영역에 속해 있지만 말이야.” 어느 날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실장이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80년대와 90년대를 오가는 실루엣이 미래적으로 느껴진다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고 말이다. “돌고 도는 레트로 좀비에게 멋과 생명을 불어넣는 건 조합의 묘가 아니겠어요? 그러는 실장님도 강동원의 머리를 ‘ㄱ’자로 커트해버렸잖아요. 2017년과 ‘호섭이’가 만나니 아주 새롭던걸요.”

Short + Long비달 사순의 보브와 클래식 롱 스트레이트가 만나면 야누스적 면모가 드러난다. 귀 앞으로 떨어지는 보브를 약간 남겨둔 채 나머지를 귀 뒤로 넘긴 다음 업스타일을 시도하면 모스키노 런웨이의 배윤영 같은 60년대 레트로 룩을 연출할 수도 있다.스커트와 원피스는 사카이(Sacai).

Short + Long
비달 사순의 보브와 클래식 롱 스트레이트가 만나면 야누스적 면모가 드러난다. 귀 앞으로 떨어지는 보브를 약간 남겨둔 채 나머지를 귀 뒤로 넘긴 다음 업스타일을 시도하면 모스키노 런웨이의 배윤영 같은 60년대 레트로 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스커트와 원피스는 사카이(Sacai).

톤 앤 매너가 다른 두 가지 헤어스타일이 한 머리에 공존한다면 어떤 룩이 연출될까? 내 질문에 이혜영은 그거야말로 딱 반보 앞선 새로움이 될거라고 대답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백흥권도 이에 동의한다. “두 가지 이질적인 레트로 스타일을 섞는 시도는 신선한 재미를 가져다주거든요.”

Mannish + Feminine하반기 빅 히트를 예고한 블런트 뱅을 연출한 뒤 귀를 중심으로 ‘ㅅ’자 컷을 시도했다. 이렇게 하면 남자의 구레나룻을 닮은 샤기 컷과 여성스러운 클래식 롱 헤어가 공존하게 된다. 후에 헐거운 포니테일이나 업스타일을 시도해보길. 브리지트 바르도를 연상시키는 여배우 룩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누드 드레스는 지고트(Jigott). 하이힐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Mannish + Feminine
하반기 빅 히트를 예고한 블런트 뱅을 연출한 뒤 귀를 중심으로 ‘ㅅ’자 컷을 시도했다. 이렇게 하면 남자의 구레나룻을 닮은 샤기 컷과 여성스러운 클래식 롱 헤어가 공존하게 된다. 후에 헐거운 포니테일이나 업스타일을 시도해보길. 브리지트 바르도를 연상시키는 여배우 룩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누드 드레스는 지고트(Jigott). 하이힐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조금 용감한 도전이 되겠지만 성공한다면 이보다 더 흥미로울 수는 없을 거라고 말이다.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냐고?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다가오는 2017년 F/W는 콘‘ 트라스트의 제국’! 이질적인 스타일이 하나의 헤어에 공존하며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무엇과 무엇을 어떻게 짝지워줄지 고민하는 일만 남았다.

Curl + Straight완전히 상반되는 곡선의 헤어스타일을 공존케 한 다음 스컬프팅 메이크업으로 각을 살리면 선과 면이 조화를 이루는 퓨처 룩이 완성된다. 정수리 부분에 모자를 쓴 듯 연출한 컬이 너무 극단적이라 부담스럽다면 섹션을 나눠 컬과 스트레이트 헤어를 세로로 교차시키면 된다.안경은 수퍼 바이 레트로수퍼퓨처(Super by Retrosuperfuture), 보디수트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실버 부츠는 YCH.

Curl + Straight
완전히 상반되는 곡선의 헤어스타일을 공존케 한 다음 스컬프팅 메이크업으로 각을 살리면 선과 면이 조화를 이루는 퓨처 룩이 완성된다. 정수리 부분에 모자를 쓴 듯 연출한 컬이 너무 극단적이라 부담스럽다면 섹션을 나눠 컬과 스트레이트 헤어를 세로로 교차시키면 된다.
안경은 수퍼 바이 레트로수퍼퓨처(Super by Retrosuperfuture), 보디수트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실버 부츠는 YCH.

LENGTH

헤어스타일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길이를 달리하는 것이다. 트위기 단발 이래 가장 히트한 커트 스타일로 회자되는 ‘레이첼 컷’을 기억하나? 헤어 스타일리스트 애슐리 해리슨이 시트콤 <프렌즈>의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선물한 레이어드 스타일 말이다. 앞은 단발처럼 짧고 뒤는 여성스럽게 긴 이 스타일은 애니스톤을 ‘할리우드에서 가장 따라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는 스타’로 만들었다. <보그>와 이혜영이 제안하는 스타일은 이보다 더 과감하다. 서로 다른 길이의 머리카락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레이어드 라인 대신, 귀를 깊게 파고드는 ‘ㅅ’자 커트로 야누스적인 매력을 연출하기로 한 것. 이 스타일이 너무 급진적으로 느껴진다면 모스키노 쇼의 모델들처럼 귀 라인까지는 20년대 루이스 브룩스의 일자 보브 스타일을 연출해 단정한 느낌을 주는 것도 좋겠다.

Punk + Elegance포슬포슬 젊게 나부끼는 스포츠 커트와 길고 우아한 컬의 만남. 어깨선이 둥근 파워 숄더 재킷을 매치하면 젠더를 떠난, 압도적 알파 룩이 완성된다.그레이 재킷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Punk + Elegance
포슬포슬 젊게 나부끼는 스포츠 커트와 길고 우아한 컬의 만남. 어깨선이 둥근 파워 숄더 재킷을 매치하면 젠더를 떠난, 압도적 알파 룩이 완성된다.
그레이 재킷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MOOD

다가오는 2017년 F/W의 굵직한 트렌드 키워드는 바로 ‘정치’와 ‘세기말’. “오늘날 우리는 모두 군인이다.”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수장, 뎀나 바잘리아의 말처럼 이번 시즌엔 다크하고도 용맹한 무드가 스타일 전반에 함께할 예정이다. 이혜영 실장은 여기에 한국적 우아함을 더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수리부터 귀 라인까지는 70년대 펑크 스타일을 스포티하게 해석한 쇼트커트를, 나머지는 여성스럽게 컬을 말아 매치한 것. ‘맥가이버’를 떠올리게 하는 기이함이라고? 매트 왁스로 포슬포슬한 앞머리 질감을 살린 뒤 베르사체 런웨이에 등장한 블랙 윙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가미하면 이보다 더 동시대적일 순 없을 거다.

Big + Small크기가 다른 컬을 믹스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섹션을 나눠 세로로 번갈아 배치하면 어리고 발랄한 느낌을 주고, 겉에는 굵고 우아한 웨이브를 연출한 다음 목덜미 쪽에 다이렉트 아이론으로 집은 자잘한 컬을 숨겨두면 움직일 때마다 슬쩍슬쩍 반전 매력을 드러낼 수 있다.

Big + Small
크기가 다른 컬을 믹스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섹션을 나눠 세로로 번갈아 배치하면 어리고 발랄한 느낌을 주고, 겉에는 굵고 우아한 웨이브를 연출한 다음 목덜미 쪽에 다이렉트 아이론으로 집은 자잘한 컬을 숨겨두면 움직일 때마다 슬쩍슬쩍 반전 매력을 드러낼 수 있다.

TEXTURE

큰 컬과 작은 컬이 불규칙하게 섞인 표도르 골란의 백스테이지, 작은 웨이브가 크고 차분한 컬과 엉켜 낭만적 느낌을 연출하는 A.V. 로버트슨의 모델들. 서로 다른 톤과 볼륨의 헤어가 서로 엉켜들며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2017 F/W 헤어스타일에는 먼지떨이 같이 얇은 마이크로 컬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를 두고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는 “누아르 무드에 잘 어울리는 부스스한 우아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길이의 경우 그 콘트라스트가 극단적일수록 반항적 느낌을 주지만 컬 크기는 다를수록 젊고 활동적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십분 활용하길. 단, 재니스 조플린을 떠올리게 하는 지저분한 웨이브는 사양이다. 다이렉트 아이론으로 꼭꼭 짚은 뒤 부드럽게 헝클어뜨린 자잘한 웨이브와 둥근 아이론으로 공들여 연출한 클래식 컬이 조화를 이루어야 동시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