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ies

남자의 다리를 해방하라! 2018년 봄, 여름을 위한 남성복 컬렉션에서 만난 짧디 짧은 반바지, ‘쇼트 쇼츠’의 풍경.

 

치마를 입는 남자가 늘었다. 영국 데번셔 주의 한 중학교 남학생들은 반바지를 허용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며 치마를 입고 등교했고, 프랑스 낭트에선 버스 기사들이 반바지를 못 입게 하자 치마를 입은 채 운전석에 올랐다. 영국의 한 청년 역시 무더위에도 회사에서 반바지를 못 입게 하자 아예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이 용감한 이들 덕분에 뜨거운 날씨에도 정중한 긴 바지 차림을 고집하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우리 주변도 마찬가지. 정부는 일명 ‘쿨비즈 룩’이란 이름으로 반바지를 공무원에게 권유하고, 국내 최대의 대기업 역시 최근 남성 직원에게 반바지를 허락했다.

물론 아직도 해변을 비롯한 휴가지가 아니라면 남자는 반바지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이들도 많다. 성인 남자를 ‘유아화’시킨다거나, 보기 흉한 체모와 속살을 주변 사람이 견뎌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최근 미국 <보그>의 한 에디터는 남성용 반바지에 대해 표현했다. “바퀴벌레처럼 남자 반바지는 모든 전쟁과 정치적인 격변을 견뎌냈다.” 즉, 주변의 의견과는 상관 없이 언제나 반바지를 고집하는 남성은 입기 마련이라는 것. 지구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고, 반바지를 고집하는 남성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그 증거는 당장 런던에서 피렌체, 밀라노와 파리로 이어진 2018년 봄, 여름 남성 컬렉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 반바지를 가리키는 ‘쇼츠(Short)’보다 훨씬 짧은 이른바 ‘쇼트 쇼츠(Short Shorts)’의 전성기가 펼쳐진 것. 그 선봉에 선 건 미우치아 프라다. 그녀는 내년의 아이템을 점프 수트와 마이크로 쇼츠로 꼽은 게 분명했다. 마라톤 선수가 입을 법한 아주 짧은 반바지가 연달아 등장한 것. 스타일링은 파격적이었다. 수영복만큼이나 짧은 반바지에 붉은 샌들, 그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붉은색 양말까지. 이 차림으로 광화문 거리에 나선다면, 분명 모든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

하지만 패션은 남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것. 드리스 반 노튼,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 릭 오웬스와 디올의 크리스 반 아쉐 등도 ‘더 높이! 더 짧게!’라는 이번 시즌의 구호에 동참했다. 섭씨 40도에 가까운 폭염 속에 열린 파리 컬렉션 초반, 더위에 지친 관객들에게 이러한 제안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 드리스 반 노튼과 펜디처럼 정중하고도 아름다운 스타일링이 더해진 ‘쇼트 쇼츠’라면 출근길 상사의 따가운 눈빛을 피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