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우정

프랑스의 전설적인 삽화가 장 자크 샹뻬의 은 우정을 예찬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정의 속내를 들려준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삽화가 장 자크 샹뻬의 <진정한 우정>은 우정을 예찬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정의 속내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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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누군가와 우정을 쌓기란 어려운 일이다. 헛헛하긴 하지만 슬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사는 곳은 “사랑스러움과 몽상이 얽힌 아이들의 세계가 아니라 주로 예의와 규칙이 강조되는 성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삽화가 장 자크 샹뻬의 수많은 책 중에서 <진정한 우정>이 눈에 드는 건, 이 책이 ‘어른의 우정이 순진무구할 수 만은 없다’는 진실을 종종 잊고 사는 나 자신을 발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전(前) <텔레라마> 편집장 겸 대표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 장 자크 샹뻬는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어른들의 성숙한 우정은 과연 어떤 것일까”하는 질문에 충실히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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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규칙이라면) 상대에 대한 존중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겠죠. 무슨 일이 있어도 존중해야 하죠.”(7p) “사실 나는 친구를 용서할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럴 수가 없거든요. 우정이란 매우 소중한 감정에 토대를 두고 있죠. 두 친구를 이어주는 끈이 너무도 가늘기 때문에 그게 일단 끊어지고 나면 다시 붙이거나 이을 수 없어요. 끈이 연결되었다고 해도 더는 마음이 통하지 않는 거죠.”(36p) “우리가 저속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더 이상 기울이지 않는 그 순간부터 우정은 물 건너가는 겁니다.”(98p) 친구와의 관계에서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명석한 통찰력을 유지하면서 현명한 거리 두기.”(43p) “(우정에도) 경쟁심은 늘 존재합니다. 인간관계가 다 그렇듯이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이 이겨버릴 테니까요.(중략)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정에는 거의 언제나 이해관계가 깃들 수 밖에 없습니다. 친구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모두 성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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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선과 담백한 색채의 그림으로 관계와 세상을 통찰해온 장 자크 샹뻬는 특히 “우정을 인간이 지닌 감정들 가운데 가장 고귀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 사람이기에 우정을 예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마주치는 우정에 대한 온갖 번민, 이를테면 우정이 지속되어야 성숙해지는지, 지속되는 우정이 성숙한 것인지 등에 대한 답을 찾도록 이끌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어쩌면 그 고민과 사유의 시간이 책 제목처럼 ‘진정한 우정’으로 이끄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쉽게) 잊혀진 우정과 (이젠 그만) 잊어야 할 우정을 떠올려도 좋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