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명품관 대신 팝업 스토어로 향한 럭셔리 브랜드

2017.07.12

by 홍국화

    명품관 대신 팝업 스토어로 향한 럭셔리 브랜드

    6월 30일부터 루이 비통과 슈프림의 협업 컬렉션이 전 세계 8개 도시에서 팝업 스토어로 공개됐습니다. 이젠 명품관보다 거리로, 대중 곁으로 다가서는 패션 브랜드의 ‘팝업’ 이벤트.


    영상은 마이애미에 위치한 루이 비통 × 슈프림 팝업 스토어 앞입니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매장 밖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죠. 비단 마이애미만의 얘긴 아닙니다. 서울 청담 부티크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도 오픈 3일 전부터 캠핑 대기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런던 팝업 스토어도 상황은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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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 비통의 2017 F/W 남성복 컬렉션에서 슈프림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액세서리와 의류 아이템의 등장은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거리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패션 수도에서 루이 비통 런웨이에 등장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게다가 이 놀라운 협업의 결과물은 루이 비통의 팝업 스토어에서 출시됐습니다. 슈프림 신상이 나오는 목요일, 매장 앞 광경과 다르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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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셔리 브랜드를 떠올리면 으레 정갈한 수트를 입고 장갑을 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VIP 고객을 응대하는 고급 부티크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철옹성 같은 청담동 명품 거리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고급 편집매장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슈프림과 손을 잡은 루이 비통은 고급 부티크 대신 팝업 스토어를 택했습니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협업을 상징하기도 하죠. 제품을 한꺼번에 진열하지도 않았습니다. 매주 슈프림이 그래왔듯, 제품마다 발매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원하면 기다려야 하죠. 셀러브리티든, VVIP든, 일반 고객이든 무조건 순서대로 대기표를 받고 라인 안에 줄을 서는 것은 물론이고요.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도 딱딱한 부티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발렌시아가는 6월 19일부터 파리의 편집매장 ‘콜레트’와 협업 공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협업 컬렉션만 판매하는 일시적인 팝업 스토어가 아닙니다. 대중들이 발렌시아가와 콜레트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릴레이가 이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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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ngve Holen’의 작품, ‘Cake’ 전시를 위해 조각난 포르쉐 파나메라를 한 조각씩 콜레트 창문으로 들여 넣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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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렌시아가의 2017 F/W 남성복 컬렉션, 여성복 컬렉션은 물론 ‘발렌시아가 × 콜레트’ 컬렉션까지 진열된 콜레트 매장 1층 한쪽에 ‘Yngve Holen’의 작품, ‘Cake’가 전시되어 있죠.

    기간별로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 중입니다. 6월 19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리는 ‘Copy Center’의 인기가 뜨거웠죠. 모니터에서 원하는 발렌시아가 로고를 골라 커스터마이즈 티셔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뎀나 바잘리아도 방문해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체험했죠!

    지난 6월 21일에 열린 남성복 2018 S/S 컬렉션에 등장한 자전거도 쇼가 끝난 직후 콜레트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7월 2일부터 6일까지 네일 아티스트 가와지리 메이(Mei Kawajiri)의 네일 서비스가 이어졌습니다. 발렌시아가의 런웨이와 광고 캠페인 속 모델들의 네일 아트는 모두 그녀의 솜씨. 고객이 주문서를 제출하면 가와지리 메이에게 원하는 발렌시아가 로고 네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Yeah! Amazing nail art inspired from @balenciaga shows now at #balenciagacolette with @nailsbymei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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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콜레트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머천다이즈 제품도 출시했습니다. 부티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던 ‘발렌시아가’ 로고 머그잔, 수면 안대와 목 베개, 라이터, 슬리퍼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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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알렉산더 왕입니다. 2016년 9월 10일에 공개된 알렉산더 왕의 2017 S/S 컬렉션. 당시 피날레에 등장한 모델들은 모두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걸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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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포일 로고가 거꾸로 박혀 있죠? 알렉산더 왕과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협업, ‘Adidas Originals × AW’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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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 왕은 아디다스 × 알렉산더 왕 컬렉션을 독특한 방식으로 판매합니다. 첫 번째 캡슐 컬렉션이 발매된 곳은 움직이는 ‘팝업 트럭’. 9월 11일 뉴욕, 17일에 도쿄와 런던에서 오후 12시와 3시, 6시에 장소를 옮겨가며 트럭 박스가 열렸고, 아디다스 × 알렉산더 왕 컬렉션을 사기 위해 모여든 대기 행렬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움직이는 팝업 트럭’은 아디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페르디난도 베르데리(Ferdinando Verderi)의 아이디어였죠. “하이패션과 스트리트웨어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싶었어요.”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물론 칸예 웨스트의 이지와 파블로, 저스틴 비버와 트래비스 스캇의 머천다이즈, 슈프림, 팔라스 스케이트보드, 브이론, 프라그먼트, 언디핏 등 스트리트 브랜드가 거리의 멀티숍과 서로 협업하고 진화하면서  ‘로고’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반면, 럭셔리 브랜드의 ‘잇 백’에 목숨 걸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믹 존스와 뎀나 바잘리아, 알렉산더 왕처럼 평소 (고급 부티크보다는)  거리를 사랑하는 디자이너들은 그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군요. 왜 그들이 수장으로 있는 브랜드가 거리로, 대중 곁으로 먼저 다가서는 걸까요? 밀레니얼 세대의 ‘쇼핑’이란 같은 취향을 가진 ‘마니아’들이 속한 집단 문화이자, 그들과의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라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일 겁니다. 따라서 고상한 럭셔리 브랜드의 놀라운 팝업 이벤트도 연이어 계속되는 걸 테고요!

      에디터
      홍국화
      사진
      Indigital,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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