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타고 온 음악

언니네 이발관의 <홀로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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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잡지의 경품행사에 당첨돼 언니네 이발관 1집을 받았다. 80년대 생이라면 토이, 이승환, 서태지 그리고 언니네 이발관과 함께 20대를 보냈을 거다. 다만 심야 라디오의 디제이였던 유희열이 이젠 TV에서 잘나가는 MC가 되고, 서태지가 세상을 뻑적지근하게 흔들며 이미지를 소비했다면, 언니네 이발관은 ‘박제’되어있다. (좋은 뜻이다.) 여전히 언니네 이발관이다. 이석원이 앨범과 결을 같이 하는 소설과 에세이를 낸다는 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졌을 뿐. 이번 앨범 <홀로 있는 사람들>은 23년 간의 여정을 마감하는 마지막 앨범이다. 세상에! 나의 청춘도 마침표를 찍는 것 같다. 파주 행 열차에서 <보통의 존재>를 들으면서 꺽꺽 울던 ‘실연녀’도 이젠 안녕. 이 앨범은 초판 한정 스페셜 에디션이 예약판매 1위를 기록했고, “아이돌 스티커 없이 누가 앨범을 사냐”는 세태를 비웃으며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9년간 새 앨범을 기다려준 팬을 위해 아이돌은 아니지만 스티커가 포함된 앨범도 출시됐다. 혹시 언니네 이발관을 모르는 세대가 있다면 선물하고 싶다. 영원히 박제될 찌질하고 진실된 청춘의 앨범을.

 

재주소년의 <드라이브 인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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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는 여권도 트렁크도 필요 없다. 그저 일상을 아주 잠깐 멈추고 그의 음악 속에 몸과 영혼을 맡기면 된다. 그러면 이 무감각하고 메마른 현실의 공간이, 내 방과 우리 동네가, 또 다른 빛깔의 시공으로 마법처럼 바뀌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 정이현 (소설가)

재주소년을 잘 표현하는 글귀다. 박경환 1인 체제로 재정비하여 솔로 뮤지션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재주소년’이 3년 만에 정규 6집 <드라이브 인 제주>를 내놓았다. 제주도에서의 대학생활과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가득하다. 제주도의 노을빛 바다를 바라보며 해안도로를 운전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연주곡 ‘Drive in Jeju’부터 제주행 티켓을 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