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기 아까운 책

안 읽으면 후회할 4권의 책.

 

<혼자서 완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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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기로 결심한 ‘종’처럼 간섭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는 부류가 있을까. <혼자서 완전하게>는 자유로운 단독자로 살겠다고 결심한 비취업 글쟁이 이숙명이 써 내려간 혼자 사는 이야기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친구들의 아지트와 다름없었던 고등학교 자취 시절, 결혼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시절, 회사라는 사회조직에 몸을 맞춰봤던 시절 등을 거쳐, 자신에게 가장 최적화된 삶의 방식을 찾아낸 뒤 다른 삶의 방식을 탐하지 않는 저자의 태도다. 에세이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기 합리화나 감상적인 위로 대신 선택의 명확한 이유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 이유는 또렷하다. <보그>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전방위 대중문화와 동시대 여성의 삶에 관한 글을 써온 저자답게 문장에는 현실을 저글링하듯 노련한 위트가 가득하다.

 

<이고 뮤직 북>

 

<이고 뮤직 북>은 조금 신기한 책이다. 뮤지션 퓨어킴이 2013년부터 재미공작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작곡 창작 워크숍 수업 과정을 픽션 형식으로 담은 책인데, 구성과 문장 면면이 친절하고 다정해 VR 기기라도 착용한 듯 빠져들게 된다. 수업은 에니어그램으로부터 시작한다. 심리치료사 어머니를 둔 퓨어킴은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성정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에니어그램에 대한 신뢰가 크다. 자기 자신에서 시작한 수업은 삶의 마법 같은 사치, 음악으로 귀결된다. 이 책을 읽고 자작곡을 작곡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속내를 들여다보는 기회는 될 것 같다. ‘나는 누구고,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사는 것과 그렇지 못한 삶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질문했을 때 퓨어킴에게 돌아온 대답. “적어도 억울하지 않습니다. 저는 자기 인식을 체계적으로 하고 나서부터 포기할 것과 아닌 것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빨라졌습니다!” 사는 게 뭔가 아쉬운데 내 삶에게 잘해주고 싶을 때, <이고 뮤직 북>을 펼쳐 봐도 좋겠다. 퓨어킴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때쯤 미니 앨범을 낼 계획이다.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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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 시대가 현대인들의 일상을 바꾸면서, 처음 내 차를 마련하고 운전대를 잡은 그날의 설렘도 희석되었다.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미메시스)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누구나 기억하지는 않을, 순전히 내 힘으로 거대한 기계를 움직이게 한 사소한 순간과 근사한 역사를 기록한다. 애지중지하던 차에 흠집이 생겼을 때, ‘초보운전’를 붙였을 때, 후방 주차에 성공했을 때, 보행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특유의 통찰력과 유머 감각이 발휘된 ‘운전툰’을 읽다 보면 운전이 기계적인 행위가 아니라 얼마나 갈등하고, 긴장하고, 실수하고, 통찰력을 얻고, 생각하게 만드는 행위인지 새삼 깨닫는다. 스노우캣으로 인해 별 볼 일 없던 일상이 반짝반짝해지는 느낌이다.

 

<가정식 혼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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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현상을 두고 ‘성숙한 사회, 건강한 개인주의의 발현’이라는 의견과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현 청춘의 비애’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요한 건 누가 어떤 주석을 달든 혼밥은 일상이 되었고, 혼자든, 함께든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 자체의 즐거움에 몰두할 수 있는 일종의 기회라는 사실이다. 기왕에 먹을 거면 건강하고 맛있게 먹자. <가정식 혼밥>(디자인하우스)이 혼밥의 서글픔을 잊고 정성스러운 혼밥을 먹는 쾌감을 일깨워줄 테니. 그러므로 브리야의 격언 “네가 무엇을 먹는지 알려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는 바뀔 때가 되었다. “네가 어떻게 먹는지 알려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바야흐로 ‘가정식 혼밥’에 매료된 고독한 미식가들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