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gue Cosmetics

의사가 만든 마스크 팩, 유통 전문가가 완성한 쿠션, 연구원이 선보이는 비타민 세럼, 파워 블로거가 제작한 립스틱, 금융 자산가가 내놓은 에센스… 뜻과 돈이 있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거라면, 〈보그〉도 화장품 한번 만들어볼까?

《보그》를 닮은 하이패션 액세서리이자, 당신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즈 피스, 보그 ‘투웨이 쿠션’. 6×6×3cm, 메이크업 박스를 닮은 이 베이스 제품은 백스테이지와 오디언스 사이에 위치한 뷰티 콘텐츠 전문가가 기획한 것으로 조금씩 두 번 발라 더 얇고 완벽한 피부 표현이 가능하다. ‘투웨이 쿠션’을 장식한 키링은 YSL, 팔찌는 불가리(Bulgary).

《보그》를 닮은 하이패션 액세서리이자, 당신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즈 피스, 보그 ‘투웨이 쿠션’. 6×6×3cm, 메이크업 박스를 닮은 이 베이스 제품은 백스테이지와 오디언스 사이에 위치한 뷰티 콘텐츠 전문가가 기획한 것으로 조금씩 두 번 발라 더 얇고 완벽한 피부 표현이 가능하다. ‘투웨이 쿠션’을 장식한 키링은 YSL, 팔찌는 불가리(Bulgari).

무엇을 만들까?
뷰티 브랜드 ‘보그’의 첫 제품은 무엇이 좋으려나. 세상 모든 여자가 하나씩 갖고 있어야 할 클래식, 이미 시장이 형성돼 수요가 많되, 기존 제품의 가려운 점을 긁어주면 단시간 내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 비포 & 애프터가 확실해 빨리 입소문 날 수 있는 아이템, K뷰티의 스타, 쿠션 팩트!
<보그>는 백스테이지에서 힌트를 얻기로 했다. 롱라스팅 메이크업을 하는 아티스트들은 물광이 오든 윤광이 오든, 트렌드와 관계없이 마지막에 파우더를 사용한다. 수분감 많은 파운데이션을 고정하기 위해서다. 텁텁하게 표현되지만 오래 지속되는 데는 이게 최고. 서로 다른 두 제형을 겹쳐 고정하는 방식은 차용하되 순서를 바꿔보면 어떨까? 반투명 커버의 페이스트를 아주 얇게 펴 바르고 그 위에 수분감 있는 쿠션을 올려 매트한 제형을 접착제로 활용하는 거다. 그 결과 두 번 발라더 얇아진, ‘촉촉’ 피부가 연출된다는 컨셉. 이름은 ‘투웨이 쿠션’으로 하자. 90년대 대한민국 모든 여자들의 파우치를 점령한 ‘투웨이케이크’의 향수를 불러올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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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만들지?
화장품의 종이 박스나 제품 뒷면에는 회사 이름 두 개가 등장한다. ‘제조판매업자’와 ‘제조업자’가 그것으로, 전자는 브랜드고 후자는 실제 그 내용물을 만든 곳이다. ‘화알못’도 손쉽게 질 좋은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건 바로 이 제조업자들 덕분이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 코스온, 코스나인 등 대한민국에는 세계가 인정하는 화장품 OEM, ODM 회사가 즐비하다. 포뮬러 회사든 패키지 회사든, 한국의 OEM은 아이디어가 많고 빠르며 친절하다. 게다가 알아서 먼저 새것을 개발해 선제안을 하는 적극성까지. <보그>는 숙고 끝에 한국콜마를 지정했다. 오랜 기자 생활 동안 많은제품을 테스트해왔고, 그중 만족스러웠던 베이스 제품의 뒷면에서 ‘제조업자 한국콜마’라는 라벨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두 가지 제형의 베이스 중 특히 쿠션은 스킨케어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야 했으니 그간 기초 제품에 강세를 보여온 한국콜마는 최적의 파트너.

면 소재 원피스는 엘러리(Ellery at Boon The Shop), 블랙 안경은 젠틀몬스터×후드 바이 에어(Gentle Monster×Hood By Air). 오프 숄더 셔츠는 자크무스(Jacquemus at Boon The Shop), 옐로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후드 바이 에어.

면 소재 원피스는 엘러리(Ellery at Boon The Shop), 블랙 안경은 젠틀몬스터×후드 바이 에어(Gentle Monster×Hood By Air). 오프 숄더 셔츠는 자크무스(Jacquemus at Boon The Shop), 옐로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후드 바이 에어.

그게 왜 안 되죠?
스킨케어에 가까운 투명도를 보이지만 자외선 차단 기능은 강력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요구에 한국콜마는 선택을 하라고 했다. 자외선을 튕겨내는 역할을 하는 불투명한 입자를 빼면 투명도는 올라가지만 방어 기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촉촉한 매트 피니시, 투명한 커버력같이 반대의 속성을 지닌 것이 공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물론 매트하게 표현되지만 입술에는 모이스트하게 느껴지는 립스틱처럼 언젠가 기술은 발전해서 자외선 차단 기능이 높으면서도 투명한 제품이 개발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7년 지금은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난 투명도를 약간 양보하기로 했다. 자외선 차단은 내가 화장품에서 가장 최고로 치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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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니까요
“<보그>가 부럽네요.” 모 프레스티지 브랜드 제품 개발자가 인터뷰 중 뱉은 말이다. “사실 이제 거의 모든 제품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요. 기술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화장품은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죠. 브랜드에 대한 가치가 부여되지 않으면 고객은 로열티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요.” ODM사의 연구원도 비슷한 얘기를 전한다. “다양한 고객사를 만나다 보면 유사한 품질의 제품이 동시에 출시되는 걸 보게 돼요. 하지만 매출은 극과 극이죠. 제품의 사용감이나 품질도 중요하지만 시선이나 흥미를 끌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가 정말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실감했어요.” 뿌리로 돌아가자 답이 보였다. 소비자의 니즈를 무시하지 않되, <보그>가 그리는 여성상에 가장 가까운 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패셔너블한 고급스러움에 모든 초점을 맞춰 의사 결정을 이어갔다. 한국콜마의 연구원들도 격려를 보냈다. “정답은 없어요. 고객사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맞게 결정하면 되는 겁니다.”

집업 장식의 톱과 스트링 장식 스커트는 마르니(Marni). 시스루 톱은 더스튜디오케이(The Studio K).

집업 장식의 톱과 스트링 장식 스커트는 마르니(Marni). 시스루 톱은 더스튜디오케이(The Studio K).

디자인 <보그>
프로 아티스트의 메이크업 박스에서 영감을 받은 것. 우뚝 선 양면 거울을중심으로 두 개의 다른 제형이 날개를 편다. 기존 쿠션의 밀폐 뚜껑 대신 엘라스토머 일체형 퍼프가 공기 유입을 방지해준다. 물론 여기에 스펀지를 씌워 사용할 수도 있다. 퍼프의 손잡이는 일체형으로 제작되어 있어 퍼프 리본 고리가 끊어질 걱정도 없다. 무엇보다 정면에 자리한 고리에 팔찌나 귀고리, 키링 등의 소품을 걸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것으로 커스터마이즈 된다. 이뿐 아니다. 아름다운 이 박스는 가방 바깥에 거는 참 장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디테일 하나까지 그야말로 <보그>였다.

공중에 매달린 네모반듯한 쇳덩이가 바로 금형이다. 하나의 금형을 어머니 삼아 무한대의 화장품 패키지가 태어난다. 화이트 셔츠와 메탈릭 스커트는 렉토(Recto), 하트 크로스백은 생로랑(Saint Laurent), 메탈 디테일 구두는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공중에 매달린 네모반듯한 쇳덩이가 바로 금형이다. 하나의 금형을 어머니 삼아 무한대의 화장품 패키지가 태어난다.
화이트 셔츠와 메탈릭 스커트는 렉토(Recto), 하트 크로스백은 생로랑(Saint Laurent), 메탈 디테일 구두는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리스펙트
신문기자들과 합동 인터뷰에 들어가면 꼭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비싼 화장품과 싼 화장품의 단가 차이가 얼마입니까?” “싼 제품을 많이 바르는 것과 비싼 제품을 조금 바르는 것, 무엇이 더 피부에 좋습니까?” 럭셔리와 매스는 대척점에 있는 것일까?
“매스가 95점이라면 럭셔리는 98점”이라고 설명한다. 안정성에 문제가 없고, 사용감이 합격점인 95점 제품에 좀더 특화된 성분을 추가하고 컨셉을 부여해 98점을 만든다. “하지만 그 3점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위로 갈수록 좁아져 이르기 힘들어지는 피라미드의 최상층을 떠올려보길. “중간 이상 오른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단 3점을 더 받기 위해 수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거죠. 그게 럭셔리랍니다.” 물론 매스 브랜드에서도 비싼 원료를 사용해 매우 완성도 높은 럭셔리 제품을 출시한다. 그건 ‘우리가 여기까지 할 수 있다’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규모의 경제도 무시 못한다. 많이 만들면 단가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큰 유통을 가지고 있다면 그만큼 싸게 공급할 수 있다. 당신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건 단순히 원가만이 아니라는 것이 이제 이해되시나?

새롭지만 클래식하게, 블랙이지만 청명하게, 질리지 않지만 동시대적으로, 무엇보다 투웨이라는 기능을 한껏 자랑할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

새롭지만 클래식하게, 블랙이지만 청명하게, 질리지 않지만 동시대적으로, 무엇보다 투웨이라는 기능을 한껏 자랑할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

누구든 만들 수 있지만 아무나 만들진 말자
K뷰티 브랜드 중 꽤 자리 잡은 리더들에게 물었다. “왜 화장품을 만들고 있나요?” “내가 평생 해온 일의 집대성” 이라는 순수한 답변부터 “상장하고 싶어서” “대기업에 매각하고 싶어서” 등 그 대답도 다양하다. 기사의 서두에 말했듯 나를 찾아온 다섯 사람 중 넷이 브랜드를 냈고 그중 둘은 2년 새 사업을 접었다. 제품 하나가 빵 터져 짭짤한 재미를 본 후 더 이상 브랜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었고, 화장품 사업을 너무 만만히 생각했다가 큰코다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들어가는 인력과 크리에이티브, 생각지 못한 CS와 네거티브 이슈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리고 끈기 있게 브랜드를 끌어갈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함부로 덤빌 일이 아니에요.”
물론 퍼플패치 같은 훌륭한 에이전트가 있고 한국콜마 같은 세계적 ODM이 포진해 있으니 대한민국에서 별로인 제품을 만날 확률은 사실상 희박하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세상. 하지만 분명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사업적 열정과 수완 이외에도 업계에 대한 예의와 공감이 없다면 그건 껍데기다. 화장품은 사람의 피부에 닿고 스며드는 것이기에, 공공연히 “화장품 잘 몰라도 경영만 잘하면 된다”고 말하는 CEO들을 볼 때면 절로 얼굴이 빨개진다.

일명 ‘딱풀 베이스’라 부르는 ‘글루 페이스트’를 얇게 펴 바르고 그 위에 스킨케어 제형에 가까운 투명 쿠션을 덮어주면 하루 종일 완벽한 피부를 연출할 수 있다.

일명 ‘딱풀 베이스’라 부르는 ‘글루 페이스트’를 얇게 펴 바르고 그 위에 스킨케어 제형에 가까운 투명 쿠션을 덮어주면 하루 종일 완벽한 피부를 연출할 수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
<보그 코리아> 창간 21주년호 마감을 2주 앞둔 7월 3일, 제형까지 모두 담긴 파이널 모크업이 도착했다. 간결한 디자인이지만 모서리의 장식이 클래식한 느낌을 주고 쪼개듯 펼치면 글루 페이스트와 투명 쿠션이 얼굴을 드러낸다.
이 제품은 이틀 후 촬영장에서 첫선을 보였고, 극찬을 받았다. 이미지 컷을 촬영 할 때도 여타 연출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이것만으로 메이크업 했을 정도다. “톤이 완전히 다른 여자 네 명이 한 컬러의 제품을 사용했는데도 이질감이 없어요. 투명감 때문인 것 같네요. 고급스러운 하이라이터를 사용한 듯한 느낌인데 커버는 완벽하게 되는 신기한 제품이에요. 이거 어디서 구할 수 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류현정 실장의 품평에 웃음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진다.
두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 번거롭지는 않을까? “옵션이 세 가지 생긴 거잖아요. 화장 안 한 척하고 싶은 날에는 페이스트만 사용하고, 운동하러 갈 땐 쿠션만 두들길래요. 물론 두 가지 겹쳐 발랐을 때의 완벽함은 에브리데이용이고요.” 모델 김설희의 품평은 감격적이다. 그리고 나를 가장 기쁘게 한 것은 티아나의 감탄. “정말 <보그>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