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You – ① Moon Sook 63

프랑스 철학자 라 로슈푸코의 말처럼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확실한 건 “아무렇게나 사는 마흔 살보다 일하는 일흔 살에게 더 희망이 있고” “아무리 나이를 먹는다 해도 배울 수 있을 만큼은 충분히 젊다”는 사실이다. 어리면 어린 대로, 원숙하면 원숙한 대로, 자신의 모든 날을 뷰티적으로 살아내는 여자들을 <보그〉가 만났다. – ① 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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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문숙은 화려한 여배우였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엔 예술가로서 가장 <보그>적인 삶을 살았다. 그리고 육체적 통증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수행은 그녀를 자연 치유가의 길로 인도했다. ‘호모 스피리투스’가 되어 서울로 돌아온 60대의 문숙은 빌딩 숲이 휘황한 삼성동, 123층 롯데월드타워를 병풍 삼아 <보그>에 치유의 말을 건넨다.

 

셔츠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팬츠는 자크무스(Jacquemus at Tom Greyhound).

셔츠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팬츠는 자크무스(Jacquemus at Tom Greyhound).

인간 그 자체가 자연이니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자연 치유의 시작이다


VOGUE
다시 스크린에서 보게 되다니! 서울로 돌아오니 어떤가?
MOON 세계 어디를 가도 이렇게 큰 강과 산을 동시에 품은 도시는 없다. 서울에서 자연을 느낀다.

VOGUE 이 도시를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산이 있는지 나무가 있는지, 그늘에 앉아 숲을 그려볼 여유가 없다. 우리에게 힐링은 휴식이 아니고, 생존이니까.
MOON 요가 클래스에 오는 사람들만 봐도 그렇다. “도시에서 잘 사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어떻게 자연 치유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다.

VOGUE 뭐라고 조언하나?
MOON “너는 무엇이냐? 인조인간이냐?”라고 되묻는다. 우리는 DNA 칩으로 만들어진 로봇이 아니다. 인간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자연은 없다. 그러니 도시 어디에 있든 숨을 따라서 곧바로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만 알면 자연 치유가 시작된다.

VOGUE 명상 말인가? 가끔 ‘멍 때리는 것’과 명상의 경계에서 길을 잃는다.
MOON 넋 놓고 쉬는 것이 명상이 아니다. 명상은 순‘ 간에 깨어 있는 연습’이다. 들숨과 날숨에 따라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하자. 그런 다음 지금 쥐고 있는 인터뷰 종이를 만져봐라.

VOGUE 내내 손에 들고 있던 것인데 느낌이 다르다. 좀더 생생하다.
MOON 그걸 느끼는 거다. 내 몸의 오감을 이용해서 현재에 충실한 것. 그 오감 사용법을 배우는 게 명상이고 요가다.

VOGUE 당신은 에너제틱하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지만 조용하지도 않다. 수행자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걸까?
MOON 오해지. 삶이 곧 명상이자 요가가 된다는 건 ‘자유롭게 된다’는 뜻이다. 수다를 떨어도 되고 킥킥거려도 된다. 그렇게 현실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의 인생은 ‘움직임’의 연장 선상에 있으니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는 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옳다. 지금에만 집중하면서 당신답게 사는 것도 자연 치유다.

 

톱과 팬츠는 릭 오웬스(Rick Owens).

톱과 팬츠는 릭 오웬스(Rick Owens).

요가가 목적을 갖게 되면, 다친다


VOGUE
요가를 잘하고 싶다. 유연하게 움직여 고난도의 자세를 완성한 뒤 그대로 버틸 수 있게 되면 뭔가 이뤄낸 듯 뿌듯하다. 반대로 어제는 수월히 되던 동작이 오늘 안 되면 초조해진다. 하루를 잘못 보낸 듯한 패배감과 원망이 찾아온다.
MOON 요가로 뭔가 이루려는 생각을 버려라. 그러면 다친다.

VOGUE 실제로 무릎을 다친 적이 있다. 그 후로 1년 동안 운동을 못했다.
MOON 반신불수가 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요가 때문은 아니다. 네가 너를 다치게 한 거다.

VOGUE 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어서 내 몸만은 마음대로 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통증을 느낀다면 그간 잘못 살아온 과오를 회개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감수했다.
MOON 아프다고 우는 아이에게 매질을 하는 어머니가 있을까? 몸이 아프다고 말하면 너그럽게 대해주는 것이 옳다.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찾은 요가로 인해 더 아프다면 그건 모순이다. 힘들 때는 그냥 쉬어라. 컨디션이 좋을 때 다시 하면 된다. 그게 삶이다. 제발 자기 자신과 싸우지 마라.

VOGUE 포즈를 완성하려는 건 머리라는 뜻인가?
MOON 그렇지. 관념에 지배 받는 거다. ‘어제 여기까지 했으니까 오늘은 저기까지는 가봐야지’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하면 다친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무언가를 이루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사실 세상에 꼭 이뤄내야 할 만큼 굉장히 위대한 일이란 건 없다.

VOGUE 위대하게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내일이 너무 걱정돼서 그런다.
MOON 내일은 허상이다. 내일이 되면 또 오늘이다. 오늘만 살다 보면 어느날 10년 전에 전혀 못한 동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날은 그냥 웃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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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해지고 싶다면 욕망을 선택해라


VOGUE
<문숙의 자연 치유>에는 당신이 일찍이 속세를 떠나 물욕과 식탐을 끊어내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2017년 지금 당신은 자신이 가장 혈기 왕성하던 20대의 직업, 화려한 배우로 복귀했다. 견물생심, 욕망이 다시 일지 않나?
MOON 당연히 동한다. 우리에겐 몸이 기억하는 ‘습’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에게도 ‘습’은 존재한다. 그래서 맛있는 것을 보면 먹고 싶고, 예쁜 것을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내가 다른 건, 스스로의 ‘꼴’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VOGUE 욕망 자체를 객관화할 수 있다는 뜻인가?
MOON 비슷하다. 옛날에는 그것이 안 되니까 그냥 반응했다. 하지만 지금은 깬 정신으로 그 욕망에 마음이 동하는 ‘꼴’을 바라본다. 예를 들어 맛있는 튀김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먹고 싶어지는데, 그런 마음을 느끼는 자신이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VOGUE 그다음 수순은 금욕인가?
MOON 아니, 선택이다. 먹을지 말지 결정하는 거다. 욕망에 즉각 반응하는 것과 깬 정신으로 내 ‘꼴’을 바라보면서 선택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런 걸 사람들은 ‘의식적 삶’이라고 부르지.

VOGUE 자기통제는 곧 금욕이라고 오해를 했던 것 같다.
MOON 참으면 더 힘들어진다. 먹지 말라고 하면 숨어서 먹고 “나는 안 먹었다”고 거짓말하지 않나? 억누르지 말고 그 상황에 깨어 있으며 선택을 하면 된다.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쿨해진다. 나와 세상에.

VOGUE 그건 나이가 들어야만 얻을 수 있는 걸까?
MOON 아니, 나이를 거꾸로 먹는 사람들도 많다. ‘습’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노력해야 한다.

 

나를 표현하는 세 단어 자유, 현재, 사랑 나만의 피부 관리 비법 먹을 수 있는 것을 피부에 이것만은 꼭 지킨다는 안티에이징 팁은? 요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미용 철학이 있다면? 쪽머리

원피스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타인을 미워하는 건 시간 낭비다


VOGUE
치유는 나 자신만 컨트롤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문제의 대부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니까.
MOON 우리는 각자 다른 소우주이다. 자란 환경도, 하는 말도 다른 타인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근본에 자리한 본래의 모습이다. 사실 우리의 본질은 다 똑같이 깨끗하다. 그걸 보는 순간, ‘나마스테’라고 말하지. ‘그 소중한 것을 내가 봤다’라는 의미의 인사다.

VOGUE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에너지와 시간의 낭비인 건가?
MOON 미워할 시간이 없다. 우리 본래의 모습은 다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져 있고,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정말 잠깐이니까, 소중한 시간을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쓰지 않으면 좋겠다.

VOGUE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MOON 그것마저 하지 마라. 다스리려고 또 힘을 쓰는 것도 힘들잖아? 우리는 다르지만 각자 귀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재킷은 꼼데가르송 준야 와타나베(Comme des Garçons Junya Watanabe). ◀◀ 원피스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재킷은 꼼데가르송 준야 와타나베(Comme des Garçons Junya Watanabe).

젊음이 지나는 것이 아쉽지만, 한 번은 젊어봤잖아

VOGUE 웰에이징의 아이콘이다. 특별한 뷰티 케어를 하고 있나?
MOON 먹을 수 없는 건 바르지 말자 정도. 직접 만든 보습제를 쓴다.

VOGUE 소속사에서 뷰티 케어를 받으라고 했는데 가지 않는다고 들었다. 영화 헤어 메이크업마저도 직접 하려 한다고 귀띔하더라.
MOON 처음엔 따랐다. 피부과에도 가고 전문가에게 얼굴을 맡겨보기도 했다. 하지만 곧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VOGUE ‘자연 치유’와 안 맞아서인가?
MOON 그렇다기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더 자신이 없어지더라. 그래서 모두 중단하고 “나는 내가 만들겠다”고 말했다.

VOGUE ‘문숙다운 것’에 대한 자신감, 그건 어쩌면 본래 타고난 미모에 기인한 게 아닐까? 나이 들어 모두 당신 같은 아우라를 갖게 된다면 늙는 것이 두렵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MOON 나도 늙는 게 아쉽다. 아쉬운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간은 다 늙는다. 사람들은 ‘젊어 보인다’고 하는 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글쎄 모두 한 번은 젊어봤잖아.

VOGUE 나는 뷰티 에디터고, 세월을 붙잡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는 만큼 부단히 노력도 한다.
MOON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때 그렇게 하니 좋았던가 하는 거다. 좋았다면 그걸로 된 거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까.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시간을 다루고 있는 거다. 선택과 결과에 자유롭기만 하면 된다.

VOGUE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것도 당신의 선택 중 하나인가?
MOON 답답해서. 나는 몸을 많이 쓸수록 행복한 사람이라 옷도 몸이 움직이는 데 제약이 없는 것을 추구한다. 언제든지 거꾸로 설 수 있고 언제든 물로 뛰어들 수 있고, 언제든 호텔 로비에 들어갈 수 있는 스타일을 즐기지.

VOGUE 그런 스타일이 존재하나?
MOON 슬리브리스 티셔츠와 도톰한 스카프 하나면 뜨거운 해변부터 서늘한 산속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다. 어제도 부산에서 지체 없이 바다에 뛰어 들었는걸. 다크한 언더웨어를 입고 있었거든. 아무도 수영복이 아니라고 쫓아내지 않았다. 파티에 가고 싶으면 쪽 찐 머리에 꽃을 꽂으면 된다.

VOGUE 그건 배우이자 미녀인 당신이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MOON 절대 아니다. 나의 모습이 얼마나 진귀하고 귀한지 알게 되면 어떤 옷과 보석도 나보다 빛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런 다음엔 옷에 나를 맞추려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위대한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서 내가 높아지는 것에 만족하면 삶이 복잡해진다. 그런 걸 패션 빅팀이라고 하지 않나.

VOGUE 사실 당신은 누구보다도 <보그>적인 삶을 살았다. 모두 누려봤기 때문에 얻은 깨달음인지라 누군가는 완벽히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MOON 그럴 수도 있겠지. 해봤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디에도 가지 않아 평화로운 사람이니까. 한 번도 맞아보지 않은 사람이 가장 겁내는 법이다. 하지만 어떤 경험하에 있든 빨리 깨닫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 ‘꼴’은 변하지 않으니 자신을 깨끗하고 반짝반짝하게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VOGUE 중심을 잡고 나면 당신처럼 당당하게 나이 들 수 있을까?
MOON 자유로울 수 있다. 사람들이 나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말해준다면 아마 이런 자유를 부러워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