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to Dance ①

춤은 말로는 전해지지 않을 감성을 전하는 정직한 신체 언어다.〈보그〉는 패션이라는 변화무쌍한 대지에 무용가 16팀을 초대했다. 신체와 영혼을 표현하는 춤과 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탄생한 패션의 만남이 일으킨 아름다운 변화의 기록. – ① 김주원, 양승진

KIM JOO WON

비비드한 블루 드레스와 레깅스, 핑크 컬러 뮬은 발렌시아가(Balenciaga).

비비드한 블루 드레스와 레깅스, 핑크 컬러 뮬은 발렌시아가(Balenciaga).

2012년 국립발레단을 떠난 뒤, 최장기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이자 가장 아름다운 지젤이었던 김주원의 수식어는 ‘아티스트’로 바뀌었다. 물론 예전에도 타 장르 예술가들과 협업이 많았지만 지금 그녀가 만들어가고 있는 건 김주원만의 언어다. “사실 제 생활은 똑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몸을 풀고 작품 리허설을 하고 근력을 위한 운동을 하거나 재활이 필요하면 재활 운동을 해요. 춤을 시작한 지 올해 20주년이 됐어요. 전 몸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니까 훨씬 다양한 언어를 익히게 된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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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뮤지컬 <컨택트>를 앞두고 김주원은 허리 부상으로 춤을 그만둬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몇몇 공연은 취소했지만 <컨택트>는 남겨두었고 재활을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 후에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포기하자 싶었어요. 다행히 공연하면서 상태가 더 좋아졌어요. 의사 선생님들은 발레 하는 사람들 말 안 들어서 너무 싫다고 하셨죠.(웃음)”

독특한 실루엣의 가죽 드레스와 헤드피스는 릭 오웬스(Rick Owens).

독특한 실루엣의 가죽 드레스와 헤드피스는 릭 오웬스(Rick Owens).

의학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기적 같은 상황이다. “춤을 추는 게 너무 좋고 춤출 때 가장 행복하고 춤출 때 가장 완벽하게 저인 거 같아요. 헤밍웨이는 글로 쓸 때 오롯이 진심이라고 얘기했는데, 전 춤출 때가 가장 솔직한 제 모습이에요. 그래서 쉽게 포기가 안 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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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은 당분간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다. 그리고 10월에는 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무대에 오른다. 토크를 곁들인 솔로 공연과 연말 공연이 잡혀 있다. “늘 꿈을 꾸고 있어요. 아직까지 심장이 너무 뜨거운 게 저의 가장 큰 문제죠.(웃음) 꿈이 없어지는 순간 무대에서 내려갈 거 같아요. 가장 힘든 경쟁자가 어제의 나라고 했던가요. 언제나 목이 말라요. 갈증이 나고 더 좋아지고 싶고 깊어지고 싶고 새로워지고 싶어요.”

 

YANG SEUNG JIN

건축적인 조형의 아우터와 기하학적인 패턴의 원피스는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건축적인 조형의 아우터와 기하학적인 패턴의 원피스는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지난 3월 한 주류 행사에 들른 사람들은 낮은 탄식을 뱉어냈다. 온통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유리관 안으로 들어간 무용수는 3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춤을 췄다. 무용수가 누구인지, 성별이 무엇인지, 국적이 어디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지만 초록 별에서 오착륙한 듯한 신비로운 생명체의 몸짓에 눈길을 빼앗기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컨템퍼러리 모던댄스를 전공하는 학생이자, 안무가로 활동 중인 양승진이 남긴 지독하리만치 새로운 순간이었다.

블랙 가죽 미니 드레스는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블랙 가죽 미니 드레스는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독특하다, 신기하다, 괴기스럽다는 반응을 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꾸 눈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작품에서 저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어떤 생물체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요.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완전히 판타지를 일으키고 싶거든요.”

나막신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우드 소재 샌들은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나막신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우드 소재 샌들은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컨템퍼러리 모던 댄스의 정의가 새로움을 시도하는 색깔 있는 무용이라고 해도, 양승진이 지향하고 꿈꾸는 무대는 완벽히 새로운 세계다. 그래서 그는 안무를 짜는 데 그치지 않고 의상, 소품, 무대 등 연출에 속하는 부분도 같은 범주에서 기획하고, 따로 파인 아트도 배우고 있다. 솔로 공연에서 빨간 망토와 늑대인간이 한 몸에 있는 이중인격을 표현하며 머리를 하얗게 탈색한 채, 복슬복슬한 화이트 브리프에 빨간색 니트를 네 겹씩 겹쳐 입고 하나씩 벗은 건 모두 그의 아이디어.

그럴 시간에 무용 연습이나 더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를 교수님들로부터 듣기도 하지만그는 새로운 순간을 조화롭게 그리고 더 극대화해 보여주길 희망한다. 그리고 대중적이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꿈꾼다. “무용할 때는 실제로 내가 착한지 나쁜지 배려심이 많은지 괴팍한지 이런 게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게 될 수 있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무용은 그래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