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zy Than Trend

지금 도로에서 람보르기니보다 주목받는 트위지. 이 조그만 친구는 신상일 때 가치가 솟는 패션과 비슷할까?

소형 전기차는 르노 트위지(Renault Twizy), 스팽글 보디수트는 BNB12, 싸이하이 부츠는 YCH.

소형 전기차는 르노 트위지(Renault Twizy), 스팽글 보디수트는 BNB12, 싸이하이 부츠는 YCH.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 미아(엠마 스톤)는 파티가 끝나고 차 키를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파티에 온 사람들이 같은 차를 타고 왔기 때문이다. 도요타 프리우스다. 한때 할리우드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타는 것을 최고의 ‘멋’으로 느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003년부터 10년이나 프리우스를 타면서 ‘전도사’ 노릇을 했다. 그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프리우스는 ‘의식 있는 사람이 타는 차’라는 인식을 미국에서 확보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간단히 구분하면 이렇다. 하이브리드는 가솔린(혹은 디젤)을 주유하는 내연기관과 전기 배터리 모두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전기차는 오직 전기를 충전한 배터리로만 운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감속하거나 내리막길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전기로 충전하여 운행 중에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 하이브리드다. 그러니 연비가 극대화되어 있다. 따로 전기를 충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연비 측면에서 각광을 받았다. 또 하이브리드의 인기이면에는 그동안 전기 자동차의 상용화가 더딘 점도 한몫했다. 전기 충전소가 충분하지 않았다. 충전하는 시간도 15분에서 완전 충전까지 30분은 넘게 걸렸다. 게다가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100~200km로 짧았다.

하지만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 및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 번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도 300km 후반까지,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달할 수 있다. 최근 출시한 르노의 트위지는 작고 귀여운 모습, 나비처럼 열리는 걸윙 도어로 주목을 끌었다. 가격은 1,500만원대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을 받으면 500만원 이하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동차에는 창문이 없다(원하면 비닐 소재의 창문을 달 수 있긴 하다). 히터와 에어컨도 없다. 이건 스쿠터 아닌가? 트위지는 심지어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지 못한다. 당연히 고속도로도 안 된다. 그 탓에 모터바이크를 대신해서 구입하려는 사람도 많다. 자동차보다는 간편하지만 모터바이크보다는 안전한, 간편한 새로운 ‘세그먼트’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실 트위지가 처음 고안된 파리 혹은 유럽과 서울의 교통 상황은 정말 다르다. 일단 파리의 골목은 좁다. 서울에도 좁은 도로가 많지만 그런 도로만 달려서는 목적지에 도착하기가 힘들다. 특히 강남에서는 더욱 그렇다. 1970년대 정부가 강남을 개발할 때 캘리포니아의 불러바드(Boulevard) 개념에서 도시계획을 참고했기 때문이다. 불러바드는 왕복 6~8차선에 가로수가 늘어선 도로를 말한다. 반면 파리는 대부분 애비뉴(Avenue)라고 일컫는 좁은 2차선 도로나 차 한 대도 다니기 어려운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걸어서 이동하거나 자전거로 움직이는 것이 큰 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며 작은 차를 선호한다. 말하자면 트위지는 파리나 유럽의 골목길에 최적화된 전기차다. 서울에서는 강북 구도심에 있는 좁은 도로를 다니기엔 적합하지만 강남 한복판의 넓은 도로를 많이 이용한다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더불어 안전도 염려가 된다. 그 넓은 서울의 불러바드에서 트위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린다는 자동차 크기인)수많은 중형차를 상대해야 하니까. 경차 천국인 유럽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트위지가 관심을 받는 것은 특별하기 때문이다. 생김생김이 귀엽고 걸윙 도어는 그 자체로 ‘패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프리우스와 같이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 자신의 멋과 철학을 보이기에 충분한 ‘도구’다. 최근 유행처럼 번진 전동 자전거, 전동 킥보드, 전동 휠과 같은 맥락에서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걸까? 이동 수단으로서의 가치와 자신의 즐거움과 신념을 타인에게 드러내려는 태도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트위지를 선택한다면 분명 성공적이다. 트위지는 주목받는 것만으로는 람보르기니 부럽지 않다. 그 시기 가 길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트위지는 ‘배달’ 관련 시장에서 폭넓게 사용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도래한다면 ‘패션’으로서 트위지는 어떨는지. 여전히 한국 자동차 회사가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차를 고심 끝에 출시해도 디자인이 수많은 택시와 똑같다는 이유로 멋보다는 합리성에 위치하는 것을 생각하면 트위지로 멋을 부릴 수 있는 시절도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신상일 때 더욱 가치 있으니 어쩌면 패션과 더욱 비슷한 것일까? 이런 와중에 지난 3월 테슬라는 국내에 모델 S를 론칭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은 1억2,100만원부터 시작된다. 과연 테슬라도 멋으로 탈 수 있을까? 희소성이 최우선의 멋의 기준이라면 당분간 테슬라만 한 아이템도 없을 것이다. 1억원이 넘는 예산으로 구입할 수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로 구입할 수 있는 차는 너무 많다. 면도날 같은 포르쉐 911 카레라, 움직이는 호텔 레인지로버, 소리만으로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시리즈 등등.

그 수많은 초호화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테슬라의 전기차를 ‘어떤 보조금도 없이’ 선택한다는 건 테슬라의 철학에 완벽하게 동의하고 그 생각을 도로 위에 새기겠다는 의사표시다.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구매하는 자체로 의사표시는 충분하다. 지금 한국에서 전기차는 본의 아니게 새로움을 좇고 신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한다. 전기차의 새로운 시즌이 얼마나 기억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