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Fashion Into Dance

2018.11.05

by VOGUE

    Fashion Into Dance

    춤은 말로는 전해지지 않을 감성을 전하는 정직한 신체 언어다.〈보그〉는 패션이라는 변화무쌍한 대지에 무용가 16팀을 초대했다. 신체와 영혼을 표현하는 춤과 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탄생한 패션의 만남이 일으킨 아름다운 변화의 기록. – ③ 정명숙, 국립발레단, 김윤아

    CHUNG MYUNG S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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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풀이춤은 무대에서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추는 춤으로, 우리 민족의 한을 가장 잘 표현한 춤이다. 흰 치마저고리에 버선을 갖춰 신고, 단아하게 쪽을 찌고, 새하얀 수건을 들고 인생 한판을 풀어내는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쪽이 시큰해졌다가 뜨거워지며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살풀이 춤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어요. 우리 민족은 늘 슬픔에 잠겨 있잖아요. 그 슬픔을 넘어서 환희의 세계로 들어갔다가 마지막에는 영혼을 올려 보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맺어지는 춤이에요.”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 후보 정명숙은 슬플 때 슬픔을 전달하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아플 때 같이 아픈 살풀이춤에 매료되어 평생 춤만 추는 인생을 살아왔다.

    실크 원피스와 스카프는 에르메스(Hermès), 펌프스는 샤넬(Chanel).

    실크 원피스와 스카프는 에르메스(Hermès), 펌프스는 샤넬(Chanel).

    “5학년 때인지, 4학년 때인지 모르겠어. 보름달만 기다렸어요. 보름달이 뜨면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 선생님한테 아리랑, 도라지, 포크댄스, 왈츠 같은 걸 배웠어요. 춤출 때는 내가 천사가 된 것 같았거든. 그러다가 민요, 신무용도 했고… 춤 때문에 결혼도 안 했어요. 나는 춤추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아.” 서른 즈음 살풀이춤의 대가 이매방 선생을 만났고 정명숙은 그의 뒤를 이을 보유자 후보로 지정됐다. 미국 카네기홀에서 처음으로 우리 춤을 선보였고, 여든 살이 넘은 지금도 1년에 10회 이상 무대에 오른다. 최근에 오른 무대는 ‘한국명인명무전’. 매년 빠짐없이 해온 개인 발표회는 40회를 맞이했다. “춤은 정말 신비로워요. 수십 년을 췄지만 출수록 더 마음에 와 닿고 찡한 깨달음이 와요. 춤에는 기술적인 면이 있지만 인성을 제대로 갖춰야 아름답게 출 수 있어요. 진심 어린 마음이 있어야 관객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거든요. 나는 죽을 때까지 전통 춤을 지킬 거예요.”

    KOREAN NATIONAL BALLET

    국립발렌단을 대표하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 단원들의 소장품과 데님을 매치한 스타일링은 우아한 동작으로 또 다른 발레가 되었다. 왼쪽부터 송정빈, 박예은, 박슬기, 이영철, 김지영, 김리회, 신승원, 이재우, 한나래, 김희현. (왼쪽부터)데님 베스트는 리바이스(Levi’s), 팬츠는 올세인츠(Allsaints). 슬리브리스 톱은 코스(Cos), 쇼츠는 리바이스. 오버사이즈 셔츠는 리바이스, 팬츠는 보브(Vov). 팬츠는 리바이스. 화이트 슬리브리스 보디수트는 렉토(Recto), 코르셋 벨트는 SJYP, 브라 톱은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끈 장식 베스트는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브라 톱은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쇼츠는 쟈딕앤볼테르(Zadig&Voltaire). 블랙 보디수트는 렉토, 스키니 데님은 랙앤본(Rag&Bone at Beaker). 워싱 데님 팬츠는 클럽 모나코(Club Monaco). 금장 버튼 재킷은 발맹(Balmain). 재킷은 리바이스, 팬츠는 타미 힐피거 데님(Tommy Hilfiger Denim), 브리프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국립발렌단을 대표하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 단원들의 소장품과 데님을 매치한 스타일링은 우아한 동작으로 또 다른 발레가 되었다. 왼쪽부터 송정빈, 박예은, 박슬기, 이영철, 김지영, 김리회, 신승원, 이재우, 한나래, 김희현. (왼쪽부터)데님 베스트는 리바이스(Levi’s), 팬츠는 올세인츠(Allsaints). 슬리브리스 톱은 코스(Cos), 쇼츠는 리바이스. 오버사이즈 셔츠는 리바이스, 팬츠는 보브(Vov). 팬츠는 리바이스. 화이트 슬리브리스 보디수트는 렉토(Recto), 코르셋 벨트는 SJYP, 브라 톱은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끈 장식 베스트는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브라 톱은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쇼츠는 쟈딕앤볼테르 Zadig&Voltaire). 블랙 보디수트는 렉토, 스키니 데님은 랙앤본(Rag&Bone at Beaker). 워싱 데님 팬츠는 클럽 모나코(Club Monaco). 금장 버튼 재킷은 발맹(Balmain). 재킷은 리바이스, 팬츠는 타미 힐피거 데님(Tommy Hilfiger Denim), 브리프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와 솔리스트 10인이 데님과 멀티 컬러의 스트라이프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본인들이 평소에 착용하는 튀튀, 타이츠, 토슈즈와 함께 스타일링했다. 모던발레 의상이라 해도 믿을 만큼 모두 자연스레 춤을 췄다. 사실 발레 하면 고전발레를 떠올리지만, 무용수들이 꼽은 ‘베스트 의상’은 다채롭다. 많은 이들이 최근 막을 내린 <스파르타쿠스>의 과감한 의상에 표를 던진다. “고전발레와는 다른 과감한 노출과 시대를 나타내는 디자인이 인상적이었어요.”(박예은) “굉장히 남성적인 의상이 작품의 분위기를 더했죠.”(이재우)

    셔츠는 리바이스(Levi’s). 검정 보디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데님 베스트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스트라이프 보디수트는 니나 리치(Nina Ricci). 화이트 브라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는 리바이스(Levi’s). 검정 보디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데님 베스트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스트라이프 보디수트는 니나 리치(Nina Ricci). 화이트 브라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를 극대화하는 의상도 사랑받는다. “<레퀴엠>에서 남편의 죽음을 목격할 때 입은 검은색 롱 드레스는 춤을 추기에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예뻤어요.”(김리회)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특별히 애정하는 디자이너는 프랑스 출신의 제롬 캐플랑. “장 크로스토프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할 때 제롬 캐플랑이 의상을 담당했죠.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아름답게 날리는 소재와 반짝이던 색감이 생생해요. 여성 무용수를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디자이너죠.”(신승원) “저도 <로미오와 줄리엣>이 기억에 남아요. 무용수로서 세련된 의상을 입으면 굉장히 행복해요.”

    세로줄 무늬 니트 팬츠는 로켓런치(Rocket×Lunch). 멀티 컬러의 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톱과 스커트는 시스템(System). 스포티한 오렌지 컬러 톱은 라코스테(Lacoste), 플리츠 스커트는 질 스튜어트(Jill Stuart). 니트 원피스는 소니아 바이 소니아 리키엘(Sonia by Sonia Rykiel), 플리츠 스커트는 라이(Lie). 옆트임이 들어간 블루 니트 원피스는 스튜디오 톰보이(Studio Tomboy), 함께 매치한 스트라이프 니트 원피스는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블랙 앤 화이트 스트라이프 패턴 톱은 구호(Kuho), 같은 패턴의 스커트는 시스템. 라임 컬러 톱은 그레이양(Grey Yang), 펀칭 디테일의 초록 니트 톱은 산드로(Sandro), 멀티 컬러의 A라인 롱스커트는 미쏘니(Missoni). 레드 컬러의 줄무늬 크롭트 톱은 구호, 블루 스트라이프 니트 원피스는 라코스테. 연보라 니트 톱은 시스템, 니트 소재 플리츠 스커트는 질 스튜어트. 스트라이프 톱은 미쏘니, 블루 니트 스커트는 래트바이티(Lätt By T).

    세로줄 무늬 니트 팬츠는 로켓런치(Rocket×Lunch). 멀티 컬러의 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톱과 스커트는 시스템(System). 스포티한 오렌지 컬러 톱은 라코스테(Lacoste), 플리츠 스커트는 질 스튜어트(Jill Stuart). 니트 원피스는 소니아 바이 소니아 리키엘(Sonia by Sonia Rykiel), 플리츠 스커트는 라이(Lie). 옆트임이 들어간 블루 니트 원피스는 스튜디오 톰보이(Studio Tomboy), 함께 매치한 스트라이프 니트 원피스는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블랙 앤 화이트 스트라이프 패턴 톱은 구호(Kuho), 같은 패턴의 스커트는 시스템. 라임 컬러 톱은 그레이양(Grey Yang), 펀칭 디테일의 초록 니트 톱은 산드로(Sandro), 멀티 컬러의 A라인 롱스커트는 미쏘니(Missoni). 레드 컬러의 줄무늬 크롭트 톱은 구호, 블루 스트라이프 니트 원피스는 라코스테. 연보라 니트 톱은 시스템, 니트 소재 플리츠 스커트는 질 스튜어트. 스트라이프 톱은 미쏘니, 블루 니트 스커트는 래트바이티(Lätt By T).

    (이영철) 이영철과 김지영은 국립발레단을 이끄는 선배 수석 무용수이다.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단원들은 힘을 받는다. “제가 어릴 적부터 선망하던 무용수인데 한자리에 있다니 신기해요. 그들처럼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어요.”(한나래)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테크닉보다는 인성을 이야기한다. “연기에서 삶의 태도가 묻어나기 때문이죠.”(김지영) 강수진 예술감독 취임 후 단원들이 맞은 큰 변화 중 하나는 안무가 양성이다. 이영철, 송정빈 등 많은 단원이 안무가의 길도 병행한다. “춤을 춰오면서 꿈꿔온 작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안무가로서 올린<흉터>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남녀 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흉터가 남았듯이 과거가 삶의 일부가 된다는 내용이죠. 앞으로도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그들의 삶을 작품에 표현하고 싶어요.”(송정빈) 단원들의 꿈은 한결같다. “발레를 통해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적인 삶을 살 수 있잖아요. 오래도록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박슬기) “지치도록 달려왔다면 이제는 내려놓고 즐겁게 무대에 서요. 계속 발레와 함께하고 싶어요.”(김희현)

    KIM YU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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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의 스튜디오에 가면 취미로 무용을 하는 노인들이 많아요. 우리는 무용을 예술의 영역으로만 생각하는데, 몸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건 삶에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춤을 춰본 경험이 없는 성인이 무용 동작을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탄츠 플레이를 개발하게 됐어요.” 여배우들의 무용으로 유명세를 탄 ‘탄츠 플레이’는 사실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훈련하는 예술 활동에 가깝다. 체형 교정, 다이어트 등 각자 다른 이유로 탄츠 플레이를 찾지만, 이곳에서 1년 이상 춤을 추고 나면, 자기 신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된다.

    셔츠와 하나로 연결한 오버사이즈 블랙 재킷과 메탈릭한 싸이하이 부츠는 YCH.

    셔츠와 하나로 연결한 오버사이즈 블랙 재킷과 메탈릭한 싸이하이 부츠는 YCH.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을 고루 거친 김윤아 대표는 실제로 자신이 춤을 출 때 가장 아름답게 여겨졌고, 그 자신감에 찬 순간을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탄츠 플레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그녀에게 무용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고 그래서 언젠가는 아카데미를 만들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게 꿈이다. 탄츠 플레이보다 앞서 김윤아는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이기도 하다. 훌륭한 이야기꾼으로서 무용수와 포괄적인 시선이 필요한 안무자의 경계에서 관객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이야기를 건넨다. 지난 5월에 무대에 올린 <이것과 그것>은 안무가로서 즐거움을 느낀 첫 무대였고, 하반기 고 선웅이 연출하는 <라 빠르망>의 안무를 맡게 됐다. 김윤아는 훌륭한 사람보다는 좋은 교육자, 좋은 안무자, 좋은 무용수가 되길 원한다. 그녀가 전파하는 원초적 예술의 힘은 세상을 훨씬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패션 에디터
      손은영, 김미진
      피처 에디터
      조소현, 김나랑
      포토그래퍼
      KIM BO SUNG, KANG HYE WON,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선영, 한지선, 이에녹
      메이크업 아티스트
      류현정, 류현정, 이지영
      스타일리스트
      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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