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to Dance ④

춤은 말로는 전해지지 않을 감성을 전하는 정직한 신체 언어다.〈보그〉는 패션이라는 변화무쌍한 대지에 무용가 16팀을 초대했다. 신체와 영혼을 표현하는 춤과 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탄생한 패션의 만남이 일으킨 아름다운 변화의 기록. – ④ 강수진, HITECH, 김설진, 엄재용&황혜민

 

KANG SUE JIN

롱 베스트와 레드 실크 블라우스, 팬츠는 에르메스(Hermès), 비즈 장식 뮬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리나 클립과 2.13캐럿의 오벌 컷 루비를 세팅한 부클레 링은 반클리프 아펠.

롱 베스트와 레드 실크 블라우스, 팬츠는 에르메스(Hermès), 비즈 장식 뮬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리나 클립과 2.13캐럿의 오벌 컷 루비를 세팅한 부클레 링은 반클리프 아펠.

발레의 아이콘, 지금 가장 아름다운 여성,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강수진이다. 단원들과 콜롬비아로 떠나기 전날 <보그>와 함께했다. 솔리스트 강효형이 안무가로 활약한 <허난설헌-수월경화>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다. 강수진은 2014년 취임 후 무용가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시작했다.

 

건 클럽 체크 재킷과 팬츠, 레이스 셔츠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행커치프는 바톤 권오수(Baton Kwonohsoo). 오른손에 낀 2.13캐럿의 루비와 다이아몬드를 리본처럼 세팅한 부클레 반지, 3.28캐럿 오벌 컷 루비를 세팅한 왼손의 엉트렐라 링, 다이아몬드 웨딩 밴드는 반클리프 아펠 (Van Cleef & Arpels).

건 클럽 체크 재킷과 팬츠, 레이스 셔츠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행커치프는 바톤 권오수(Baton Kwonohsoo). 오른손에 낀 2.13캐럿의 루비와 다이아몬드를 리본처럼 세팅한 부클레 반지, 3.28캐럿 오벌 컷 루비를 세팅한 왼손의 엉트렐라 링, 다이아몬드 웨딩 밴드는 반클리프 아펠 (Van Cleef & Arpels).

강효형은 이 작품으로 ‘2017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안무가 후보에 올랐다. 이영철, 송정빈, 박슬기, 박나리 등의 무용수도 안무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언밸런스 롱 셔츠는 셀린(Céline). 심플한 형태의 다이아몬드 라운드 귀고리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언밸런스 롱 셔츠는 셀린(Céline). 심플한 형태의 다이아몬드 라운드 귀고리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단원들이 한 스텝 더 나갈 수 있도록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결과가 무척 좋아요. 국립발레단만의 스타일, 호흡으로 만든 우리의 것으로 해외 진출도 하고 있죠.”

턱시도 점프수트와 벨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노란 레이스업 뮬은 지방시 바이 리카르도 티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리나 클립과 눈송이에서 영감을 얻은 하이 주얼리 워치, 볼드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뱅글과 반지는 스노우플레이크 컬렉션으로 반클리프 아펠.

턱시도 점프수트와 벨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노란 레이스업 뮬은 지방시 바이 리카르도 티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리나 클립과 눈송이에서 영감을 얻은 하이 주얼리 워치, 볼드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뱅글과 반지는 스노우플레이크 컬렉션으로 반클리프 아펠.

강수진이 이끌어낸 변화는 이뿐 아니다. 고전발레, 네오클래식, 모던발레를 균형 있게 올리면서, 올해만 신작 세 편을 선보이는 모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는 11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원하는 초연 대작 <안나카레니나>를 올린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와이드 팬츠 수트는 문수권(MunsooKwon). 야생화를 모티브로 탄생한 폴리 데 프레 귀고리와 반지, 발레리나 클립과 왼손의 다이아몬드 웨딩 밴드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스트라이프 패턴의 와이드 팬츠 수트는 문수권(MunsooKwon). 야생화를 모티브로 탄생한 폴리 데 프레 귀고리와 반지, 발레리나 클립과 왼손의 다이아몬드 웨딩 밴드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굉장히 아름다운 안무, 의상, 음악이 함께하는 작품이에요. 이런 신작을 올림으로써 단원들에게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하게 하고 싶어요.” 강수진은 국립이 가져야 하는 공익성과 발레의 대중화도 목표로 삼는다.

꽃 자수 코트는 구찌(Gucci). 생동감 넘치는 발레리나 클립과 다이아몬드 웨딩 밴드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꽃 자수 코트는 구찌(Gucci). 생동감 넘치는 발레리나 클립과 다이아몬드 웨딩 밴드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찾아가는 발레교실’이 그 일환이다. 얼마 전엔 거제도에서 아이들에게 발레를 가르쳤다. “끼니를 과자로 해결할 만큼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을 보면서 감동하는 순간이 많았어요. 학생들, 나이 드신 분들 모두 발레를 취미로 하셨으면 좋겠어요.

블랙 베스트와 레드 실크 블라우스는 에르메스(Hermès).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리나 얼굴의 페어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발레리나 클립은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블랙 베스트와 레드 실크 블라우스는 에르메스(Hermès).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리나 얼굴의 페어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발레리나 클립은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제가 발레를 통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여러분도 발레로 아름다움과 힐링을 얻을 수 있어요.” 강수진은 스스로 아이콘이 되는 것을 넘어서, 발레를 통해 우리 삶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HITECH

1

지난달 지드래곤 단독 콘서트 무대는 그야말로 붉게 물들었다. 지드래곤 한 발자국 뒤에서 탱탱볼보다 찰지게 튀어 오르고, 메트로놈보다 정확하게 박자를 타며 무대를 채운 붉은 군단의 정체는 YG 안무팀 하이테크다. 20년 넘는 YG의 역사 그 자체인 하이테크는 지누션부터 악동뮤지션까지 모든 YG 아티스트의 무대를 책임져왔다. 아티스트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지만 자연스러운 팀워크로 종결되는 YG 스타일 무대는 하이테크의 공이 크다. 각자의 멋을 아는 춤꾼들이 찾아내는 조화는 절도 있는 군무보다 더 스웨그 넘친다. 덕분에 안무팀임에도 불구, 팬클럽을 몰고 다닌다. 권트윈스의 인스타 팔로어는 각자 35만 명이 넘는다.

하이테크 작명자는 지누션이다. 왼쪽부터 박정헌, 권영득, 유충재, 이영상, 권영돈, 김병곤. 스타일리스트 지은이 지드래곤의 새 앨범 의 레드 컨셉을 위해 제작한 의상. 운동화는 나이키(Nike).

하이테크 작명자는 지누션이다. 왼쪽부터 박정헌, 권영득, 유충재, 이영상, 권영돈, 김병곤. 스타일리스트 지은이 지드래곤의 새 앨범 <Motte³>의 레드 컨셉을 위해 제작한 의상. 운동화는 나이키(Nike).

세기의 춤꾼이었던 양현석 사장이 시작점이기 때문일까. 하이테크는 춤이 본능인 춤꾼들의 집합소이자 양성소다. 춤이 좋아 무작정 YG의 문을 두드렸고, 전설의 형님들로부터 춤을 배우다 보니 직업이 댄서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365일 중 80% 이상 함께 있고, 하루를 100이라고 쳤을 때 연습량은 110이라고 대답하는 이들은 찰떡 같은 호흡을 자랑하며 아티스트의 숨겨진 팔다리가 되어 무대를 날아다닌다. “춤은 제게 아메리카노 같은 존재예요. 처음 먹을 때는 쓰지만 중독성이 엄청 강하잖아요. 하루 종일 춤추면 정말 힘든데 무대에 한번 서면 그 성취감에 중독되어 또 무대를 그리워하게 되거든요!”(권영돈) 김병곤은 함께하는 안무팀이 있기에 오래 춤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YG패밀리잖아요.”

 

KIM SEOL JIN

메탈릭한 실버 셔츠와 팬츠는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로퍼는 프라다(Prada).

메탈릭한 실버 셔츠와 팬츠는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로퍼는 프라다(Prada).

수많은 무용가가 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애썼지만 김설진처럼 강렬했던 이가 또 있을까. 수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댄스 배틀 오디션 프로그램 <댄싱9>에서 그가 보여준 몸짓의 언어를 잊지 못한다. 마치 보통의 인간보다 관절의 숫자가 많기라도 한 듯 혹은 땅 위에 발을 딛지 않고 살기라도 하는 듯, 그의 몸은 쉽게 구겨졌고, 날아올랐고, 미끄러졌다. 한계를 넘어선 인체가 전하는 경이로움은 사막처럼 메마른 감성을 가진 이의 감정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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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설진은 방송에 출연하기 전부터 손꼽히는 독창적인 무용가였다.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톰 단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해외 언론은 그를 두고 ‘동양의 찰리 채플린’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다른 의미에서 연기도 하고 글을 쓰고 작곡도 했던 찰리 채플린처럼 김설진은 요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순간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글, 그림, 낙서로 표출한 감정은 곧 시집이라는 형태로 묶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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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든 풀고 살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진짜 아프더라고요. 어떤 목적을 두고 하는 일이 아니라 좋아서 하다 보면 만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춤이라는 장르에 갇힌 적이 없던 그는 최근 이효리의 새 앨범 안무를 짰다. 컨셉에 함몰되지 않고, 꾸밈없는 감정이 담긴 춤은 이효리의 음악을 진실하게 전했다. 좋은 춤이란 어떤 춤이냐는 질문에 김설진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다면 좋은 춤일 거예요.” 그의 다음 무대는 일본에서 올릴 솔로 작품이다.

 

OHM JAEYONG & HWANG HYEMIN

하나로 연결한 오버사이즈 아노락은 준지(Juun.J), 엄재용이 입은 트레이닝 팬츠는 DKNY.

하나로 연결한 오버사이즈 아노락은 준지(Juun.J), 엄재용이 입은 트레이닝 팬츠는 DKNY.

엄재용과 황혜민은 유니버설발레단을 대표하는 수석 무용수이자 부부다. 황혜민은 리듬체조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발레로 전향했고, 엄재용은 아이스하키를 하다 발레 교수인 어머니를 따라 중학교 2학년 때 발레리노가 된다. 둘은 중학교 때 만나 유니버설발레단에 1년 차로 잇따라 입단해 2003년에 <백조의 호수>로 함께 호흡한 뒤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엄재용은 부인이 발레리나여서 다행이라고 했다. 발레는 한번 무대에 오르면 1~2kg이 빠지고,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서로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공감대가 깊어요. 옆에 있는 자체
로 힘이 되죠.” 둘은 호흡이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오네긴>을 꼽는다. 2009년 초연 때부터 함께해 오는 11월에 또 한번의 <오네긴>을 준비 중이다. “테크닉보다도 감성적인 연기가 필요한 드라마 발레라 좋아요. 특히 노련미와 연륜이 빛날 수 있죠. 마지막으로 함께 무대에 선다면 <지젤>이나 <오네긴>을 선택할 거예요.” 패션에 있어서는 클래식보다는 모던발레를 선호한다. 황혜민은 <프티트 모르>에서 누드 톤의 보디수트를 입고 무대에 올랐던 순간을 기억한다. 엄재용은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세븐>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무용수 스무 명이 수트를 입고 등장하다 하나씩 옷을 벗어버리죠. 이런 작품은 발레 인생에서 큰 활력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