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lace Like Home

디자이너 마르코 자니니가 산토니(Santoni)를 위한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했다. 그리고 영감의 원천이 된 밀라노 자신의 집 뒷마당에 <보그>를 초대했다.

모델 하를레네 회거(Charlene Högger)가 입은 코트는 산토니 에디티드 바이 마르코 자니니, 슬립 이너 드레스는 나토리(Natori), 벨벳 소파는 요세프 프랑크, 뒤로 보이는 건 구스타브스베리 아르겐타(Gustavsberg Argenta) 도자기.

모델 하를레네 회거(Charlene Högger)가 입은 코트는 산토니 에디티드 바이 마르코 자니니, 슬립 이너 드레스는 나토리(Natori), 벨벳 소파는 요세프 프랑크, 뒤로 보이는 건 구스타브스베리 아르겐타(Gustavsberg Argenta) 도자기.

마르코 자니니(Marco Zanini)는 할스턴(Halston), 로샤스(Rochas)를 거치며 20년간의 패션 이력에 방점을 찍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패션계로 복귀하려 했을 때, 무엇이 자신을 끌어들일지 정확하게 알았다. “패션계 바깥에 있던 시간은 제가 좀더 소소한 일을 열망하게 만들었어요.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감과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말이죠.” 운명은 곧 그의 편이 됐다. 슈즈 브랜드 ‘산토니’의 CEO 주세페 산토니를 만났고, 한 번의 점심 식사, 오후 미팅 그리고 또 한 번의 점심 식사 시간을 가지며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산토니에겐 첫 시도였던 여성화, 남성화 그리고 스웨터, 코트, 재킷으로 구성된 ‘Santoni Edited by Marco Zanini’ 컬렉션의 론칭이었다. 첫 모험을 시작한 이유? “자니니와 산토니는 같은 언어로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르코 자니니가 서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르코 자니니가 서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컬렉션 중 몇몇은 최근 트렌드이기도 한 ‘Genderfree’ 성향을 띠기도 하는데, 구릿빛 코도반 구두나 오래 입을 듯한 부드러운 캐시미어 니트 등이 그렇다(반대로 남자 모델이 핫 핑크 스웨터를 입고 나오기도 한다). 여성 제품으로는 나일론 누비의 네온 컬러 리버서블 모피 코트, 복슬복슬한 알파카 스카프 그리고 힐이 달린 발레 슬리퍼 등이 있다. 자니니가 디자인한 모든 것은 당신이 더 쉽고, 단순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이미 아는 편안함입니다.” 그가 밀라노의 코르소 제노바와 가까운 자신의 아파트에 앉아 말했다. 그는 지금 새 컬렉션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밀라노라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 수 있다. 럭셔리한 기능성에 대한 밀라노만의 미학은 컬렉션뿐 아니라 자니니의 집을 채우고 있다. 뉴욕과 파리에서 활동을 마친 그는 지금 5년 만에 찾은 밀라노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새 아파트는 모든 면에서 자니니에게 삶을 재조정하게 해줬는데, 이는 그의 삶 자체이자 집의 요소 하나하나가 자신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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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자라며 받은 영향과 스웨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담백한 미학이 섞인 것은 스톡홀름의 스벤스크트 텐(Svenskt Tenn) 숍에서 오랜 고민 끝에 고른 요세프 프랑크(Josef Frank)의 아름다운 벨벳 소파에서 엿볼 수 있다. 또 자니니의 청소년기는 포스트 센세이션 세대의 예술가 볼프강 틸만스, 로버트 메이플소프, 영국 가수 모리세이를 아이돌로 삼았다. 이는 그가 최근에 수집한 메이플소프의 새 사진 컬렉션과 런던 스튜어트 셰이브 모던 아트 갤러리에서 발견한 사냐 칸타롭스키의 스케치 세 개가 가득한 벽에서 감지할 수 있다. 자니니의 아파트는 밀라노의 수많은 프라이빗 공간처럼 요새 같은 문 뒤에 숨은 마당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산토니 데뷔를 어떤 방법으로 발표할까 생각하던 중, 베를린의 아트 디렉터 칼 콜비츠(Karl Kolbitz)가 큐레이팅한 밀라노의 통로에 관한 책을 떠올렸고, 이 책의 개념을 컬렉션에 적용하는 것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거라 여겼다. 그의 컬렉션처럼 이 책은 매일 사용하지만 사용자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그러나 콜비츠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기에 자니니는 자신의 컬렉션을 담은 브랜드 북을 젊은 영국 사진가 힐 앤 오브리(Hill & Aubrey)와 작업했다. 그들의 사진은 브랜드에 대한 절제된 자니니의 아날로그적 접근과 완벽히 맞물리는 듯 보인다. 그러니 책을 몇 장 넘기다 보면 결국 당신은 산토니가 추구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것이다. 그건 정확히 자니니가 의도한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