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오랜만이에요

〈아가씨〉의 세상으로 완벽하게 진입할 수 있는 문, 아카이브 북 〈아가씨 아카입〉이 탄생했다. CGV의 헌정관인 ‘박찬욱관’과 미술관에 간 〈격세지감〉을 핑계 삼고 〈아가씨〉로 난 문을 들락거리며 나눈, 박찬욱의 ‘지금’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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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북으로 감독을 인터뷰 하긴 처음입니다. 여기에 헌정관도, <격세지감>도 있으니,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번 인터뷰는 아무래도 ‘박찬욱의 딴짓’ 정도로 흐를 듯 합니다.(웃음)
너무 흔해졌어요. 사람이 이렇게 흔해지면 안 되는데.(웃음)

고단하시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끝나도 끝난 게 아니라는 느낌이랄까요?
요즘은 영화감독의 일이 그렇더라고요. 개봉 10주년 같은 행사도 해야 하고. 예전엔 DVD만 만들면 끝이었는데 이젠 블루레이도 만들어야 하고. 새 기술도 생겼어요. 영화를 HDR로 컨버팅하면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이 살아나고 색감이 더 화려해져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색 보정을 새로 해야 하거든요. <아가씨>는 끝냈고, 지금은 <올드보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런저런 일이 끝나지 않아요. 영원히.(웃음)

장편영화만 10편에 이르니 더욱 바빠지시겠죠. 하지만 세상 모든 영화가 모두 매번 새 생명을 얻고 회자되는 건 아니니 좋은 일 아닙니까.
그렇죠. 제가 바라는 것도 그런 거고, 사실 목표 삼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싫어’라든가 ‘알아서 해라’라고는 못하는 거죠. 자초한 일입니다.144-145-1

사진집, 각본에 이어 아카이브 북까지, 출판사 정상준 대표의 <아가씨>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 감탄했어요.
출판사 입장에선 개봉 직후, 홍보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내고 싶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잘 만들겠다는 쪽에 열의를 보여주어서 참 고마웠어요.

<아가씨>의 모든 걸 기록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겠죠. 감독님은 이 과정에 얼마나 개입하셨나요?
의견도 내고, 교정도 봤는데, 막판엔 시간에 쫓겼어요. 하지만 다른 필자들도 그렇지만, 타이포그래퍼 유지원 씨는 제가 우연히 발견한 사람이에요.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글이나 블로그에 쓴 글이 다 재미있어서 출판사에 소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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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가 쓴 외전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 글이 아카이브 북의 태생적 전형성을 깨고 책의 영역을 확장해주었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본인의 영화가 해체되어 전혀 다른 결과물로 보여진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합니다.
보통 영화의 미술감독, 촬영감독, 의상감독 이런 사람들이 높은 기여도에 비해 별로 주목받지 못해요. 어떤 생각으로 그들이 작업했는지 소개할 기회라면 기껏 블루레이에 수록되는 영상 정도죠. 함께 <아가씨>를 만든 이들의 인터뷰가 많이 들어간 것이 일단 의미가 있어요. 그들의 생각이 정당하게 주목받고, 평가받는 게 가장 중요해요. 또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영화에 대해 가지는 견해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영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감독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화가 얼마나 정확하게 해석되느냐보다는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되는지가 더 즐거운 일이니까요. 부자가 된것 같은 기분이 들죠.

사소한 이유에서라도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나요?
글쎄요…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있겠네요. 김영진 교수 글 중에서 틀린 말이 하나 있더라고요. 그는 제가 영화를 굉장히 많이 보는 사람이라 알고 있는데, 그런 시절은 오래전에 지나간데다 그리 길지도 않았어요. 잘못된 고정관념이 많이 유포되어 있어요. 나쁜 건 아니지만 좀 부끄럽죠. 요즘 저처럼 영화를 적게 보는 감독도 드물 텐데… 다만 옛날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왠지 안 본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남들 다 보는 영화를 좀 보셔야 트렌드를 알고 피해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갖고는 있지만, 재미가 없는데 어떡하겠어요? 억지로 볼 수는 없잖아요. 실패 확률도 높고. 사실 칸 영화제 심사위원도 그래서 한 거기도 해요. 현대 영화의 동향을 일목요연하게 볼 기회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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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목요연한 무언가를 발견하셨나요?
말로 설명하긴 좀 힘든데… 공통점보다 다양성이 눈에 띄더군요. 그리고 좋다 싶은 영화 음악이 다 멜로디가 배제된, 악기의 고요한 음색이나 리듬을 중시하는 그런 음악이에요. 다들 촬영을 참 잘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 그리고 길다는 점.

‘나만 영화를 길게 만드는 건 아니었구나’라는 식의 안도감이 아니라요?(웃음)
봐야할 게 너무 많아서 그런지, 심사 회의를 하면 심사위원 누구의 입에서든지 제일 먼저 이런 얘기가 나와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길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사실 모든 감독들이 ‘<대부>도 몇 시간이잖아. 영화 끝날 때도 더 지속되기를 원하잖아’ 하면서 길게 만들죠. 자기 영화도 그런 줄 알고.

<아가씨 아카입>은 영문 판으로 만들어도 좋을 듯해요. 현대물인 전작도 이런 아카이브 북으로 보고 싶다는 욕망도 일었고요. 책이라는 게 의지와 노력과 시간과 돈을 들여서 만드는 굉장히 압축된 결과물이라 쉽지 않은 대상이긴 하지만 말이죠.
그러니까 생각나는데, <아가씨 가까이> 사진집이 독일 판 블루레이의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보통 단행본 소설책 사이즈로 만들어졌더라고요. 귀여웠어요. 세계 모든 나라의 <아가씨> 블루레이를 수집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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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박찬욱 감독 영화의 DVD, 포스터, 엽서, 팸플릿까지 다 구한다”는 글을 봤어요. 이 책에도 쓰이지 않은 포스터까지 다 실린 덕분에 영화의 이면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특히 뱀 모양의 티저 포스터는 그로테스크하고 에로틱하더군요.
저도 그 포스터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디자이너에게 찾아가 상업적으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받았어요. 참 좋죠?

아까울 정도로요.
최근에 <미스테리아> 잡지를 보니, 책 디자이너에게 책 표지를 마음대로 디자인 해보라는 특집이 있었는데, 정말 좋더군요. 몇몇 한국 디자이너들은 참 잘하던데요? 특히 <주석 달린 셜록 홈즈>나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재해석한 디자인이 좋았어요.

잡지의 그런 특집이 간혹 책 자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사실 <아가씨 아카입>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감독 입장에서도 고무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맞아요, 우리나라 문화 소비가 바로 그런 점이 아쉽다는 얘기를 해요. 산업 종사자들이 일본을 부러워하는 이유도 일단 거기선 DVD, 블루레이가 많이 팔리고, 다양한 굿즈가 나오니까요. 우리도 그런 팬들이 많이 생기니 훨씬 힘이 나더군요. 인터넷을 뒤지면 구할 수 있는 각본을 돈을 지불하고 갖겠다는 그런 성의가 정말 소중한 거죠. 우산도 나왔어요. 쓰고 다니긴 힘들 것 같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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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팬덤은 이례적이었어요. 100번 봤다는 관객은 인터뷰를 하고 싶을 정돕니다.
<아가씨> <아수라> <불한당> 같은 팬덤은 최근에 생긴 현상이죠. <불한당>도 여자 팬들이 많아요.

<불한당>은 칸에서 보셨겠군요.
네, 칸에서 배우들이 레드 카펫에 올라올 때, 기다렸다가 맞아줬거든요. 설경구가 어느 인터뷰에서 그랬대요. 변성현 감독이 못 와서 아비 없는 자식들이 된 기분이었는데, 내가 맞이해주어 눈물이 났다고. 저는 그렇게 불한당원들의 양아버지가 되었어요.(웃음)

지난 인터뷰에서 모든 걸 정교하게 연출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셨는데요. 이런 책을 함께 만든다는 것도 사진 찍는 즐거움과 다르지 않을 거라 봐요. 마찬가지로 늘 주체로 사시다가 책을 통해서 객체로 존재하는 것도 썩 나쁘진 않으신 듯합니다.
장편영화 찍는 것, 동생과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것, 사진을 찍는 것. 이 세 가지는 제가 다 원해서 하는 일이고 보람도 느껴요. 그 밖의 일은…(웃음) 하지만 뭘 하더라도 필요한 일이 있으니 하긴 해야 하는 거죠.

이번에 생긴 헌정관도 뚜렷한 명분으로 제안을 수락하신 거겠지요.
맞아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까지 넣을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오디오 수입 회사의 쇼룸인 오드(ODE)라고 있는데, 한번 가보세요. 정말 놀라워요. 우리 같은 사람이 평생 가도 소유할 수 없는 초고가 오디오가 대부분이어서 샘이 날 지경이에요. 거기에 돌비 애트모스가 있더라고요. ‘박찬욱관’도 돌비 애트모스까지는 아니지만 좋아요. 늘 함께 일하는 사운드 디자이너도, 영상 컬러리스트도 모셔다가 <아가씨>를 봤어요. 완벽한 상태인 걸 확인하고 헌정관을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만약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면요?
계속 고치라고 요구했겠죠.(웃음) 이번에도 극장 기술진과 다 함께 모여서 조금씩 수정해서 완벽한 상태로 만든 거예요.

‘박찬욱관’의 존재가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듯합니다만.
그렇죠. 제 영화만 트는 것도 아니고, 제게 수익이 오는 것도 아니고, 제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저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을 수 있죠.

그 관계를 찾으셨나요?
음향과 영상이 최적의 상태라고 내가 승인한 극장이라는 거죠. 어떤 영화를 가장 좋은 상태로 보고 싶다면 추천할 수 있는 거고. 관객 한 명당 200원씩 모아 제가 선정한 독립영화 감독을 지원하게 되어 있어요. 시간 나는 대로 프로그래밍해서 작은 기획전도 열려고 해요. 넉 달마다 사진 여섯 점을 전시할 거고요. 그 관이 존재하는 한 계속되는 개인전이죠.

이번에 고른 7편의 영화를 프로그래밍한 기준은요?
애초에 원한 건 동시 상영처럼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거였는데, 뜻대로는 안 되었어요. 소피아 코폴라의 신작 <매혹당한 사람들>과 원작인 돈 시겔의 <더 비가일드(The Beguiled)>(1971), 두 편을 비교하는 건 성공했지만, 다른 건 필름 수급이 마음처럼 되지 않더군요. 또 하나의 문제는 아주 참신한 영화를 소개하긴 힘들다는 거예요. 자막을 새로 만들어 넣는 건 비용 문제 때문에 힘들고, 그래서 시네마테크가 자막을 넣은 영화만 선정해야 하니까요. 필름 영사기가 없어서 디지털화되지 않은 영화도 틀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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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여건이 되면, 이런 작업도 해보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일을 많이 벌이면 안 될 것 같지만, 동생과 큰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 있어요. <격세지감>도 꼭 포함되어야 할 텐데, 그러자면 스피커 42개를 설치해야 하고, 입체 영상이 가능한 프로젝트도 설치해야 하고… 한 편 트는 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격세지감>을 연달아 세 번 봤습니다.(웃음)
얼굴 이미지와 목소리 사용을 허락한 배우들에게 신세도 갚을 겸, 그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아야 하기도 해서, 며칠 전에 다 모았어요. 가족 휴가 간 영애 씨 빼고 송강호, 이병헌, 김태우, 신하균이 왔죠. 같이 보고, 밥 먹고, 술 마셨어요. 송강호 말이 제일 웃겼는데, 주로 목소리로만 보니까 본인이 연기를 좀 잘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웃음) 누가 가장 늙었느냐고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송강호도 그렇고 그때 신하균이 워낙 소년처럼 보였기 때문에, 인민군 둘이 가장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얼굴이란 결론을 내렸죠, 우리끼리.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들 때와는 다른 상황에 계시고, 관객인 저조차도 많이 변했습니다. 3D 영상은 당시로선 상상도 못했던 기술이고요. 제목처럼, 그대로인 건 작품 속 한반도의 상황뿐인 듯해요.
그게 그 영화의 핵심이죠. 그런데 요즘 한반도의 긴장은 여태까지와는 클래스가 다른 것 같아요.

미술관에서 보는 영화는 극장의 영화와는 달리 매체 자체에 대한 질문을 하도록 만듭니다. <격세지감>은 연출자에게 단편영화인가요, 미술 작품인가요?
확실히 미술작품에 가깝죠. DVD나 유튜브로는 불가능하고, 상하이나 파리에 가서 볼 수밖에 없는 하나뿐인 작품. 에디션이 다섯 개이니, 다섯 개만 팔 수 있죠. 한편 이런 생각도 들어요. 오페라나 연극 연출을 항상 주저하는 이유도 그거죠.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딱 그때뿐이라는 게 영화 만드는 입장에선 좀 허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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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제가 신입 영화 기자였을 때 다룬 영화의 편린을 17년 후 미술관에서 보게 된다는 상황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관객의 존재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미술관의 영상 작품을 끝까지 보는 관객이 많진 않더군요. 돌이켜보니 저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내러티브가 강한 작품은 불리하겠구나, 개념이 더 중요하구나, 전체의 3분의 1만 봐도 무슨 얘기인지 파악되도록 해야 하는구나 했어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영 시간을 정해놓는 식으로 했죠. 앞으로 이런 기회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볼 어려운 문제예요.

그래서 아예 극장에서 영화처럼 상영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번 카셀 도큐멘타에서 더글러스 고든이라는 작가가 그렇게 했는데, 형식은 영화인데 내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가 전혀 아니니 그것도 낯설고 재미있더군요.
혹은 퍼포먼스와 영상을 결합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죠. 그때만,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될텐데… 생각이 많아요. 해볼 만한 일인지.

파킹찬스로서의 활동이 ‘감독 박찬욱’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나요?
흥행 걱정을 안 하고 창작할 수 있다는 것. 제게는 그게 가치 있는 일이죠. 그리고 내러티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데, 파킹찬스 작품은 내러티브를 좀 느슨하게 가져가도 된다고나 할까요. 물론 다 재미있어서 하는 거지만 딱히 서로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아요. 별개의 작업이죠. 하지만 동생의 관심 영역이 저와는 다른 점이 있어서, 배워가는 과정도 재미있어요. 무속이라든가, 판소리라든가, 아시아 문화와 전통 같은 것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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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닿을 때마다 ‘다양한 도전을 하는 감독’이 되고자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세요. 도전이란 파킹찬스의 활동, 헌정관, <아가씨 아카입> 같은 책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그리고 영화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에게는 저의 영화가 넓은 의미의 스릴러 장르이고, 폭력성이 강한 비슷한 영화일 수 있죠. 인정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그때그때 관심사나 스토리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노력하고 있고. 예를 들어 ‘복수 3부작’만 해도 트릴로지로 묶여 있지만,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영화잖아요. <공동경비구역 JSA>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아가씨>도 다 다르다고 봐요. 다르기 위해 다른 건 절대 아니고, 스토리에 맞는 형식을 찾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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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에게 도전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저도 매번 현장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때마다 다르긴 한데, 흥행 부담 없이 창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커요. 그런 기회가 오면 놓치고 싶지 않은거죠. 봉준호도 넷플릭스와 일하면 좋은 점이 그거라고 늘 얘기해요. ‘관객이 몇 만 들었다’ 이런 거 따질 필요 없다는 거.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이 영화 때문에 얼마나 늘었는지 집계되지도 않고, 가입자 중 <옥자>를 몇 명이나 봤는지 발표되지도 않잖아요. 그런 부담이 없다는 게 매우 큰 매력일 정도로, 상업영화 감독에게 정말 큰 부담이고, 걱정이고, 무서운 일이에요. 그래서 이런 단편 작업이나 다른 일이 즐거운 거죠. 어떤 피아니스트에게는 큰 콘서트홀에서의 연주도 즐겁겠지만, 가족, 친구들과 살롱에서 연주하는 것도 행복한 일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