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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취향과 훌륭한 파트너, 근사한 친구들. 지금 패션계의 성공을 약속하는 중요한 재료를 모두 갖춘 ‘앰부시’의 윤 안. 도쿄의 새로운 에너지를 상징하는 그녀를 만났다.

루이 비통의 초대를 받아 서울을 찾은 앰부시의 윤 안. 그녀가 입은 재킷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주얼리는 앰부시(Ambush).

루이 비통의 초대를 받아 서울을 찾은 앰부시의 윤 안. 그녀가 입은 재킷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주얼리는 앰부시(Ambush).

도쿄의 하라주쿠와 시부야를 잇는 ‘캣 스트리트’를 거닐다 보면, 이어지는 골목 속 박스를 닮은 작은 건물이 눈에 띈다. 콘크리트와 유리로 완성한 박스는 주변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조금 다른 온도를 띤다. 대각선으로 가려진 유리창을 향해 걸음을 옮기다 보면, 건물 밖으로 새하얀 간판이 조용히 빛을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서야 그 간판의 단어를 읽을 수 있다. ‘AMBUSH’.

“고맙습니다. 매장은 원더월(일본 건축가 가타야마 마사미치가 이끄는 디자인 그룹)이 디자인 했어요.” 인상적인 디자인의 매장을 언급하자, ‘앰부시’를 이끄는 윤 안(Yoon Ahn)의 얼굴에 잠시 뿌듯한 미소가 감돌았다. “사무실은 바로 매장 2층에 있어요.” 지난가을 오픈한 그곳이 일본 패션의 새로운 에너지인 앰부시의 심장이다. 그곳에서 그녀와 파트너 버벌(Verbal)은 앰부시의 세상을 더 확장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거듭한다. 덕분에 버벌(그는 일본 힙합 밴드인 테리야키 보이즈(Teriyaki Boyz) 및 엠플로(M-Flo)의 멤버다)의 공연 의상 스타일링을 위해 시작한 주얼리 브랜드는 이제 선글라스, 액세서리 등을 포함한 패션 브랜드로 발전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자란 그녀는 이제 도쿄에 자리를 잡았다. 하얀색 스웨터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주얼리는 앰부시(Ambush).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자란 그녀는 이제 도쿄에 자리를 잡았다. 하얀색 스웨터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주얼리는 앰부시(Ambush).

윤이 뿌듯할 만한 일은 또 있다. 전 세계 젊은 디자이너들을 상대로 한 패션 콘테스트 ‘LVMH 프라이즈’ 2017년 최종 후보에 올라 패션계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녀는 칼 라거펠트, 피비 파일로(그녀의 개인적인 우상 중 한 명), 니콜 라 제스키에르 등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선보인 기회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들에게 앰부시가 어떤 옷인지, 어떤 세상을 그리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이야기하면서 저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패션계 상층권에 사는 이들을 만나는 경험이 떨리지 않았을까? “워낙 사진으로 많이 봐서일까요? 긴장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그들을 관찰하는 입장이었죠.”

에이셉 라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에 자연스럽다. 양털 소재 재킷과 검정 팬츠, 부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에이셉 라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에 자연스럽다. 양털 소재 재킷과 검정 팬츠, 부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실제로 만나본 윤은 그 누굴 만나도 쉽게 긴장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칸예 웨스트, 에이셉 라키(그의 뮤직비디오 ‘L$D’에도 출연한 바 있다), 지드래곤 등 슈퍼스타와도 격의 없이 지내는 스타 디자이너다. 최근 슈에무라와 함께 뷰티 제품을 선보인 것도, 루이 비통의 초대를 받아 서울을 방문한 것도 개인적인 인기 덕분이다. “루이 비통 같은 브랜드와 함께할 때면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요. 이토록 오랫동안 브랜드를 이어올 수 있는 데에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녀가 DDP에서 열리는 루이 비통의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를 방문한 것도 그런 이유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루이’ 백을 샀어요. 언제나 제게 루이는 이상향에 가까운 브랜드였습니다.”

패션 디자이너로 인정받은 윤. 검붉은색 재킷과 쇼츠, 벨트, 주얼리는 앰부시(Ambush), 페이턴트 소재 부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패션 디자이너로 인정받은 윤. 검붉은색 재킷과 쇼츠, 벨트, 주얼리는 앰부시(Ambush), 페이턴트 소재 부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시애틀 교외의 시립 도서관에서 <보그>를 보며 꿈을 꾸던 소녀는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신생 브랜드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정식 패션 교육을 받은 경험은 없지만, 두려운 건 없다. “패션 브랜드는 단순히 디자인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사업적인 문제, 생산과 머천다이징 등 신경 쓸 것이 많습니다. 그것이 제겐 좋은 패션 교육이 됐어요.” 유명세 덕분에 흔히 생각하는 ‘얼굴마담’이 아닐까 하는 의혹도 받곤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공장을 뛰어다니며 일한다. “우리 뒤에 숨은 사람은 없습니다. 작은 팀이 있긴 하지만 모든 걸 제가 직접 해야 하죠.”

쉽진 않지만, 훌륭한 파트너와 근사한 친구들이라는 아군이 있어 든든하다. 그리고 아직 앰부시의 세상 아래 보여줄 것은 끝없이 많다. “우리는 아방가르드적이고, 모더니스트이며, 몽상가들입니다. 그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앞으로도 더욱 커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