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mone Harmony

20대 이후 급격히 저하되는 호르몬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노화의 속도가 달라진다. 레이저 리프팅 시술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안티에이징 호르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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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숙면을 취할 시간입니다’ ‘그만 좀 드십시오’ ‘우울해 말고 활짝 웃으십시오’. 무려 100조 개의 세포로 이뤄진 인체는 이 작은 목소리에 의해 움직인다. 호르몬. 혈관에 분비되면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후 불꽃처럼 사라지며, 감자튀김 10톤 속에 들어 있는 소금 알갱이 하나의 양만큼 작은 체구를 지녔지만, 호르몬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어느 날 아침 거짓말처럼 피부에 윤기가 사라지고 생리를 건너뛰기 시작했다면 호르몬이 바닥나고 있다는 뜻이다. 불면증과 우울증은 물론 허리 사이즈나 혈당 지수도 모두 호르몬과 밀접하다. 레이저 리프팅이나 지방 재배치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젊은 얼굴을 갖고 싶은가? 보이지 않는 혈관, 뇌, 내부 장기까지도 싱싱하게 유지하고, 늘 즐겁고 의욕적으로 살고 싶은가? 호르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삶의 질을 바꾸는 젊음의 샘, 안티에이징 호르몬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20대 같은 40대의 비밀, 성장 호르몬

왜 이유 없는 컨디션 난조에, 체력은 예전만 못한 걸까. 성장 호르몬은 이름 그대로 몸의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물론 성장이 끝났다고 성장 호르몬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에스트로겐이나 멜라토닌, 코르티솔, 갑상선 호르몬 등 주요 호르몬 분비선을 자극해 각각의 호르몬이 최적의 수준을 유지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성장이 멈춘 시점, 성장 호르몬이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리도록 설계됐다. “21세까지 수치가 높다가 10년마다 14.4%씩 감소합니다. 30세 이후부터는 눈에 띄게 감소해 30대에는 20대의 절반 정도, 70대에는 30대의 20%밖에 되지 않죠.”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은 ‘항노화 호르몬’이라고도 부르는 성장 호르몬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기초대사율이 떨어진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근육량과 근육의 부피가 줄어들기에 체지방이 늘어나며 동시에 두뇌 활동까지도 저하된다고 경고한다. 피부 잔주름과 탄력에 적신호가 켜지는 건 당연한 수순. 세월과 함께 술술 빠져나가는 호르몬을 붙잡기 위한 첫 번째는 ‘7시간 푹 자고 일어나는 것’. 네고로 히데유키 교수의 <호르몬 밸런스>에 따르면 잠이 깊어지는 최초의 3시간인 ‘논렘수면’ 사이에 하루 분비량의 70%가 분비된다. 최적의 프라임 타임은 12시에서 2시 사이. 수면 다음으로는 운동이다. 단,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 하루 5분 정도의 근육 운동과 15분 걷기 운동이면 충분하다.

 

안티에이징의 숨은 공로자, 멜라토닌

성장 호르몬과 함께 안티에이징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호르몬은 멜라토닌이다. 뇌의 송과체라는 부분에서 생산되는 멜라토닌은 잠을 자는 동안 분비된다. 수면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성장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노화의 주범인 프리 래디컬까지 제거해주는 그야말로 멀티태스커. 성장 호르몬과 마찬가지로, 멜라토닌도 20대가 지나면 줄어들기 시작해 30대가 되면 20대의 절반 수준이 되고 70대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잠을 푹 자도 여전히 피곤하다거나, 밤에 자주 깬다는 건 당신의 몸에서 멜라토닌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다시 말해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멜라토닌의 분비를 늘리기 위해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햇볕을 쬐는 것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침 햇볕을 쬐는 순간 체내 시계의 타이머가 세팅되어 약 15시간 후에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빛이라고 해도 저녁부터 밤사이에 쬐는 인공적인 빛, 즉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서 나오는 블루 라이트는 멜라토닌의 적. 블루 라이트를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안경을 쓸 경우 최대 58%까지 멜라토닌 생성이 증가했다는 휴스턴대학 오스트린 박사팀의 실험 연구 결과는 왜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 말아야 하는지 충분한 근거가 된다. 현재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기관은 ‘빛 공해’를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한국은 국토 면적 중 빛 공해 노출 지역이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89.4%에 달한다. 한편 멜라토닌이 밤의 호르몬이라면, 이와 쌍둥이 격인 세로토닌은 낮의 호르몬이다. 멜라토닌과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돕기 때문에 안티에이징과 직결된다고 보면 된다.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만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평온함을 유지한다. 새로토닌 분비에는 생선, 달걀, 치즈, 우유 등 트립토판을 함유한 음식이 도움이 되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음악이나 명상, 무엇보다 아침 일찍 쬐는 적당량의 햇볕을 잊지 말길.

 

여성성의 상징, 에스트로겐과 DHEA

여성성을 대표하는 호르몬은 단연 에스트로겐. 가슴과 엉덩이를 풍만하게 하고, 피부를 윤기 있고 탄력 있게 만들어주기에 성장 호르몬, 멜라토닌과 함께 ‘동안 호르몬’으로 꼽힌다. 화수분처럼 끝없이 샘솟길 간절히 바라겠지만 평생에 걸쳐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의 양은 티스푼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30대부터는 급격히 줄고, 폐경이 되면 단번에 바닥난다. 에스트로겐의 원재료 격이라 할 수 있는 DHEA도 근육의 유지, 미네랄 밸런스, 노화 예방과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는 동시에 50종 이상의 성호르몬을 생산하는 기지국 역할을 한다.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의 저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이 고루 균형 잡힌 식단을 권한다. “흔히 여성에게는 에스트로겐 분비를 유도하는 콩류를,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을 유도하는 라이코펜을 많이 함유한 토마토를 권하죠. 하지만 적절하게 균형 잡힌 식단이 우선입니다. 일반적인 한식은 매우 이상적인 식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호르몬의 적은 스트레스. 스트레스 지수가 한계를 넘어서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코르티솔은 DHEA를 소비한다. 자기 자신을 달달 볶으며 보내는 지금, 당신은 스스로 여성성을 낭비하고 있는 셈.

 

뇌 속의 마약, 도파민

요즘 부쩍 의욕이 없고 웃음이 줄었으며 세상 어떤 일에도 관심이 사라지는 암흑의 사이클에 빠져 있나? 도파민은 즐거운 경험의 기억에 관여하는 쾌락 호르몬이다. 우울증은 파킨슨병과도 밀접하며, 반면에 창조성에도 관여한다. 피카소나 모차르트 같은 천재들의 번뜩이는 영감은 바로 도파민의 활약에 기인한다. 사랑에 빠질 때, 없던 의욕이 생겨나고 늘 들떠 있는 듯 기분이 좋은 상태도 도파민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열 살이 더해질 때마다 평균 10%의 도파민 뉴런이 죽게 되며, 건강할 때와 비교해 20%까지 도파민 뉴런이 줄어들면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네고로 히데유키 교수는 도파민은 다른 호르몬과 달리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으며 그 해답은 ‘학습’이라고 제시한다. 뭔가를 하면 그 뒤에 즐거운 일이 생긴다는 학습, 예를 들어 열심히 일하면 저녁에는 맥주를 마신다는 경험만으로도 도파민은 증가된다. 또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겪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낯선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사고 싶었던 물건을 쇼핑하는 것처럼 일상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 “인생에 색을 입히세요. 즐거운 경험이야말로 두고두고 호르몬을 생산해낼 바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