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Silk Road

21세기 패션 산업의 지형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 (Condé Nast International Luxury Conference)가 세 번째 무대를 아라비아반도 오만으로 정했다.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이 주목하는 미래의 럭셔리에 대한 최신 보고서.

Photo: Yannis Vlamos / Indigital.tv

“오만 사람들은 늘 수평선 너머를 보고 싶은 갈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지난 4월 5~6일 인터내셔널 <보그> 에디터 수지 멘키스의 주도 아래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새로운 럭셔리 마켓을 탐험하고, 현대적 의미에서 럭셔리를 해석하는 자리 ‘CNI 럭셔리 컨퍼런스’가 열렸다. 2015년 피렌체, 2016년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선정된 곳은 오만. 생소한 지명인 데다가 패션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뚜렷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없다. 하지만 미래를 논하는 자리로 베일에 싸여 있고 가능성으로 점철된 곳만큼 적합한 데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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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이 선택된 이유는 새로운 부와 무한 잠재력의 마켓이기 때문이다. “18개월 전 이번 컨퍼런스 테마가 ‘Mindful Luxury(의식적 럭셔리)’라는 걸 들었을 때, 오만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조용한 오아시스로 손색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테마는 지금의 상황에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으며 포퓰리즘의 확산과 급진적 변화가 예고되면서 이제 럭셔리도 세계에 부를 과시하는 것을 줄이고 의미 있는 것을 찾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컨퍼런스의 호스트 수지 멘키스가 지금 럭셔리의 방향을 개괄적으로 정리했다면, 중동 및 전세계에서 모여든 패션 연사들은 좀더 세부적 방향을 제시했다.

연사로 참여한 알버 엘바즈와 프레데릭 말.

연사로 참여한 알버 엘바즈와 프레데릭 말.

럭셔리 산업의 새로운 타깃인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지녔으며 럭셔리를 갖고 싶은 물건보다 흥미로운 경험으로 인지한다는 의견이 속속 나왔다. “만약 제품에만 집중한다면, 아이디어를 잃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기업가 라포 엘칸은 럭셔리를 사물(Object)로서 바라보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미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기술. 1년 새 빠르게 발전한 기술 또한 럭셔리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촉진하는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 미래주의자 소피 핵포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럭셔리 클라이언트와 디지털 광고를 담당하는 모린 올루올이 전하는 이야기로 기술이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최상의 제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정수가 된다는 걸 이해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디자이너 엘리 사브와 수지 멘키스가 청중들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디자이너 엘리 사브와 수지 멘키스가 청중들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편 미래의 럭셔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존재했다. 최신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적 컨셉을 포용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중동의 스타 디자이너 엘리 사브(Elie Saab)는 레바논인으로서 스튜디오에서 장인 정신으로 만드는 훌륭한 꾸뛰르에 대해 전했고,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Alessandro Sartori)는 250명의 제냐 전문가들을 ‘500개의 손’이라고 칭하며 럭셔리는 인간적 감각을 더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여성 슈즈 디자이너 폴 앤드류 또한 자신이 디자인할 때 ‘첨단 기술’ 다음으로 ‘고급 수공예’ 그리고 ‘고급 감각’이 우선순위로 와야 한다고 전했다.

컨퍼런스 후 애프터 파티 현장.

컨퍼런스 후 애프터 파티 현장.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컨퍼런스가 열리는 중동과 관계된 럭셔리의 현재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두바이 세포라에서 반나절 만에 자신의 브랜드를 품절시킨 파워 인플루언서 후다 카탄(Huda Kattan)이 말하는 소셜 미디어와 뷰티, 럭셔리의 상관관계, 중동의 럭셔리 니치 향수 브랜드 ‘아무아쥬(Amouage)’ 창립자 데이비드 크릭모어(David Crickmore)가 말하는 향 이야기가 이어졌다. 또 아바야(Abaya, 바닥까지 내려오는 긴소매 로브)로 대표되는 중동 패션에 관해서 디자이너 아말 알라이시(Amal Al Raisi)는 “아랍 여성에게 아바야는 매일의 일상에 필요한 필수적인 옷입니다. 서구권의 리틀 블랙 드레스처럼요”라는 말과 함께 현재 아랍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에 대해 말했다. 이 밖에도 트렌드의 최전선을 달리는 베트멍 CEO 구람 바잘리아, 얼마 전 협업 향수를 출시한 패션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와 프레데릭 말 CEO 프레데릭말 등이 참여했다. 이제 모두의 기대는 네 번째 CNI 럭셔리 컨퍼런스가 열릴 포르투갈로 향했다. 테마는 ‘럭셔리의 언어(The Language of Luxur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