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ver Young

태양이 자신의 개성을 ‘100%’ 반영했다고 자부한 캡슐 컬렉션을 공개했다. 그가 꿈꾼 완벽한 파트너는 펜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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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밀라노 아틀리에에서 캡슐 컬렉션 디자인을 상의하고 있다.

7월의 홍콩은 서울보다 더 뜨겁고 습했다. 해가 진 뒤에도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곳은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랜드마크의 펜디 남성복 매장. K-팝의 아이콘인 빅뱅의 태양이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펜디와 협업한 캡슐 컬렉션 ‘Fendi for Young Bae’를 처음 공개했다. 태양은 3년 만의 솔로 앨범 <White Night>과 동명의 월드 투어를 기획하는 중에도 수개월 동안 이번 컬렉션을 준비했다. “펜디는 ‘넘볼 수 없는’ 존재였어요. 어릴 때는 제가 닿기 힘든 곳에 있는 브랜드였죠. 그래서 거리감도 느꼈던 게 사실이에요. 제게 펜디를 처음 소개해준 이는 저의 패션 뮤즈이자 존경하는 분이었어요. 멀티 ‘F’ 로고 벨트를 찬 그의 모습이 멋져 보였지만, 당시 제가 그 벨트를 사기에는 너무 어렸죠.”

이렇듯 태양이 ‘생각지도 못한’ 협업의 실제적 시작은 지난 1월 밀라노 2017 F/W 남성복 컬렉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라노를 방문한 건 처음이었는데,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중 하나였어요. 펜디 패션쇼를 관람한 뒤 브랜드 아틀리에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를 만난 건 한마디로 선물이었습니다. 그녀는 창작에 대한 제 아이디어를 경청해줬고, 이 프로젝트를 정말 ‘함께’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줬어요. 무엇보다도 제 의견을 디자인에 많이 반영해줬죠.” 태양은 소재 선택부터 슬로건 선정, 샘플링에 이르는 과정을 브랜드와 함께했다. 그리하여 옷, 신발, 가방에 이르는 컬렉션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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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태양.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요? 하나만 꼽긴 어렵지만, 아무래도 지금 입고 있는 검은색 시어링 블루종 아닐까요. 이런 스타일의 재킷을 좋아하고 즐겨 입었는데, 막상 샘플을 받고 보니 너무 기쁘더군요. 빨리 입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레이저 컷으로 ‘FENDI’ ‘TRUTH’ ‘GRACE’ ‘PEACE’가 쿨하게 새겨진 재킷은 태양이 직접 빅뱅 멤버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아이템. “멤버들이 이 재킷이 컬렉션 중 가장 비싸다는 걸 알 테니까요!” 재킷을 비롯한 컬렉션 전반에는 ‘FAITH’ ‘SAVED’ ‘HOPE’ 같은 메시지가 자유분방한 필체로 새겨져 있다. “제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단어들이에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 이 단어들을 골랐죠. 제가 컬렉션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단어들 속에 전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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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di for Young Bae’ 컬렉션 룩을 입고 있는 태양.

태양이 선정한 단어들은 2017 F/W 펜디 남성복 컬렉션의 핵심 테마인 ‘Fendi Vocabulary’와도 이어진다. 실비아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긍정적 글귀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에서 ‘YES’ ‘FANTASTIC’ ‘THINK’ ‘LOVE’ 같은 키워드를 헤어밴드, 니트, 슬라이드 등에 담았다. 단 몇 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진 단어가 지닌 힘에 대해 그녀가 설명했다. “아주 흔하고 단순하지만, 그 단순성 속에는 영원히 지속되며 힘든 순간에 우리를 돕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태양이 이번 컬렉션을 통해 펜디의 단어장에 새롭게 추가한 단어가 있다. 바로 ‘배(BAE)’다. 그의 본명 ‘영배(Young Bae)의 ‘배’에서 따온 동시에, 영어로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가 손글씨로 러버 태그에 표현됐다. “무엇을 하든 사랑과 희생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죠.” 디자인 면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요소는 데이지꽃이다. “가장 좋아하는 꽃이에요. 팬들에게 사인해줄 때 같이 그리기도 하죠. 제가 주는 선물이라고나 할까요?” 데이지꽃은 백팩에 인레이 기술로 정교하게 삽입 되는 등 ‘펜디 포 영배’ 컬렉션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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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di for Young Bae’ 컬렉션 룩을 입고 있는 태양.

 

수개월 동안의 협업을 전 세계에 공개했으니, 이젠 가뿐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파티를 즐길 차례. 펜디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만든 디지털 플랫폼 ‘F is For…’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했듯 홍콩의 코스트 타워로 아시아의 쿨한 뮤지션들이 모였다. 한국 힙합 크루 코홀트의 오케이션, 브라이언 체이스의 공연은 물론 YG를 대표하는 프로듀서이자 DJ 초이스37, YG 더블랙레이블 소속 DJ CAWLR의 디제잉이 이어졌다. 또 홍콩의 뮤지션 스테파니 쳉, 배우 엘바 니, 상하이와 도쿄의 DJ들도 함께했다. 이번 이벤트의 호스트 격인 태양 역시 펜디의 밤을 달궜다.

태양의 캡슐 컬렉션은 9월부터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이미 7월부터 공식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선주문을 받으며 인기). 이 흐름이라면 ‘펜디 포영배’ 컬렉션의 ‘Part 2’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광으로 생각하고 해야죠! 하하. 너무 재미있는 작업이니까요. 더 멋진 디자인과 생각을 담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어요.” 태양은 패션이라는 형태의 작업물을 음악과 동등한 선상에 놓는다고 <보그>에 말했다. “제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가 패션이에요. 그래서 음악과 패션 두 분야가 크게 다르지 않고, 반드시 나란히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패션과 음악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지점은 같다. 누군가에게 영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의 경력에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디에서 뭘 하든, 늘 영감을 주는 인물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