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 It Black

퍼포먼스 아트가 다시 메인스트림을 달구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독일 퍼포먼스 아티스트 안네 임호프와 그녀의 파트너 엘리자 더글라스가 이를 설명하기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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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AGAIN 아티스트이자 발렌시아가 모델인 엘리자 더글라스(왼쪽)와 안네 임호프. 임호프의 프랑크푸르트 스튜디오에서.

올해 프랑크푸르트 출신 작가 안네 임호프(Anne Imhof)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보여준 담담하면서도 충격적인 작품 ‘파우스트(Faust)’에는 도베르만 경비견들, 플렉시글라스, 닳은 스니커즈 등이 등장했다. ‘파우스트’는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임호프는 뉴욕에서 퍼포먼스가 아닌 새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월 7일에 임호프와 파트너 엘리자 더글라스(Eliza Douglas)는 맨해튼의 갤러리 부흐홀츠(Buchholz)에서 합동 전시를 열었다. 앤디 워홀을 떠올리게 하는 더글라스의 실크 스크린 위에 두 사람의 레이어를 얹은 공동 작품도 있고, 각자의 단독 작품도 있다. “베니스 작업은 영화 세트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면적 프로덕션이었죠.” 더글라스는 말한다. 임호프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그녀는 슈테델슐레(Städelschule)에서 훈련을 받은 화가다. 임호프는 이번 작품이 자신이 하는 작업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더 진지해요. 둘이서 스튜디오에서 협업했기 때문이죠. 사실 이것이 제가 하는 일의 핵심입니다.”

더글라스는 뉴욕 출신이다. 임호프는 어느 추운 밤 베를린에서 더글라스를 만나 자신의 퍼포먼스에 초대했다. “제가 참여하지 않은 안네의 쇼를 본 것은 그때가 유일했어요. 그게 2년 전이었죠. 그 후의 이야기는 아시다시피 잘 알려져 있어요.” 그 무렵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는 더글라스에게 뎀나 바잘리아의 첫 발렌시아가 쇼에 모델로 서달라고 부탁했다. “패션계에서 거부당했다고 느껴온 서른 살짜리에게 이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곤, 정말이지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는 베트멍도 몰랐어요. 발렌시아가에서 새 디자이너를 뽑은 것조차 몰랐죠. 하지만 안네와 저는 함께 파리에 가는 것에 대한 환상을 품어왔어요.” 그 후의 이야기는 아주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더글라스는 발렌시아가의 단골 모델이며, 임호프는 퍼포먼스에서 쓸 옷을 더 날카로운 안목으로 골라낸다. 역사적으로 유대인 팬들이 많았던 바이에른 뮌헨 축구 팀의 색을 고르는 식이다. 임호프의 말을 들으면 바잘리아가 하는 말 같다. “작품에 녹아든 코드(Code)를 주의 깊게 읽으세요. 그러면 제가 뭘 하는 건지 알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