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n Says

계절이 한 번 지났을 뿐인데 늘 쓰던 파운데이션 호수가 맞지 않는다? 스킨 톤 1호 를 밝히기 위한 에디터의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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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스며들듯 발리던 21호 베이스가 언제부터 하이라이터가 된 거지? 잠자는 사이 누가 내 얼굴에 재라도 뿌리고 간 듯 매일 조금씩 얼굴 이 어두워진다. 유독 야외촬영이 많았던 여름이 끝나고도 벌써 한 달, 이만큼 기다려줬으면 원상 복구될 만도 하건만 영 기미가 없다. “색소 시술을 받아야겠어요.” 셀럽 뷰티 컨설턴트 A에게 병원 업데이트를 부탁하자 돌아온 답이 의외다. “늙어가는 과정일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요?” 당장 눈에 보이는 어둠, 멜라닌 색소를 걷어내는 치료만 믿고 있다가 한 방에 훅 간 케이스를 여럿 봤노라 경고한다. 어두워진 피부 톤이 의미하는 건 단지 색만이 아니라고 말이다.

피부에는 크게 세 가지 색이 있다. 붉은색, 노란색, 검은색. 아모레퍼시픽 스킨케어 연구소 최지은 연구원은 멜라닌의 검은 기운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피부 속 단백질이 노화되어 누렇게 변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염려한다. 어리고 맑은 피부가 그토록 투명하고 싱그러워 보이는 이유는 때가 덜 끼어 빛이 황홀하게 반사되기 때문이다. 반면 노 화된 피부는 황사 낀 유리창. 어떤 빛이 이 불투명 한 칙칙함을 뚫을 수 있을 것인가? WE클리닉 조 애경 원장은 흥미로운 부연을 보내왔다. “포인트는 자외선으로 인한 노화입니다. 원래 자연적으로 노화된 피부는 멜라닌 세포의 수가 줄어들어 희다 못해 창백해져야 정상입니다. 단, 햇빛을 본 부위는 사정이 달라요.”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에는 오히려 멜라닌 세포의 수가 늘면서 색소를 만드는 능력도 폭발한다. 결과는 급속도로 어둡고 칙칙해 진 피부 톤으로 드러나게 마련.

“봄가을의 화이트닝은 접근부터 달라야 해요. 봄은 겨우내 움츠려 있던 피부가 많은 자외선에 노출될 것을 대비해야 하는 시기고, 가을은 이미 햇볕에 시달린 피부가 건조와 둔화의 시기로 접어드는 때라 재생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죠.” 봄엔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덧발라 땅을 보호하고 여름이 지나면 거름 주고 물 주며 비옥 한 토양을 가꾸는 것 자체에 더 열중해야 투명한 피부 톤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휴가철’이란 단어 자체가 무색해진 요즘이라 1년 365일 보호와 재생을 함께 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일조량에 따라 케어와 대비가 달라져야 한다는 건 팩트다.

거친 결도 문제. 최지은 연구원은 이를 벽에 비유한다. “깨끗한 흰 스크린에 프로젝터를 쐈을 때와 오돌토돌한 외벽에 투사했을 때, 그 결과물 이 다르지 않던가요? 나쁜 결이 바로 후자예요.” 수분 탱탱, 일정하고 고른 결을 만들어야 맑고 환해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피부 전문가들이 자꾸만 묵은 각질을 제거하라고 거듭 권유하고 ‘수분, 수분’ 재차 강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일단 전문가들에게 받은 모든 재생 & 브라이 트닝 팁을 한꺼번에 실천해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화장대 메이크오버. 급강하한 습도에 맞춰 기초 제품의 텍스처를 리치하게 업그레이하고 오일을 추가했다. 그리고 조애경 원장의 필살 팁 ‘더블 도즈 트리트’에 도전! 제품을 한 번 바르고 10초 후에도 건조함을 느낀다면 한 번 덧바르 는 방법인데, 간단하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스파에코 진산호 대표의 추천은 피부 리듬을 안정시켜주는 케어. “마르고 거친 바람에 부침이 많아지는 계절이니 재생과 진정, 가능하다면 숙면까지 모두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죠?” 각질 제거 후 비타민 C 앰플을 충분히 바른 다음 라벤더 성분이 들어 있는 슬리핑 마스크를 올려 둔다. 벨라체 스파 김은경 원장에게는 여배우 K 양의 피부 비법이라 알려진 귀 마사지를 배웠다. 노폐물 하수도라 불리는 목 다음으로 뚫어줘야 할 곳이 바로 귀이기 때문. 방법은 간단하다. 찌꺼기와 부산물이 싹 빠져나갈 수 있도록 크림을 바를 때 귀와 그 주변을 비벼주고 조물조물 마사지 하면 된다. 손에 힘은 되도록 빼고 부드럽게 달래 듯 매만져주길. 순서는 겨드랑이, 목, 귀 순이다. 매번 기사에 등장하는 하루 8~10잔 물 마시기도 실천했다(진부하다고? 제대로 해보면 물을 자주, 많이 마시는게 얼마나 귀찮고도 힘든 일인지 알게 될 거다). 처음엔 물 비린내가 진동하며 배가 불러 견딜 수 없었지만, 3일쯤 지나자 적당한 갈증이 돌기 시작하며 몸에 활기가 돋기 시작했다. 퍼스널 트레이너 정은진은 “선선해진 날씨, 하지만 대사는 떨어지기 시작하는 지금이 운동의 적기”라고 말하며 림프가 펌핑돼 순환이 활발해질 수 있 도록 근육 운동을 꼭 함께 하라고 가이드했다. 이 모두를 병행하며 3주를 보냈다. 결과? 완벽하진 않지만 파운데이션 21호가 다시 녹아들기 시작했 다. 흐뭇한 미소와 함께 시술하려던 돈으로 오가닉 코튼 이불을 주문하며 해피 엔딩.

어차피 나이가 들면 스무 살 복숭앗빛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뿌듯함은 피붓결로 새겨지는 법. 어두워진 피부 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거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자. 라이프스타일을 회복하는 것이 아우라를 만들고 노화의 시계를 늦 게 돌린다는 사실, 알면서도 언제나 소홀했던 그 진리를 매년 돌아오는 가을마다 떠올려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