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를 위한 믹스테이프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누군가와 함께라 또는 혼자라 행복한 시간을 좀 더 만족스럽게 만들어 줄 <보그>표 믹스테이프를 음악평론가 김윤하가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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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이제 3개월 남짓. 쏜살같은 세월이 야속하지만 그 곁에서 조용히 이 날만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있다. 착하게 살면 선물처럼 찾아온다는 긴 황금연휴를 기다린 직장인들이다. 짧게는 7일, 길게는 10일까지, 연휴가 길어질수록 계획도 다양해진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거나 바쁜 일상에 소홀했던 인연들을 챙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드물게 찾아온 달콤한 휴식 시간을 조용히 즐기고자 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여기, 그런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믹스테이프를 준비했다. 테마에 따라 억지로 채운 리스트가 아닌, 알면 좋고 들어서 뿌듯한 따끈따끈한 12곡의 노래들이다.

 

A면: 누군가와 함께 있는 당신을 적당히 흔들어줄

Sunset Rollercoaster – Burgundy Red
미지의 땅 대만에서 어느 날 문득 날아온 멋진 밴드의 쿨한 트랙. 최근 귀 밝은 이들 사이에서 사랑 받고 있는 시티팝의 흘러 넘치는 정서와 80년대적 무드를 밴드 구성으로 풀어냈다.

 

새소년 – 긴 꿈
사촌들 앞에서 ‘요즘 이런 음악 들어봤냐’며 자랑하고 싶다면 이 노래만한 것이 없다. 누구에게 권해도 감탄으로 돌아올 프론트우먼 황소윤의 매력이 실리카겔 김한주의 섬세한 손끝과 만났다.

 

Mr. Jukes feat. Charles Bradley – Grant Green
봄베이 바이시클 클럽(Bombay Bicycle Club) 잭 스테드맨(Jack Steadman)의 새 프로젝트가 쏟아내는 비트와 리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건 어깨를 들썩일 수 밖에 없다. 찰스 브래들리(Charles Bradley)의 차진 보컬이 일품인 트랙.

 

Kommode – Fight or Flight or Dance All Night
얼랜드 오여(Erlend Oye)가 아닌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또 다른 반쪽 아이릭 글람벡 뵈(Eirik Glambek Boe)의 새로운 이름. 녹슬지 않은 솜사탕처럼 포근한 흥이 일품이다.

 

태양 – Ride
‘눈, 코, 입’의 메가히트로 태양이 평생 알앤비 발라드만 부를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MJ를 연상케 하는, 한국 아이돌신이 낳은 가장 능숙한 보컬이 산뜻한 멜로디를 내내 가볍게 어루만진다.

 

후디 – 한강
한국, 특히 서울에 태어나 자란 이라면 애증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그 장소 한강을 떠오르는 R&B 보컬리스트 후디가 더없이 사랑스러운 톤으로 그려낸다. 느낌 좋은 뮤직비디오도 체크.

 

B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당신을 차분히 감싸줄

Angus & Julia Stone – Snow
평생을 함께한 두 남매가 인적 드문 외딴곳에 틀어박혀 두문불출 완성한 앨범의 첫 번째 트랙. 얼어붙은 호수와 침엽수림 사이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기타사운드에 홀연히 마음을 빼앗긴다.

 

김해원 – 불 길
김사월의 충실한 파트너 혹은 준수한 영화음악가로만 김해원을 기억한다면 리스너로서 그만큼 큰 손해가 없을 것이다. 타닥타닥 매캐하게 타오르는 불 길 사이로 억만 가지의 감정이 밀려왔다, 밀려간다. 혼자 갖는 시간이 더 없이 충만해진다.

 

Mild High Club – Skiptracing
LA에서 사이키-펑크-팝 밴드 마일드 하이 클럽의 음악은 묘하다. 호와 불호 사이를 몇 번이나 오가는 요사스런 아우라 속,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 이들의 특별한 템포에 감기고 만다. 오는 11월 말 내한을 앞두고 있다.

 

신해경 – 명왕성
우주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 고요하고 고독한 시간, 어디에선가 아득한 신호가 감지된다. 당장이라도 끊길 듯 유약한, 길을 잃은 행성과 행성 사이 흐르는 주파수가 자아낸 한 편의 이야기에 온 몸이 둥실 떠오른다.

 

F.W.D – 心
곡을 쓰고 노래하는 권월과 그 노래를 완성시키는 허민으로 구성된 듀오 포워드(F.W.D)는 아무튼 음악으로 사람 마음 움직이는 데는 도가 텄다. 제목마저 ‘마음(心)’이라 붙여놓았으니, 이겨낼 도리가 없다.

 

예서 – Deeper than Love
오묘하다는 표현은 진부하지만, 데뷔 ep [Million Things]로 존재감을 알린 예서의 음악을 표현하는데 그만큼 유용한 건 없다. 무지개 빛으로 영롱한 트랙들 가운데 이 믹스테이프의 A면 첫 곡과 가장 잘 어울릴만한 여유로운 리듬의 곡을 골랐다. 다시, 처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