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Hello, New World

2017.10.02

by VOGUE

    Hello, New World

    아무리 행운이 찾아와도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1992년생 코코 카피탄(Coco Capitán)을 두고 하는 말이다. 스페인 출신으로 영국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판에 박히지 않은 스타일로 수많은 패션 브랜드, 잡지와 일하며 내공을 쌓았다. 정점은 2017 F/W 구찌 컬렉션에서 터졌다. 그녀의 친필 메시지는 다양한 제품의 디자인으로 적용됐고, 이를 기반으로 밀라노와 뉴욕에서 수백 제곱미터에 이르는 아트 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패션 상공에서 자유자재로 비행이 한창인 그녀가 궁금해 말을 건넸다.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

    Q 알레산드로 미켈레와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A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꾸준히 진행하던 중, 구찌 하우스를 통해
    그와 처음 만났다. 그로부터 캡슐 컬렉션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매우 기뻤다. 함께 완성할 작업 과정이 기대됐으니까.

    Q 구찌와 작업한 슬로건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준다면?
    A ‘이야기를 믿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I want to go back to believing a story)’는 어린 시절,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는 환상의 세계를 믿고 동경하며 자라지만, 어른이 된 뒤 언제 어디서나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과 마주하고, 또 순수하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했다. ‘미래에는 무엇을 하게 될까?(What are we going to do with all this future?)’는 여자 친구 프란시스(Frances)와 함께 코스타리카로 여행 갔을 때 적은 질문이다. 늘 노트북을 소지하는데, 새해를 앞둔 당시에 상징적 글귀를 남기고 싶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 미래에 낙관적인 편인데 나는 알아서 흘러가는 게 인생이고 미래를 늘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없다고 여겼다. 한편 슬로건 ‘상식은 상식적이지 않다(Common sense is not that common)’는 매일 겪는 답답함 속에서 탄생했다. 내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구는 어찌 보면 이미 존재하는 철학적 표현이기도 하고 누군가가 이미 쓴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결론에 도달해 예술로 표현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공감할 때 기분이 좋다.

    Q 패션에 있어 슬로건이 주는 힘은 뭘까?
    A 강력한 힘이 있다. 어떤 말이든 전달하는 의미에 따라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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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구찌 아트 월 프로젝트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프레젠테이션 형식이 주는 강점은 뭔가?
    A 모든 작가는 대중에게 작품을 노출하는 동시에 깊은 감동을 주길 원한다. 이번 아트 월 프로젝트는 두 가지 면을 모두 충족시키는 드문 경우였다. 이런 공공 예술은 일상에 활력을 주는 강한 힘이 있다.

    Q 영감은 어디서 주로 얻나?
    A 다른 여러 작가, 예술, 사회의 모든 방면과 일상의 모든 것. 지금 생각나는 건, 앤디 워홀의 글귀, 마크 코헨의 멕시코사진 그리고 일본 전통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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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레퍼런스와 이미지가 넘치는 시대에 젊은 작가로서 좋은 작업은 어떻게 완성할 수 있을까?
    A 늘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야 하고, 열심히 작업하며,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Q 사진 찍을 때 꼭 필요한 게 있다면?
    A 모든 예술은 진실해야 한다. 작가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지 않는 작업은 힘을 잃는다. 그리고 작품에 미스터리한 감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너무 직접적 표현은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고 설명하기에, 다시 돌아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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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여성’이라는 말로 당신을 한정 짓고 싶지 않지만, 사진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여성 예술가’가 주목받고 있다. 이 시대에 여성 예술가로서 당신이 할 일은 뭔가?
    A 다양한 연령대와 기술을 지닌 여성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 작가로 나를 평가하고 봐준다면 너무 좋겠다. 나는 남녀평등을 강하게 지지하고 누구나 원한다면 모두에게 같은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여긴다. 다른 이들에게도 멋진 세상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작가가 되길 꿈꾼다.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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