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맛집을 공유하는 방법

맛집 문화와 육아가 충돌하는 지점에 ‘노키즈존’ 논란이 생겨났다.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아이의 출입을 금하는 제주도 ‘노키즈존’ 리스트가 SNS에서 공유될 때 처음 든 생각은 만약 내가 식당에서 울고 떼쓰는 만행을 부렸던 어린이였는데 그걸 보듬어준 어른이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 내 옆에선 시끄러운 아이가 음식을 음미하는 걸 방해한다. 아이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노키즈존’의 등장은 안타깝기 이를 데 없지만, 맛집 탐험가로서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를 만날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노키즈존’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떼쓰는 아이는 달갑지 않지만 아이를 홀대하면 나쁜 어른이 된 양 죄책감이 따라온다.

한달에 평균 열다섯 번 외식을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식당에서 우리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우선 어른들은 아이와 부모에게 좀더 관용을 베풀 필요가 있다.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만 그 부모 또한 아이들을 공공장소에서 통제하는 방법을 밤낮으로 찾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폭주하여 민폐의 골치덩이로 변신하는 순간, 부모는 전전긍긍하며 최선을 다해 아이를 챙기고 있는지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 내 친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들은 SNS에서 화제가 될만한 진상짓을 하는 부모와 거리가 멀지만 천방지축인 아이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훈련하는 가운데 날마다 ‘멘붕’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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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논란은 비단 한국만 겪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이 차별이 금기와 같은 미국에서도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식당이 등장한다.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하는 소수 파인 다이닝이 이 시류에 앞장선다. 일생의 한번일지도 모르는 고객들의 소중한 미식 경험이 존중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약한 웨이터 The Bitchy Waiter>란 책을 쓴 대런 카도사는 식당에서 아이와 부모가 절대하지 말아야하는 행동을 십계명으로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소리지르지 말고, 뛰어다니지 말고, 괜한 요구하지 말고, 유모차를 의자로 사용하지 말고, 기저귀를 아무데나 버리지 말 것, 그리고 귀여운 미소를 보내서 이런 혹독한 말을 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 것(!) 등이 그 목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이 출입을 금지하는 식당 기사에 ‘아이와 스트레스 없이 외식하기 위한 팁’ 동영상을 링크했는데 식당 식사 리허설을 하거나 컬러링 북을 가져가라는 등의 조언이 등장한다. 텍사스의 한 식당은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훼손하는 아이들을 타이르기 위한 ‘규칙  카드’를 만들어 부모에게 건넨다. ‘이 식당의 아이들은 식당에서 뛰거나 돌아다니지 않아요. 얌전히 앉아 있다가 부모님께 화장실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 드려요. 소리를 지르거나 떼를 쓰지 않고, 남의 물건을 만지지 않아요’라는 문구를 본 부모는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알아챈다. ‘모욕적이다’라는 반응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식당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두둔하고 나섰다. 사실 눈이 번쩍 뜨인다. 이 정도면 꽤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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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 대중문화 코드가 되고 너도나도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세상에서 아이와 엄마는 억지로 끼어 있는 존재처럼 푸대접을 받고 수많은 타인으로부터 육아 평가를 받는다. 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방해가 되는 이들을 비난하고 배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맛집 시대에 아이에게 식당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부모와 주변 모든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때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이들이 되도록이면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어른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