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하이 패션 카피 사냥꾼, 다이어트 프라다(Diet Prada)

2017.10.24

by 홍국화

    하이 패션 카피 사냥꾼, 다이어트 프라다(Diet Prada)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고,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 당합니다.” <프로젝트 런웨이>의 유명한 멘트죠. 과연 하이 패션 디자이너들은 항상 ‘진보한 디자인’만 선보이는 걸까요? 글쎄요, 스파 브랜드 못지 않게 은근 슬쩍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을 베끼는 일도 허다합니다. 이 ‘카피’만 잡아내는 ‘카피 사냥꾼’ 계정이 인스타그램에 나타나 화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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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W. 앤더슨의 시그니처 백이죠? 피어스 숄더 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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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단 앤더슨의 가방이냐고요? 수 십 년 전 에르메스에서 출시된 빈티지 에르메스 백입니다. 앤더슨의 피어스 백과 너무 똑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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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 파페치에서 나란히 판매됐던 제품들입니다.

    빈티지 에르메스에 피어싱 디테일이 있는 숄더 백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도 드물지만, 조나단 앤더슨의 피어스 백이 에르메스를 그대로 베낀 가방이라는 것도 굉장히 놀라운 사실. 도대체 이건 누가 찾아낸 걸 까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화제인 계정, ‘Diet Prada’입니다. 이 포스트엔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도 ‘LIKE’를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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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어트 콜라’를 꼭 닮은 이 계정은 하이 패션계의 양심 없는 카피를 찾아내고 이를 알리는 계정입니다. 

    LONDON, ENGLAND - FEBRUARY 15:  A Police Office stands in Parliament Square on February 15, 2015 in London, England.  (Photo by Dan Kitwood/Getty Images)

    이들은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여야 할 위치에 선 영향력이 막강한 럭셔리 브랜드가 ‘잘 팔리기 위한’ 기존의 미적 요쇼를 죄책감 없이 가져다 쓰는 행위를 폭로합니다. 그야말로 패션계의 ‘경찰관’ 혹은 ‘보안관’과 같은 계정이죠.

    다이어트 프라다의 첫 번째 폭로는 2014년 12월, 라프 시몬스가 디자인한 디올의 2015 F/W 컬렉션 코트가 프라다의 2014 F/W 코트를 베꼈다는 포스트였습니다. 

    프라다 뿐인가요, 모스키노의 종이 인형 런웨이도 2000년 존 갈리아노의 런웨이를 차용했던 것이었군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크루즈 컬렉션에 등장한 이 독특한 선글라스도 사실 알랭 미클리의  아카이브에서 발견됩니다. 

    다이어트 프라다의 위트 있는 코멘트도 재미를 더하죠. 이탈리아 <보그> 2006년 9월 화보 속에 등장했던 팻 맥그라스의 작업이 구찌 런웨이에 등장하자, 다이어트 프라다는 이렇게 코멘트를 올립니다.

    “구찌, 팻 맥그라스를 섭외할 돈이 없어서 2006년 그녀의 작업을 카피했나요? 2006년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기억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구찌의 2018 리조트 컬렉션에 등장한 티셔츠가 ‘Milan Chagoury’와 ‘Stuart Smythe’의 그래픽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것도 찾아냈죠. 대단하지 않나요? 

    올 여름에 런칭한 구찌 데코 컬렉션의 의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미국의 아티스트 ‘안드레아 엘우드’의 의자를 베꼈다고 찾아냈죠. 정말 비슷하네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카피’를 무수히 뒤쫓던 다이어트 프라다가 지난 2018 S/S 컬렉션, 구찌의 오피셜 인스타그램 계정에 나타납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오히려 구찌와 친구가 됐더군요. 쇼가 열리기 전 다이어트 프라다는 구찌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진행하게 됩니다. 2018 S/S 컬렉션에 숨겨진 오마주와 영감 소스를 찾아내는 미션이었습니다.

    영상 1분 째부터 함께 볼까요? 70년대 엘튼 존을 위해 밥 맥키가 디자인한 체크 재킷에 영감을 받았던 재킷, 일본 게임 회사 ‘SEGA’ 폰트로부터 영감 받은 클러치, 한국 민화로부터 영감 받은 맨더린 칼라 재킷까지. 이 모든 걸 찾아내는 심미안이 대단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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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우미우 2018 S/S 컬렉션에 초대되기도 했죠! 패션 폴리스인 다이어트 프라다의 흥미 진진한 폭로들, 아마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바짝 긴장하고 있겠죠?

      에디터
      홍국화
      포토그래퍼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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