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재구성

봉긋한 앞 광대뼈와 턱 끝을 잇는 날렵한 호, 좁은 턱을 가볍게 쥐고 있는 브이 라인. 얼굴 양옆에 머리카락 커튼을 드리우지 않아도 만화를 찢고 나온 듯, 날렵한 빗살무늬 토기형 얼굴을 만들 수 있다면? 2017년 판, 얼굴의 재배치.

v170903 b0071 copy

한 달 모자란 연말, <보그> 뷰티 디렉터가 올해의 다크호스에게 트로피를 보낸다면 그 주인공은 시사 주간지 표지까지 장식한 아이돌, 강다니엘이 유력하다. 물론 아티스트로서의 뛰어난 역량이 그를 국민 ‘원픽’으로 만들었음에는 이견이 없지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뷰티 에디터인 내게는 그의 얼굴형이 가장 감탄스럽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냥 순둥순둥한 남자아이의 눈, 코, 입인데 그걸 빚어 만들어도 저렇게는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빗살무늬 토기형 얼굴에 담아놓자 2017년 가장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가 됐다. 그릇이 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한 셈. 그가 남성적인 섹시미를 발산하는 순간에도 기름기가 돌지 않는 건 소녀보다 선이 고운 윤곽 덕이 크다. 그릇의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는 모델 장윤주. 그녀는 내가 본 얼굴 중 가장 절묘한 얼굴형의 소유자다. 동양적 눈매와 개성 있는 광대뼈를 받아 안고 있는 짧고 좁은 하관을 보라. 풍성한 볼륨이 날렵한 턱에 담기자 쉘리 애프터눈 티컵처럼 탐스럽다.

개성을 매력으로 완성시키는 얼굴형! 물론 간절히 소망해 마지않지만, 가계도상 이번 생은 틀린 것 같다고? 체념하긴 이르다. 동그란 얼굴이 하루아침에 오이씨처럼 얇고 길어질 순 없어도 최대한 갸름하고 입체적인 얼굴형으로, 자기 자산의 최대치를 뽑아낼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도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만찢’ 윤곽, 실루엣 소프트

데뷔를 앞둔 연습생 A는 훈남이다. 소속사는 서글서글하고 둥근 인상만으로는 임팩트가 부족하다며 ‘턱을 치자’고 권유했지만 절대 뼈는 손대고 싶지 않았다. 골격이 달라지면 소리의 울림도 변한다는 선배들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택한 건 얼굴형이 변한다고 소문난 실 시술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전신마취를 하고 붕대를 싸매지 않는 게 어딘가, 효과가 없다면 피부라도 좋아지겠지’ 싶어 마음을 비우고 시술대에 누웠다. 결과? 과장 조금 보태 2D가 3D로 변신하는 신세계를 맛봤다. 마치 손바닥으로 볼을 45도 위 방향으로 눌러 올린 듯, 얼굴이 좁아지며 입체감이 살아났고, 그의 포지션은 ‘교회 오빠’에서 ‘만찢남’으로 바뀌었다. 강아지같이 동그란 눈이 날렵한 턱선과 만나자 진짜 만화 주인공 같은 이미지를 풍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는 실화고, 그 시술은 현재 가장 핫하다는 실루엣 소프트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MH 클리닉 김지선 원장은 “지방과 근육을 재배치한 것”이라고 답한다. “처음 만나면 일단 말을 많이 걸어요. 얼굴형과 비대칭 고민은 평소 근육 쓰는 습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으니까요.” 많이 사용하는 근육은 두꺼워지고 그 주변의 얕은 지방은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빠져버린다. 반면 깊이 자리한 심부 지방은 중력이 매일 그것을 잡아당겨 늘어지니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은 밖으로, 그리고 아래로 퍼져버리고 마는 거다.

이렇게 처진 지방, 늘어진 근막을 제자리로 원상 복구, 아니 거기서 더 나아가 원래 있던 곳보다 더 이상적인 위치로 배치시키는 것이 바로 실루엣 소프트다. 아주 작은 고깔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가늘고 긴 실을 바늘귀에 꿰어 사용하는데 이것이 빚어 만든 새 얼굴을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은 자유자재다. 옆으로 벌어진 듯한 얼굴형이라면 지방을 가운데로 몰아놓으면 된다. 게다가 다양한 각도로 회전하듯 틀어지고 늘어진 근막의 뱡향도 원하는 대로 돌려 올릴 수 있어 비대칭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유럽에서는 꿰맨다는 뜻의 ‘수처(Suture)’라 불린다더니, 이건 칼 대지 않은채, 봉합만으로 수술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는 리프팅 시술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건 재배치 시술이에요.” 김지선 원장은 실제로 상당수의 어린 고객들이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얼굴형을 바꾸기 위해 이 시술을 받고 있다고 귀띔한다. 몸에 해롭지는 않느냐고? 생분해 되어 사라지기 전 3~4개월 동안 주변부 콜라겐 생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피부가 건강하고 튼튼해지는 효과까지 있다.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김지선 원장은 얼굴형이 퍼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디자인에 나서면 오히려 얼굴이 커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원인이 지방인지 근육인지 혹은 뼈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요. 보통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얽히고설킨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 인과관계를 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관건이죠.” 또한 실루엣 소프트는 전지전능이 아니라는 사실도 기억하길. 원래 지방이 많아 동그란 얼굴이라면 그것부터 줄이고 시작해야 옳다. 갈 곳 없는 지방을 한쪽으로 몰아 쌓아만 놓는다고 얼굴형이 예뻐지는 건 아니니까.

뼈의 재배치, 크라니오

든든해 보이는 뼈는 영원불변일까? 슬프게도 나이가 들면 골격도 달라진다. 여러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머리와 얼굴 뼈의 질서가 흐트러지는 거다. 앞이마는 내려오고 치아가 매달려 있는 뼈와 상악동은 꺼진다. 눈이 담긴 안구와 광대뼈 역시 바깥으로 벌어지며, 아래턱은 앞으로 나와 입매는 점점 합죽이처럼 옹색해진다. 어릴 때는 중심에 단단히 모여 있던 뼈들이 옆과 아래로 헐겁게 늘어지니 얼굴이 각지고 커질 수밖에.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고? 호흡, 앉는 자세, 밥 먹는 습관 등 뼈의 정렬과 위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정말 다양하다. 물론 희망은 있다. 흐트러졌다는 건 다시 정렬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웹툰 작가 J는 크라니오 케어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내 얼굴 좁아진 것 좀 봐요!” 그녀가 제보한 사진 두 장, 비포와 애프터는 같은 사람이라기엔 너무 다른 인상이다. 광대뼈가 불거지고 두툼하게 느껴지던 하관이 좁고 ‘얄쌍하게’ 변해 있다. 사실 그녀가 처음부터 얼굴형을 바꾸려 케어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몸을 앞으로 말아 구부리고 그림을 그리는 게 직업이다 보니 사방팔방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하길래 몸을 바로 세워주고 비대칭 잡는 대가, 카이로프랙틱 닥터 박승훈 원장을 소개해줬다. 그랬더니 그의 고유 테크닉 크라니오로 얼굴까지 바꿔 돌아온 것이다.

박 원장은 이 모든 것이 몸의 좌우 대칭을 맞추어 혈관이나 신경이 눌린 곳 없이 건강해지도록 정렬을 바로 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뼈의 모양이 원래부터 그렇게 생겼기 때문에 윤곽이 각지고 큰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흔히들 얼굴이 넓은 건 광대뼈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그 원인이 코 밑부터 치아에 이르는 상악동에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이곳이 벌어져 있으면 좁히고 내려왔으면 올리는 등, 밸런스를 맞추면 얼굴이 작고 입체적
으로 바뀌죠.”

박승훈 원장이 예쁜 얼굴형을 만들기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중력을 최소화하는 바른 자세다. “원래 인간의 몸은 눈이 앞쪽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숙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스마트폰 때문에 하루 종일 몸을 앞으로 말고 있으니 통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이걸 의식적으로 개선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뼈가 사방으로 벌어져 얼굴이 커지는 걸 피할 수 없을 거라 경고하며 제대로 정렬하는 법을 알려준다. 척추 위에 목을 똑바로 세우고 그 위에 머리를 얹어놓는다는 기분으로 서보자. 자연스럽게 턱이 당겨지고 가슴이 천장을 향해 들려 올라갈 거다. 앉을 때는 쿠션을 엉덩이 뒤가 아니라 허리보다 약간 위쪽에 받치는 것이 옳다. “척추, 목, 머리가 제대로 쌓아 올려져 있다면 근육, 지방, 뼈 모두가 최소한의 중력을 받을 겁니다. 얼굴이 커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거죠.”

부기가 살 되지 않도록, 코르셋 케어

벨라체 스파의 ‘코르셋 케어’는 셀럽과 뷰티 얼리어답터들 사이에 ‘부기 빼는 쓱싹이’로 입소문이 났다. 실제로 받아보면 손으로 누르거나 미는 마사지 대신 메이크업 브러시로 목과 얼굴, 두피를 보들보들 쓸어댄다. 잠이 솔솔 올 정도로 슬근거릴 뿐인데 진짜 코르셋으로 얼굴을 조여 셰이프를 만든 듯 브이 라인이 확 살아나는 게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부기가 살 되지 않게, 노폐물이 쌓여 재생을 방해하지 않도록 림프를 청소하는 개념”이라는 것이 김은경 원장의 설명이다. 물론 직접 조제한 발효 에센스도 사용하고, 겨드랑이와 어깨 라인을 풀어주는 근막 마사지도 병행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림프의 흐름과 결을 잘 아는 관리사의 테크닉으로 하수도를 자주 비워주는 게 이 케어의 핵심이다.

두피는 왜 만지냐고? “정수리 부분에 자리한 모상건막은 얼굴형을 살리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곳을 이완시켜주면 두루뭉술하던 얼굴 라인을 슬림하게 잡아주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해요.” 그러니 머리 감을 때 두피를 구석구석 꼼꼼히 마사지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또 한 가지 빼놓지 않고 쓱싹거리는 곳은 바로 귀 주변. “특히 얼굴과 귀의 경계, 쏙 들어간 부분은 얼굴 축소의 경혈점이 모여 있어요.” 노폐물이 모여 지나는 톨게이트 중 하나이기도 하니, 수시로 이곳을 이완시켜주면 윤곽을 슬림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귀를 살짝 바깥으로 잡아당긴 후 깊이 호흡하자. 온 얼굴이 단숨에 순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 원장이 추천하는 마지막 비기는 바로 혀말이 호흡. 혀를 굴려 혀끝을 입천장 가장 안쪽까지 말아 올리며 숨을 들이마시고 풀어 내리며 내뱉는 동작을 12회 정도 반복하면 긴장한 얼굴 아랫부분, 깊은 심근이 이완되며 이중 턱을 예방하고 날렵한 턱선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