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꽤 괜찮은 배신, New Panamera 4S

2023.02.26

by VOGUE

    꽤 괜찮은 배신, New Panamera 4S

    언젠가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4도어 세단 타입의 등장은 마니아들에게 배신을 의미했다. 허나, 두 번째 포르쉐 파나메라 4S는 그것은 편견이라, 편하게 웃어넘긴다.

    포르쉐를 탄다는 것은 부의 증명 이전에 운전석을 남에게 맡기지 않을 거라는 의미와 함께 실용성을 놓지 않는 실리주의자란 뜻도 된다. 물론 포르쉐 특유의 마치 지휘자의 연미복 같은 지붕에서 꼬리까지 풍만에게 이어진 곡선의 뒷모습, 동그란 두 눈(헤드라이트)이 그 자체로 아름답기에 빠져드는 이도 허다하다.

    일본 감독 겸 배우 키타노 타케시처럼 방금 산 자신의 포르쉐를 바라보기 위해, 친구에게 운전을 맡기고 다른 차를 타고 뒤따라가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곧장 어디든 달려가 줄 것 같은 2도어 스포츠카의 상징, 포르쉐는 성능이든 디자인이든 어떤 모델도 남의 눈에 모자랄 게 없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타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기점이라도 되는 양, 포르쉐를 산다. 올해 자신의 차고에서 컬렉션을 연, 유명한 자동차 컬렉터 랄프 로렌부터 포르쉐 SUV 카이엔에 ‘셀프 주유’를 하던 마일리 사이러스까지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걸린 스타들의 모습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애정 공세 속에서 지난 2009년 4도어 세단 타입의 파나메라가 등장했을 때 세간의 충격은 꽤나 컸다. 포르쉐에서 가족을 태울 수 있는 4도어를 말하다니. 낭만을 믿던 애인이 현실에 굴하기라도 한 듯 얼마나 많은 카 칼럼니스트와 팬들이 각자의 창구로 불만을 토로했었던지. 세단 같은 편안함과 서킷을 내 달릴 만 한 성능이 공존할 수 있을지 의심도 많았다.

    그런데, 파나메라는 보란 듯이 스타일을 포기 못 할 젊은 여성부터 가족들에게까지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5만대 이상을 팔았다. ‘미드’에서 영화에서 성공한 젊은 사업가가 파나메라를 타고 옛 연인을 지나치는 모습이나, 덩치 큰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편안한 일상을 보내는 뉴스에서도 종종 눈에 띈다. 스포츠카와 세단 사이에서 고민했던 이들도 죄다 잡아 차 앞에 세웠다.

    찬바람이 불 때쯤 한국에 도착한 2세대 신형 파나메라 4S는 이름에서 보듯 상황 따라 알아서 반응하는 네바퀴굴림(액티브 4WD) 이다. 2894cc의 배기량에 440마력짜리. 여간한 중형 세단이 가진 힘의 3배쯤 세고 시속 100km 까지도 3배쯤 빠르다. 겨우 4.2~4.4초면 속도제한 표시등이 열렬히 100km 이하로 진정하라고 외칠 거다. 안전최고 시속이 289km 라는 건 몰랐더라도, 그만한 힘을 느긋한 여자 손에도 스티어링 휠이 바로 전한다.

    이 차의 가장 큰 미덕은 이토록 강한 차가 그 안에선 한껏 조용하고 핸들링은 나긋해졌다는 점이다. 뭐든 어려울 게 없고 시야도 넓다. 내가 얼마다 밟고 있는지, 8단 PDK 기어를 스르륵 얼마나 내치고 있는지 운전에 집중하다 보면 쉽게 잊게 만든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긴 수많은 안전제어시스템은 저 밑바닥 아래에서 빈틈없이 움직이며 흡사 운전실력이 적어도 2배쯤 갑자기 좋아진 착각마저 들게 한다. 분명히 누군가는 그래서 좋다하고 누군가는 포르쉐가 또 배신을 했다고 할 일이다. 이 덩치에 가솔린 연비(복합)가 8.8km이면 참으로 준수한 데도!

    만약, 파나메라 4S를 처음 운전한다면 무광택 버튼들에서 매끈한 블랙 터치스크린 일색으로 바뀐 실내의 ‘완전 변신’에 놀라기 보다는, 당장 내 가방으로 3개쯤 만들어도 충분한 고급스런 가죽에 여전히 만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파나메라는 세단 이전에 엄밀히 포르쉐이기에 뒷자리가 넓어도 시트까지 푹신하지는 않다.

    코너를 배배 돌아도 알아서 척척 잡아주는 이 차이 능란함을 운전자와 같이 느껴보라고 허리가 홀쭉한 버킷시트 타입으로 꾸며뒀으니까. 불편한 게 아니라, 포르쉐니까 이해해 달라는 디자이너의 고집이랄까. 벤츠 S클래스(5255mm)보다 조금 작은 길이(5050mm)와 충분히 너르고 안전한 공간(바퀴와 바퀴 사이2950mm)에서 때로 터프한 일상을 멋지게 즐길 대가는 딱, 1억7,370만원이다.

      김미한(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에디터
      윤혜정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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