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Fellas

People

Good Fellas

2017-11-28T16:57:51+00:00 2017.11.29|

크라잉넛으로 데뷔한 지 22년 만에 한경록이 첫 솔로 앨범 <캡틴락>을 발표했다. 더 모노톤즈의 차승우가 힘을 보탰다. 두 친구의 이야기는 국내 인디 록 음악의 역사다.

한경록의 데님 재킷과 벨벳 팬츠는 자라(Zara), 피케 셔츠는 오니츠카 타이거(Onitsuka Tiger). 차승우의 스웨이드 재킷과 네이비 컬러 니트는 자라, 데님 팬츠는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한경록의 데님 재킷과 벨벳 팬츠는 자라(Zara), 피케 셔츠는 오니츠카 타이거(Onitsuka Tiger). 차승우의 스웨이드 재킷과 네이비 컬러 니트는 자라, 데님 팬츠는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크라잉넛의 한경록은 홍대 앞 인디 신의 전설이다. 스스로를 ‘캡틴락’이라 부르며 동네를 주름잡는 그는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를 닮았다. 크라잉넛으로 데뷔한 지 22년 만에 발표한 첫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의 제목도 ‘캡틴락’이다. 한경록과는 이소룡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미술가 신창용은 그런 그의 모습을 담아 앨범 재킷을 그렸다. 전자 기타를 둘러멘 한경록은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서교동 삼거리포차를 연상시키는 ‘삼거리 풍차’를 향해 돌진한다. 오직 음악만이 이 부조리한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믿는 21세기 돈키호테는 마구간의 비쩍 마른 말 로시난테 대신 자신의 분신 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모험을 떠난다.

캡틴락의 신곡 ‘모르겠어’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진행되던 날, 상수동 일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크라잉넛 멤버들부터 갤럭시 익스프레스, 칵스, 연남동 덤앤더머, 장기하와 얼굴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김간지x하헌진 등 한경록과 친분이 있는 홍대 뮤지션 60여 명이 거리를 메웠다. ‘모르겠어’의 기타와 더블 보컬을 맡고 있는 더 모노톤즈의 차승우는 한경록과 함께 이 거대한 무리의 선두에 섰다. <보그>와의 인터뷰 역시 홍대 앞에서 진행되었다. 두 사람의 긴 이야기가 시작된 1995년에도 둘은 같은 자리에 있었다.

“제가 팬이었어요.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는 데뷔 전부터 이미 이 근방에서 유명했거든요. 슬램(Slam)이나 모싱(Moshing)의 개념도 없을 때였는데 클럽을 완전히 난장판을 만들어놓곤 했어요. 세상에 뭐 이런 집단이 있나 싶었죠.” 당시 상수동의 라이브 클럽 드럭은 펑크 록을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일종의 성지였다. 차승우는 주말마다 그곳을 찾아 크라잉넛의 음악을 들었다. 알록달록한 머리카락을 삐죽삐죽 세운 펑크 로커들과 일군의 스케이트보더들, 푸른굴양식장(마스터플랜)으로 대표되는 1세대 힙합 뮤지션들이 홍대 앞 놀이터에서 격돌을 벌이고, 발전소와 황금투구 같은 신세대 테크노 클럽이 유행하던 한국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황금기였다.

한경록이 기억하는 차승우와의 첫 만남은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이다. 3인조 고교 스쿨 밴드 ‘크라이베이비’를 이끌던 차승우는 성기완의 추천으로 오늘날 국내 야외 록 페스티벌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소란의 무대에 올랐다.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황토색 깁슨 SG 기타를 들고 나와서는 지미 헨드릭스의 ‘Purple Haze’를 연주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강렬했어요.” 장발의 로커들 사이에서 차승우는 확실히 튀었다. 실력도 뛰어났다. “‘괴물이다!’ 싶었죠. 게다가 다음 곡이 섹스 피스톨즈의 ‘No Feeling’이었어요. 바로 무대로 뛰어 올라갔죠.” 이후 차승우는 노브레인의 리더가 되었다. 마산에서 갓 상경해 드럭의 티켓 부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현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를 차승우에게 소개한 것도 한경록이었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차승우가 로큰롤 밴드 문샤이너스로 컴백한 후 영화 <고고70>에 출연하고, 다시 더 모노톤즈를 결성하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둘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두 친구의 역사가 곧 한국 인디 록 문화 그 자체인 셈이다.

“경록이 형은 한결같아요. 항상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왔죠. 어떤 경우에도 무리하지 않아요. 그게 롱런의 비결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마침내 금자탑을 세운 거죠.” 한경록의 새 앨범 <캡틴락>은 그 모든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국내 펑크 록의 한 시대를 열고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온 뮤지션의 뚝심이자 홍대 앞 인디 문화를 지켜온 이들의 연대와 문화적 다양성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다. 크리스마스, 할로윈과 함께 홍대 앞의 3대 명절로 통한다는 ‘경록절’의 주인공 한경록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2005년부터 그는 자신의 생일인 2월 11일마다 선후배 인디 뮤지션들과 음악 관계자들에게 무료로 술과 음식을 베푸는 공연 이벤트를 벌여왔다. 어느새 경록절은 교류의 장이자 신인 밴드의 데뷔 무대이며 새로운 문화 프로젝트가 기획되는 영감의 발상지로 자리 잡았다. 한경록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아예 ‘캡틴락 컴퍼니’라는 회사까지 차렸다.

“이번에 솔로 앨범을 낸 건 음악적인 욕심도 있었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어서예요.” 캡틴락의 솔로 앨범 발매 공연이 열린 11월 11일, 홍대 앞에서는 또 한번 왁자지껄한 동네잔치가 열렸다. 당연히 차승우도 함께했다. “우린 평생 같이 갈 거예요. 캡틴락의 영원한 오른팔이 되어라.(웃음)” 우연히 찾은 두 사람의 20년 전 사진 속에서도 차승우는 한경록의 오른편, 한경록은 차승우의 왼편에 서 있었다. 거리의 풍경은 바뀌었어도 음악을 향한 두 사람의 열정과 우정은 변함이 없다. “전 아직도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막 설레요.” 새빨간 야마하 오토바이를 타고 돈키호테가 달려간다. 우리의 멋쟁이 산초는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킨다. 길은 비록 험난해도 천진난만한 로커들의 모험은 끝날 줄을 모른다.